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웅규(생활 자료 수집가, 65)의 ‘소중한 옛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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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웅규(생활 자료 수집가, 65)의 ‘소중한 옛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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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자료 수집가인 최웅규 관장은 인천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차이나타운 근방에 있는 ‘인천근대박물관’이 그 주인공. 좁은 공간에 물건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어 마치 다락방 같은 아늑한 느낌이 든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진귀한 생활 자료들로 가득한 이곳은 모든 걸 마음껏 만져보고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다. 최 관장은 40여 년간 수집해온 끝에 2010년 박물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우아하게 나이 들기]최웅규(생활 자료 수집가, 65)의 ‘소중한 옛 가치’

[우아하게 나이 들기]최웅규(생활 자료 수집가, 65)의 ‘소중한 옛 가치’

“처음엔 흔히 ‘앤티크’라고 하는 골동품부터 모았어요. 아버지께서 체계적인 수집가는 아니셨지만 수석, 난 등을 모으셨거든요. 그걸 보고 자란 저 역시 골동품 가게를 드나들면서 도자기나 그림을 수집하기 시작했죠.”

35년 전 차이나타운의 이국적 매력에 반한 최 관장은 인천에 둥지를 틀고 화랑을 운영했다. 점점 우리 주변의 생활 자료로 수집 범위를 넓혀갔고, 몇 번의 전시회를 열었다. 나름의 전문성을 갖게 된 그는 결국 인천의 개항 자료가 중심이 된 박물관의 문을 열기에 이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는 어려웠던 지난 과거를 천대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계속 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자주 가던 골동품 가게에서 상태 좋고 헐값인 옛 교과서가 몇 년씩이나 팔리지 않는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교과서를 모으기 시작했죠. 그 이후엔 도시락, 교복, 태극기 등을 모았고요.”

그는 국가적 행사나 사회적 변화가 담긴 사료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자료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물건을 모으는 것이 생활 자료 수집의 시작이라고.

“어린 시절 받았던 상장과 하루하루를 기록했던 일기장은 함부로 버릴 게 아니에요. 전 할아버지의 명함과 아버지 인감도 갖고 있어요. 아내 사원증이나 아들 표창장 등도 모았죠. 이렇게 쌓인 것들은 세월이 흘러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기록이 되기도 하고요.”

매일 마주하는 물건들이 싫증 날 법도 하지만 항상 친근감이 느껴진다는 최 관장. 전시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자료가 창고에 쌓여 있다며 아쉬움을 내비친다. 앞으로의 큰 계획을 말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박물관을 몇 개 더 열고 싶어요. 성냥 박물관, 사진엽서 박물관 등 아이템이 정말 많거든요. 이미 건물도 하나 사놨어요. 아마 2, 3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옛 물건들을 보고 그 안에 녹아 있는 우리의 과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 노도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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