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성결혼, 국내에서도 합법화될까?
미국 동성결혼 합법화
미국이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21번째 국가가 됐다. 지난 6월 26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커플이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결혼이 허용돼왔다. 결정은 대법관 9명 가운데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이뤄졌다. 찬성 의견을 낸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은 예로부터 중요한 사회적 제도였지만 법과 사회의 발전과 동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며 동성결혼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결정문에는 “동성 커플들의 희망은 비난 속에서 외롭게 살거나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의 하나로부터 배제되는 게 아니라 법 앞에서의 평등한 존엄을 요구한 것이며, 헌법은 그 권리를 그들에게 보장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평등을 향한 우리의 여정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국민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아일랜드가 국민투표를 실시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바 있다. 투표자 62.1%가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찬성 입장을 보였다.

동성결혼, 국내에서도 합법화될까?
미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 내려진 날, 지난 2년간 소송인단을 대표해 역사적 판결을 이끌어낸 짐 오버거펠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함께 기뻐해야 할 남편 존 아서는 루게릭병을 앓다가 2년 전 세상을 떠났다. 1993년부터 오하이오 주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그들. 결혼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았지만 2011년 아서에게 루게릭병이 발병하자 법적 부부가 되고 싶은 마음이 깊어졌다. 함께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두 사람은 동성결혼이 가능한 메릴랜드 주에 착륙해 비행기 안에서 짧은 결혼식을 올렸다. 3개월 후 아서는 세상을 떠났다. 오버거펠은 그의 사망증명서에 자신을 배우자로 등록하려 했지만 오하이오 주가 이를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아서와 ‘부부’로 남고 싶었던 오버거펠의 소박한 바람은 미국 전 지역의 동성결혼 합법화를 이끌어냈다.
성소수자의 상징, 무지개색
미국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 직후 페이스북을 비롯한 주요 SNS는 무지갯빛으로 넘실댔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동성결혼이 합법이라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프로필 사진을 무지개색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출시했다. 판결을 지지하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한 것. 무지개색은 동성애를 인정하고 평등을 주장하는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무지개가 성소수자들의 상징이 된 건 1978년 샌프란시스코 게이 퍼레이드부터다. 최초로 무지개색을 동성애와 결부시킨 동성애자 예술가 길버트 베이커는 동성애 지지 움직임을 상징하기 위해 무지개 깃발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LGBT(성적소수자)의 다양성을 표현하는 8가지 색깔(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남색, 분홍)로 이뤄져 있었다. 이후 분홍색과 남색이 제외되면서 현재의 6색 깃발이 됐다.

동성결혼, 국내에서도 합법화될까?
지난 6월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에서도 무지개 깃발이 가득했다. 퀴어(Queer)는 본래 이상하고 색다르다는 의미지만,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9일 개막식에서는 문경란 서울시 인권위원장을 비롯해 한국여성민우회, 프랑스와 독일 등 13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축사를 했다. 13일에는 메인 파티, 18~21일에는 퀴어 영화제가 진행됐으며, 28일에는 시청-한국은행로터리 구간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열렸다. 퀴어 퍼레이드의 경우 경찰이 시민들과 차량 통행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집회신고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법원이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개최될 수 있었다. 퍼레이드 당일 참가자와 성소수자들은 한목소리로 “사랑하라, 저항하라”를 외쳤다.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들은 같은 장소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퀴어 퍼레이드의 시작
1969년 6월 28일 새벽, 미국 뉴욕 그리니치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을 경찰이 급습했다. 그곳은 당시 뉴욕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던 게이 바였다. 경찰은 ‘동성애 죄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동성애자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200여 명의 손님과 현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체포에 항의해 “게이의 인권을 보장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많은 동성애자 인권 단체들이 만들어졌다. 퀴어 퍼레이드 행사가 시작된 건 1년이 지난 1970년 6월 28일. 스톤월에서 시작된 퀴어 퍼레이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서는 2000년 처음 열렸다. 최초의 퀴어 퍼레이드 정신을 이어받아 매년 6월 말 즈음 열린다.

김조광수 커플 결혼식 풍경.
동성 부부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해달라는 국내 첫 소송 관련 재판이 열렸다. 지난 7월 6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가 서울 서대문구를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 사건’의 첫 심문 기일이 진행된 것. 두 사람은 2013년 9월 서울 청계광장에서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해 12월 서대문구는 동성 간 혼인은 민법에서 일컫는 부부로서의 합의로 볼 수 없다며 이들의 혼인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민법 어디에도 동성 간 혼인 금지 조항이 없고 혼인의 자유와 평등을 규정한 헌법 조항에 따라 혼인에 관한 민법 규정을 해석하면 동성혼 역시 인정될 수 있다는 것. 심리를 마친 뒤 김조 감독은 “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단순히 두 사람 간의 성애적 관계뿐만 아니라 복합적이고 헌신적인 관계이다. 우리나라가 부디 세계에서 22번째로 동성혼 합법 나라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는 사건이어서 재판부의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결정문이 언제 완성될지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의 현황
현재 전국적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국가는 21개국(2017년 합법화가 예정된 핀란드 제외)이다. 1989년 덴마크에서 세계 최초로 동성 커플 간 시민 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했고,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시민 결합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을 포함하면 전 세계 35개 국가가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반면 수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고 발각되면 사형까지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결혼 등 권리 부여에 제한을 두고 있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