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댓글 공유하기
ㆍ결혼 10년 차, 알게 모르게 쌓였다!

시어머니의 엽기 행각으로 점철된 막장 드라마가 워낙 대세라 상대적으로 ‘나 정도야’ 시집살이 고부 갈등 축에도 들지 못한다 여겼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 말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 속 좀 풀러 나섰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이번 특집 기사에서 고부 갈등 스트레스를 맡게(?) 됐다. 배당을 받자마자 처음 든 생각은 ‘내가 고부 갈등을 겪고 있었나?’ 하는 자문이었고, ‘남들 눈엔 시집살이 좀 하는 것처럼 보이나?’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문득, 결혼 10년 차 시댁 관계를 결산해보니 아주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외아들에 종손이고, 고풍스러운 한옥 고택의 종갓집은 아니어도 명색이 종가라 제사만큼은 남부럽지 않을 만큼 있었다. 연애 10년! 모르고 사귄 거 아니니 받아들이고 결혼을 했다. 하지만 제사만 문제가 아니었다. 시부모님 생신에 1박 2일 김장, 거기에 집안이 화목해 여름휴가철이면 사촌들까지 우르르 모여 마당에 큰 솥 하나를 걸어야 여름이 갔다. 팔도에서 날아드는 각종 대소사 우편은 귀여운 옵션에 불과했다. 잘한다고 했다. 도리는 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느 해 겨울 어머님이 정하신 김장 하는 날과 마감이 틈 없이 겹치고 말았다. 배추 다 언다고 김장을 미룰 수 없단다. 김장 하자고 마감을 미룰 수는 더더욱 없고 말이다. 삼일 밤낮을 새우다시피 하고도 막판 몇 시간이 아쉬워 남편과 아이를 먼저 보냈다. 일단 배추나 절이고 있으라고. 그리고 마감을 하자마자 어느 감금 노동자 몰골을 하고 새벽바람에 김장을 하러 달려갔다. 하지만 11월 시린 물에 절인 배추를 헹구며 내가 들은 말은 “너 혼자 일하냐!”였다. 쿵! 적어도 내 나이 60까지는 듣는 사람 지겹게 하고 또 서운했던 시어머니의 결정적 한마디가 됐다. 요즘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들어가며 제사 한 번 빠지지 않았던 것은 예상하지 못할 미래의 어느 날에 사용하기 위한 쿠폰 같은 거였다. “그럴 애가 아닌데, 무슨 사정이 있나보지” 하는 말을 위한!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같으나, 내가 상상한 엔딩의 말은 아니었다. 뭐 그런 식으로 몇 마디가 가슴에 묘하게 스크래치가 돼 남아 있다. 게다가 한 번 토라지면 자기 나쁜 기분을 숨기지 않고 거침없이 발산하는 시누이 성질까지 떠올려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시댁은 49:51의 삐딱한 기울기로 힘의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은밀한 전문가 만나 속 좀 풀어볼까?
신점 본다는 보살님 방문기

일단 은밀하게 신을 받은 전문가도 만나보고 싶었다. 나의 갈등이나 고생이 어쩌면 운명처럼 정해진 필연은 아닐까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인들을 수배해 신묘한 보살을 찾았고, 철학과 사주만 17년을 공부하다 얼마 전 신을 모신 이가 있다 해서 한걸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고부 갈등에 대해 주부들이 종종 보살님을 찾아오는지 물었더니 대뜸 “요즘 누가 고부 갈등으로 점을 보러 오나?”라고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자식 일, 남편 일로는 와도 시어머니 일로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요즘 며느리들에게 시어머니는 더 이상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런! 날카로운 사회학적인 분석을 보살님을 통해 들을 줄이야. 이것이 바로 밑바닥 바로미터인가 싶었다.

그러면서 극성스러운 시어머니를 만나도 그건 그런 살이 며느리인 자신의 사주에 있어서고, 그 시어머니 피한다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봐야 또 그런 시어머니를 만날 거라 했다. 아! 그럼 어쩌라고. ‘운명이다’ 하고 ‘이상한 시어머니 만나도 살라고?’ 하지만 의외로 보살님은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성적인 답을 내놓았다. 부적을 쓰면 시어머니가 바뀔 거라는 연금술사 같은 처방전은 의외로 나오지 않았다. 호기심 가득 안고 찾아갔던 자리, 하지만 나오는 뒷맛은 씁쓸했다. ‘족집게인 듯 족집게 아닌 족집게 같은 너!’라고나 할까. 요즘 심란한 마음 하나는 끝내주게 맞히더라. 족집게 아니어도 좋은 말만 해주길 바랐단 말이야!

