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마음을 표현하는 스케치북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

몸은 마음을 표현하는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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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줄 것인가. 다분히 날씬한 몸, 잘 가꿔진 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몸을 의식할 줄 아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몸은 삶의 현장으로, 내 몸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삶은 나의 것이 된다. 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다. 혹시 오늘, 그 이야기를 무심코 지나치지 않았을까. 몸에 주목하기 시작하며 달라진 인생을 살고 있는 5인의 사연을 들어본다.

한국 타말파연구소의 이정명 대표는 몸 동작을 통해 인간의 문제 심리를 치료하는 표현예술치료사다. 이 대표는 전직 라디오 PD였다.
“15년 간 근속하던 방송국을 그만두고 38세에 심리학에 입문하게 됐어요. 상담 전공으로 관련 일을 시작했는데, 제 의뢰인과 많은 대화를 했지만 생각은 변하는 거 같은데 결국 행동으로까지 반영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몸과 정신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 대표는 몸이란 우리의 정신과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몸은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입니다. 내 몸이 어떤지 내가 알아차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것이 바로 내 삶이니까요.” 간단하게 현재 자신의 자세부터 파악해본다. 호흡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않은지, 의자에는 어떤 방식으로 앉아 있는지….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를 설명하는 요소들이다. 몸의 자세란 우리 삶을 그대로 상징하므로 그것을 인식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면 된다. “자세 하나만 바뀌어도 삶의 방식이 바뀝니다. 최근 제게 상담 온 고등학생 친구가 있어요. 아이는 우익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활동을 하다가 그 사실이 친구들에게 알려져 왕따를 당하고 있었죠. 그 아이는 두 팔로 온몸을 감싸고 힘을 주고 있었어요. 긴 호흡도 거의 하지 않았고요. 자기 안의 죄책감이나 분노를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 모르니 그저 힘을 꽉 주고 감정을 안고 있었던 거죠.”
이 대표는 먼저 상담자에게 “어깨가 굳어 있다”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그는 그제야 그간 어깨가 너무 아파 온갖 치료를 받아왔다고 털어놓았다.
“아픈 어깨 탓에 한의원 침 치료는 물론 보톡스 주사까지 맞았대요.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은 특징이 있어요. 자기 고통이나 타인의 시선을 느끼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가둬버려요. 호흡은 잘려 있고 얼굴은 상기돼 있으며 가슴통까지 석고처럼 굳어 있죠. 자세부터 바꾸면 몸이, 마음가짐이 풀어지고 그렇게 인생이 바뀌는 거죠.”
몸이 여유롭고 자유로우면 우울증 걸릴 일이 없다. 이 대표는 우울감을 겪고 있다면 일단 몸을 움직여보라고 조언한다. 약은 보조제 형태가 돼야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우리는 때론 근육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밖으로 표출해야 해요. 안전한 공간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중에는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어요. 제가 특히 청소년들에게 운동을 많이 권하는 이유예요. 최소한의 규칙 안에서 혼란, 충동, 반항을 자유로운 플레이로 마음껏 내지를 수 있으니까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정작 내 몸의 느낌과 감각에 집중할 시간은 거의 없다. ‘그저 살이 좀 쪘네. 에잇!’ 하고 한탄할 때나 내 몸을 바라볼까.
“중년이 돼 갱년기 같은 몸의 반란이 일어나면 ‘노화니까 어쩔 수 없지. 약 먹자’라고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건 병원에서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 이전에 내 몸의 자율성을 빼앗는 행위인지도 몰라요.”
이 대표는 내 몸을 사랑하기 이전에 제대로 아는 간단한 방법으로 마사지와 춤추기를 권한다. 둘 다 내 몸을 의식하는 움직임들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움직이는 몸 부분, 부분을 의식하면서 흔들흔들 우아하고 부드럽게 춤을 춰보세요. 현대인들이 잘 쓰지 않는 머리뼈와 목뼈를 이어주는 연골성 관절, 무릎 뒤 관절 등에 의식해보세요. 때때로 두 팔로 스스로를 안고 흔들거나 수고했다고 토닥여주세요.”
경직된 삶, 몸의 신호를 먼저 눈치채야 비로소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 이제 몸의 변화를 통해 건강은 물론 인생의 가치관이 바뀌었다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 몸은 마음을 표현하는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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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이정명은…
미국 타말파연구소 공동 감독이자 국제 공인 표현예술치료사(REATA)다. 언론학 석사, 상담심리학 석사, 표현예술치료, 변형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체육학 박사과정의 학위 논문 저술을 막 끝낸 상태다. 또 몸에 담긴 문제들을 치유하면서 그 경험들로 사회 변화의 힘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연구 진행 중이다.

<■글 / 이유진·서미정 기자 ■사진 / 신우(신우 스튜디오), 김동연(프리랜서) ■의상&액세서리 협찬 / 세라(02-517-4394), 아이다스(02-6911-8517), 헤드(02-547-1870), VIABY LEE JUNGKI(02-514-2585) ■헤어&메이크업 / 스타일러H(이성배), 이누리(신영섭, 백민경), W퓨리피(민진희) ■스타일리스트 / 김지지, 문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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