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오른쪽 신장에 14cm 크기의 암 덩어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왼쪽 신장에서도 2, 3cm의 종양이 연이어 발견됐다. 양측성 신장암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지고 있는 가장이다. 두려움에 떨 겨를도 없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2월 순천향대병원에서 오른쪽 신장은 완전히 제거했고, 왼쪽 신장은 부분 절개를 했지요. 한꺼번에 수술하면 몸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병원의 의견으로 두 차례로 나눠 종양을 제거했어요.”
다행히 다른 기관에는 전이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수술 후 그는 하나조차 온전치 못한 신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의 모든 일상이 뒤바뀌었다. 금주, 금연은 기본이었고 매일 규칙적인 운동은 필수였다.
“무슨 운동을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조깅이나 등산은 날씨나 상황에 영향을 받으니 매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불완전한 제 몸으로 과격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운동량을 채울 수 있는 걸 찾다가 탁구를 생각해냈죠.”
김준석씨는 지난 2014년 3월 퇴원 후 5월부터 탁구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6시 반에 퇴근해 밤 11시까지 매일매일 탁구를 쳤다. 그는 최근 수술 후 3개월마다 받는 건강검진에서 꽤 희망적인 소식을 들었다.
“신장 기능이 60% 이하로 떨어지면 신장질환자로 분류되며 더 나빠지면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해요. 저는 수술 직후에 60% 초반이었다가 이제는 85%까지 좋아졌어요. 또 암은 1년 이내가 가장 재발하기 쉽다고 해요. 이제 막 1년이 지났으니 병원 측에서 ‘앞으로도 아무 일 없을 것 같아 보인다’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는 수술 후 건강관리를 위해 탁구 라켓을 들었지만 이제는 탁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95kg에 육박하던 몸무게도 73kg이 됐고, 탁구 실력은 점점 늘어 다른 사람 경기에 훈수를 놓을 수 있을 정도다.
그는 탁구를 시작한 지 5개월 만에 남양주시 생활체육탁구협회가 주최하는 탁구 대회에 나가 남자 희망부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6월에도 대회에 나가는데 그 생각에 하루하루가 설렌다.
“직장 일이 꼬이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탁구를 칠 생각만 하면 즐거워져요. 이 나이에 반복되는 일상에서 좀처럼 설렐 일은 없잖아요? 삶의 목표도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단지 직장 생활에서 선전해 끝까지 살아남고 버티자는 생각뿐이었다면, 지금은 성실하게 일하면 능력에 맞게 대가는 주어질 것이고 그보다 가족과 함께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느냐가 중요해졌어요.”
그는 내년을 목표로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백세시대 은퇴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이다. 경력을 쌓아 탁구 교실을 열어 노년에 탁구를 배우는 초보자들을 가르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다. 김준석씨는 단언한다. 암 진단 이전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운동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글 / 이유진·서미정 기자 ■사진 / 신우(신우 스튜디오), 김동연(프리랜서) ■의상&액세서리 협찬 / 세라(02-517-4394), 아이다스(02-6911-8517), 헤드(02-547-1870), VIABY LEE JUNGKI(02-514-2585) ■헤어&메이크업 / 스타일러H(이성배), 이누리(신영섭, 백민경), W퓨리피(민진희) ■스타일리스트 / 김지지, 문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