전문가 만나 속 좀 풀어볼까?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 김숙기 원장 상담기
TV에 나오는 전문가를 만나보기로 했다. 다양한 가족 간의 갈등 사례를 속시원하게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이야기는 뭐라고 말해줄까 궁금하기도 했다. 또 실제 많은 주부들이 어떻게 전문가를 찾고 이야기하는지 알고 싶기도 했다. 조용한 상담실에 원장님과 마주 앉았다. 어떤 질문을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저 결혼 몇 년 차인지 물을 뿐이었다. 결혼 10년 차라고 답을 하면서, 묻지도 않는 질문들에 먼저 얘기를 시작한 것은 나였다.

“고부 갈등이 있어 온 게 아니다, 사실 이런 데서 어떻게 얘길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 사례가 궁금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자기방어(?)식의 말들을 했다. 그런 다음 “그런데요” 하면서 그간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쏟아내는 중간중간 “이건 고부 갈등은 아닌 거죠?” 하고 누구한테 확인받고자 하는 말인지 모를 말들을 했다. 그러다가 눈물까지 보이고 말았다. 사실 눈물을 흘릴 만큼 서러운 사연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분위기에 취했다고 할까. 상담 전문가는 우는 모습을 보여줘도 되는 사람, 우는 이유를 알겠다고 다음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간 서운했던 일과, 언제나 자기 성질대로 하고 마는 시누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내가 시댁에 얼마나 헌신했는지 어필도 했던 것 같다.

김숙기 원장님은 내 이야기를 듣다가 아직도 당신 아들이 최고라고 여기는 자신의 시어머님에 대해 들려줬다. 결혼을 하겠다며 처음 인사 갔을 때 “농협장 딸이 잠실에 아파트까지 해온다고 줄을 선 내 아들을 위해 넌 뭘 해올 수 있니?”라고 물었다나? 많이 울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눈물이 쏙 들어갔다. 거짓말 말라며 원장님의 경험담에 대신 격분했다. 하지만 원장님은 기분 좋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시어머님과 시댁은 며느리 자신의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한 타자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중요한 타자가 돼서도 안 된다면서.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기자들이 직접 체험했다] 고부 갈등 ‘속풀이’ 타파기

한국 여성들은 착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비쳐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고 했다.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는 말이 있는데, 극단적인 표현 같아도 그 이면은 그만큼 여성이 자신의 삶을 주인공으로서 산다는 뜻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고부 갈등만으로 상담실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은 부부 관계로 오고, 부부의 갈등 내용을 듣다 보면 고부 갈등이 그 이면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원장님이 상담해주었던 극단적인 고부 갈등의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그 수위가 어마어마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집들의 다양한 고부 갈등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왠지 난 엄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 정도면’ 역시 괜찮은 거였다는 확신까지 들었다. 아, 결국 남의 더 큰 불행만이 위로가 되는 건가. 상담실을 나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심하디심한 남의 집 시어머니 얘기였기 때문이다. 웬일이야!

Tip 풍문으로 들었소?! 엽기적인 남의 집 시어머니 이야기
아이 안 낳겠다는 각서 써! 젊은 날 홀로 된 시어머니! 온갖 고생을 해 아들을 잘 키워놓았다. 하지만 아들이 자신과 처자식으로 인해 고생하길 바라지 않았다. 결혼할 필요 없이 즐기면서 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아들은 연애를 했고 여자를 데리고 왔다. 모든 걸 다 줄 수 있는 엄마지만 아내와의 잠자리까진 줄 수 없으니 결혼을 허락했다나? 하지만 결혼 전 아들 몰래 예비 며느릿감을 만나 각서를 요구했다.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것과 평생 맞벌이를 하겠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나는 내 아들이 처자식 때문에 등골 빠지는 거 못 본다!” 하면서.

며느리랑 이혼 안 하면 난 약 먹고 죽을 거야! 결혼을 안 하겠다는 아들을 꼬드겨(?) 자기가 고르고 고른 며느리와 결혼을 강행한 시어머니! 그런데 뭘 기대한 걸까. 연애가 아닌 결혼부터 한 아들 부부가 사이가 좋아지자 질투에 눈이 멀어 병이 났다. 수족처럼 부릴 참으로 고르고 고른 순한 며느리가 갑자기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로 둔갑했다. 자신을 속였다면서 무조건 이혼을 종용했다. 이혼하지 않겠다고 맞서는 아들에 충격받아 도끼를 들고 가 아들 내외 방 장롱을 부수고 며느리 옷을 다 찢었다나? 그래도 안 되자 결국 음독까지 시도했다고. 아들은 차마 어머니를 죽인 아들은 될 수 없어 어머니가 시켜서 한 결혼인데 결국 또다시 어머니가 시켜서 이혼을 했단다.

■글&사진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이소현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