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심리 분석

‘여혐’ 심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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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여성 혐오 관련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사례와 그와 관련된 온라인의 반응은 마치 재앙과 같다. 세상의 다양한 종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남성과 여성이다. 둘은 가장 상반된 존재인 동시에 가장 가까운 사이다. 남녀의 대립각이 계속된다면 이보다 더 극명하게 갈리는 집단 분열이 어디 있을까? 일부의 이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기분이 꺼림칙하다.

‘여혐’ 심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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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 그게 그렇게 문제야?
기자의 한 지인은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듣더니) 여혐, 즉 여성 혐오는 “그저 일부 네티즌들의 치기일 뿐 보편적인 정서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라고 말했다. 우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더욱 친목을 도모하고 소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일부에서 자행하고 있는 여성 혐오가 별것 아니라면….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도 처음에는 아주 작은 친목 사이트에 불과했다. 지금은 접속량으로 봤을 때 전체 사이트 중 상위권에 랭크되는 거대 사이트가 됐으며, 생각의 다양성을 넘어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커뮤니티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의 이탈이라고 치부하는 동안 그 생각은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물들어 어느새 다수의 정서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여성 혐오 사례 1 시발점, 장동민과 유세윤
개그맨 장동민과 유세윤의 여성 비하 발언은 그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를 통해 확성기를 달았다. 장동민은 “여자들이 멍청해서 남자한테 안 된다”, “X 같은 X” 등 여성을 대상으로 폭언을 했고, 유세윤은 여성 혐오 발언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간했다는 패륜적인 표현까지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두 사람은 출연하고 있던 혹은 출연 예정 중이던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도 했다. 일부 남초 사이트(남성 유저의 비율이 높은 사이트)에서는 이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여성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본격적인 여성 혐오 논란과 논쟁이 시작됐다.

여성 혐오 사례 2 김여사, 김치녀, 된장녀
‘여혐’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 이미 인터넷상에서는 여성 비하적 발언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자국 여성들을 특정 단어로 싸잡아 희화해 표현하는 것을 마치 가벼운 농담처럼 죄의식 없이 써왔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운전에 서툰 운전자를 ‘김여사’라고 통칭하며 놀린다든가, 명품 백이나 커피 전문점의 고급 커피를 선호하면 ‘된장녀’라고 부른다든가, 혼수나 데이트 비용의 대부분을 남자가 감당하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를 문제 삼으며 우리나라 여성들을 ‘김치녀’라고도 표현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특정인의 경우를 일반화해 여성 전체를 비하한다는 점이다. 남자들에게 묻고 싶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당신의 주변에 있는 여성들의 상당수가 위와 같은 경우인지, 한국 여성이라 통칭할 정도로 많은 수가 존재하는지 말이다.

여성 혐오 사례 3 여성 비하 없으면 힙합이 안 되나? ‘쇼미더여혐’
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출연 중인 래퍼들의 노래에는 성적인 가사들이 넘쳐난다. 예를 들어 ‘벌써 배부른 소리 Bitch 명기 속이 좁아 / 난 편식 안 해 김태희처럼 비위가 좋아’(서출구), ‘넌 속사정 하지만 또 콘돔 없이 / 때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난자같이’(이현준), ‘MINO 딸내미 저격 /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송민호), ‘중학교 1학년 때 내 짝꿍은 유방이 컸지 XXX’(블랙넛). 이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힙합은 원래 그런 것’, 스웨그(‘약간의 허세’라는 뜻의 힙합 용어)를 왜 이해하지 못하나?’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가사가 라임도 뛰어나지 않고 단어 선택이 그다지 기발하지도 않은데 여성 비하 내용만이 강조돼 듣는 이를 불쾌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산재한 정치 사회적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여성에만 매달려 ‘중2병’스러운 허세를 부리며 디스를 해야 했을까? 이런 소재를 두고 15세 관람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성 혐오 어디서부터 오나?
여성 혐오가 사회 전반의 정서를 지배한다고 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남성은 여성을 그들과 동등한 동반자로 보고 있다. 여성 혐오자들의 행동과 말이 더욱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일고 있는 여성 혐오 심리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 심리학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최명기 소장은 사회문화적 배경의 변화로 오는 불안감에서 그들의 여성 혐오가 시작된 것이라 분석했다.

