![[주부를 변화시키는 지상특강]방송인 주철환_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삶](http://img.khan.co.kr/lady/201505/20150510154412_1_lady05_363.jpg)
[주부를 변화시키는 지상특강]방송인 주철환_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삶
“친구란 2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인생에서 친구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나이가 들수록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질 뿐 아니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들과도 소원해지는 느낌이다. 인맥과 연줄 만들기에 열과 성을 다하지만 정작 외롭고 허한 마음을 달랠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이가 줄어드는 사회,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인간관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주철환 교수다. 국어교사, 방송 PD, 방송사 사장 등을 거쳐 현재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 그는 중·고생부터 팔순 어르신까지 두루 인연을 맺고 풍성한 삶을 누리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를 사귀고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해온 그의 곁에는 6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일궈온 친구들이 가득하다.
“제가 MBC에서 PD로 일하던 시절에 직접 주제곡을 쓴 프로그램이 3개가 있어요. ‘모여라 꿈동산’과 ‘퀴즈 아카데미’, ‘같이 사는 세상’인데, 가사에 모두 ‘친구’라는 말이 들어가요. ‘숲길을 돌아 구름을 타고 꿈동산에 왔어요/새들은 날아 꽃들은 피어 노래하는 꿈동산/하늘 아래 땅 위에 모두가 친구죠/아무라도 좋아요 꿈동산엔 담장이 없으니까요(모여라 꿈동산 중에서)’처럼요. 그만큼 친구는 제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예요.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그에게 행복을 나눌 친구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친구란 무엇일까?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친구란 이런 거예요.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고, 그가 잘됐을 때 기쁘고, 그 사람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 경쟁자끼리는 친구가 되기 어려워요. 경쟁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고 잘됐을 때 기뻐하기란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러고 보면 경쟁에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은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기르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거든요. 어쩌면 우리는 서로 친구가 되기에 무척 힘든 세상에 살고 있어요.”
친구는 인생의 가장 큰 재산
나 혼자 살기에도 바쁜 세상이라고 말한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스펙 쌓기에 열을 올리는 대학생들부터 매일같이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 팍팍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주부들까지, 모두들 제 앞가림하기에 정신이 없다. 스스로 친구 만들기를 거부하는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이 늘고 있는 상황도 수긍이 간다. 그럼에도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친구를 사귀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물론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 같은 건 없습니다. 친구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죠. 누구나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으니까요. 나 혼자 산다, 내 뜻대로 산다. 이걸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유한한 존재인 우리네 삶의 폭이 너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표현처럼 이 세상 소풍에서 잘 놀다 가려면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면 좋지 않을까요?”
그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주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친구는 인생의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이다.
“친구는 유용합니다. 물론 이 유용함이 세속적인 쓸모와 물질적인 이득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 유용함을 취할 것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선택이죠. 제 경우를 보자면 어렸을 때부터 친구 사귀기를 좋아했던 덕분에 나 자신이 행복하게 잘 살아왔음을 깨달았어요. 이익을 위해 친구를 사귄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친구가 제 삶에 이익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친구 덕분에 여러 번 새로운 직장도 얻었고 글을 쓸 기회도 생겼죠. 요즘은 강연자로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흔히들 강조하는 인맥이니 연줄이니 하는 그런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죠. 친구를 사귄다는 건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깊은 연관이 있어요.”
좋은 친구가 되는 법
옛날 어느 왕이 신하들에게 세상의 진리를 추리고 추려서 딱 한 문장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문장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였단다. 세상에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친구가 되는 일도 마찬가지다.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나부터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이 시비지심보다 측은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에게 친구가 많은 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따지고 까칠하게 대해요. 상대방에게 만만해 보이기 싫다는 이유라지요. 만만하게 보이면 어떻습니까? 인간관계는 누가 잘했고 잘 못했고를 따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경기에선 이기는 게 좋지만 인생에선 비기는 게 나아요. 맞장 뜨는 삶보다 맞장구쳐주는 삶이 훨씬 즐겁습니다.”
꼭 나이가 비슷해야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같이 있을 때 편한 사람이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하면 친구가 될 수 없다. 불편해지는 이유는 뭘까? 한 사람이 뭔가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관계는 불편해진다.
“가장 슬픈 인생은 내가 상대에게 준 것에 집착하며 서운해하는 인생이에요. 내가 이만큼 해줬는데,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하면서 원망하는 인생은 어리석어요. 주는 순간 기뻤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기브 앤 테이크’는 잊으세요. 주는 만큼 받으려 한다면 진실한 친구를 갖기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친구가 되고 싶다’라는 건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라는 감정일 것이다. 하지만 호감을 이유로 무턱대고 다가가는 건 오히려 그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오랜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이 나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길 원하는지 살피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친구란 서로 만나는 것이 기뻐야 해요. 그것이 진정한 친구죠. 하지만 그 사이에 묘한 경쟁의식이나 원망, 선망이 깔려 있다면 굳이 만남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요? 거리 두기에 대한 현명하고 배려 있는 판단이 친구 사이에도 필요해요.”
친구를 반드시 많이 가져야 할 필요는 없다. 친구는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고 집착할 필요도 없다. 세월 따라 상황 따라 친구도 자연스럽게 모였다 흩어진다.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친구라 자처하던 많은 사람이 떠나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다.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사람, 세월이 누가 친구인지 가려주는 것이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내가 너의 편에 설게. 시절이 거칠어졌을 때.’ 그 사람의 옆자리가 비어 있을 때, 고난이 왔을 때 함께하는 것 그것이 친구입니다. 진정한 친구란 말없이 그 사람의 편이 돼주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Profile 주철환(60)
국어교사, 방송 PD, 방송사 사장 등을 거쳐 현재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신하는 삶 속에서도 15권의 책과 2장의 앨범을 냈다. 특기는 친절하기, 좋아하는 것은 젊은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 자신의 정체성은 리더나 멘토보다 ‘친구’라고 생각한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참고 서적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주철환 저,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