첫 번째, 성장 환경에서의 남존여비
여성을 혐오하는 이들 중에는 남성 우월주의 성향이 선천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성장 과정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다.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은 어려서부터 형성된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는 것을 보면서 자라는 남성은 어머니가 한없이 불쌍하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느새 자신도 아버지를 닮아간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면서 하던 말을 어느새 여자친구에게 하고, 아내에게 하게 되는 것이다.

연령이 높은 이들 중 여성 혐오 심리를 갖고 있는 이들은 과거 남존여비의 사회 분위기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과거에 남자가 여성에게 다정하게 대하면 놀림을 받고 남편이 아내를 존중하면 공처가라고 얘기를 듣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남성 우월주의와 남존여비 사상을 가진 일부 남성들이 현 사회의 구조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그 불만이 여성 혐오의 심리로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여혐’ 심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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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희미해진 남아 선호 사상에 대한 불안감
남아 선호 사상의 시작은 이렇다. 사회가 불안정할 때는 생존이 최우선이 된다. 그리고 후손을 남기는 것이 생존의 가장 큰 목적이 된다. 후손을 남긴다는 것은 결국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다. 아이의 유전자 중 절반은 아버지로부터 오고 절반은 어머니로부터 온다. 그런데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우수한 전달체다. 여성은 가임 기간 중에 계속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고 가정해도 한정된 수의 자녀에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다. 10개월 간 임신과 출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유를 하는 동안에도 임신을 하지 못한다.

반면 법적, 사회적, 윤리적 제약이 없다면 남성은 유전자를 훨씬 더 많은 자식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까지 살지 모르는 불안정한 사회에서는 보다 확실하게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는 남자아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그건 옛날이야기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사회가 안정화되면서 생존을 위해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남아 선호 사상이 감소한다. 요즘은 오히려 다양한 이유로 여자아이의 탄생을 더 축복하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가슴 깊이 뿌리내려졌던 남아 선호 사상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남성들의 불안감으로 여성 혐오 감정이 싹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 번째, 노동력이 불필요한 산업사회의 기득권 유지
육체노동이 주를 이루는 사회에서는 남성은 밖에서 임금노동을 하고 여자는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졌다. 만약 여성이 집에서 쫓겨났다면 일할 곳이 없다. 따라서 남성에게 귀속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산업사회로 인해 기계가 노동을 대신하며 남성의 노동 가치는 줄어들었다. 반면 문명화 사회가 될수록 정신노동, 감정노동이 증가했고 따라서 여성의 노동 가치가 증가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남자들이 일할 곳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 중에서는 여자들이 자신들의 기회를 차지한다는 피해의식을 지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것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것이다. 타고나기를 마초로 태어난 이들은 이런 경향이 더욱 많다. 과거 같으면 당연하다고 여길 남성들의 말과 행동이 지금은 여성 혐오로 간주된다.

여성 혐오,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여성 혐오는 다양한 심리 상태에서 발현된다. 그러나 그 기저에는 불안정한 사회에 대한 불안 심리가 숨어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전문가는 남성과 여성 모두 사회적 만족도가 높아진다면 이성 혐오증은 자연스레 잦아들 것이라 예측했다.

또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와 논쟁은 그만큼 우리의 남녀평등 의식이 향상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과거에도 여성 비하나 혐오 발언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가벼운 농담으로 치부하거나 그다지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얼마 전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여성은 축복받은 존재다. 모든 예술가에게 큰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인에게 시를 쓰게 하고 모든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모든 가수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여성은 창작을 위한 도구나 객체가 아닌 주체적 존재다”라는 의견을 제시한 네티즌에게 그는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고 소통에 나서는 등 발 빠르고 적극적인 대처로 해당 논란을 종식시켰다. 이런 태도는 어쩌면 여성 혐오 이슈를 바라보는 하나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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