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비, 요즘 시대 명절 매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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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가족이라도 해서는 안 될 ‘말과 행동’ 있습니다!

추석이 돌아온다. 즐겁고 행복한 명절이어야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광고 속의 카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집안마다 가사 분담부터 종교 문제, 고부간 갈등까지 사소한 말 한마디가 9시 뉴스 방송 타기 직전의 일촉즉발 큰 사건 사고로 이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번 추석, 말도 행동도 조심해서 무사히 넘겨보자! 제발!

추석 대비, 요즘 시대 명절 매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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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니를 언니라 부르지 못하고 오빠를 오빠라 부르지 못하네?!”
촌수 정리 확실히 해서 바르게 부르자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 작은아버지인 숙부에 큰아버지인 백부까지 요즘 촌수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또 모르면 어떤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자세히 다 나온다. 심지어 가족 촌수와 호칭을 알아보는 다이어리 형식의 프로그램도 있다. 문제는 호칭을 몰라서가 아니다. 미묘하고 은근한 가족 간의 기 싸움과 앙금 등을 서로를 부르는 호칭에 담아 우회적인 방법으로 표시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주부 A씨는 결혼 10년 차지만 하나밖에 없는 시누이에게 단 한 번도 ‘올케언니’ 혹은 ‘새언니’라고 불려본 적이 없다. 늘 호칭이 생략된 채 용건을 말하거나 꼭 불러야 할 경우라면 “거기는 어떻게 할 거야?”라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결혼 10년째 시누이에게 ‘거기’였던 셈이다. 이유도 단순하다. 올케가 자신과 동갑이란 이유로 언니라고 부르기 싫다는 것이다. 결혼 초에야 어색해서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결혼 10년 차에 다다르니 명절 때마다 만나는 시누이에게 ‘거기’라고 불리는 데 여간 신경이 곤두서는 게 아니다. 시부모님이나 남편에게도 말해봤지만 “타이르겠다”, “쟤 성질이 저 모양이다. 네가 참아라”라는 식으로 넘어가니 더는 말하기도 뭣하다. 집안마다 이런 사례가 하나씩은 있다. 그리고 하나같이 “어색해서”, “습관이 돼서”라고 한다. 그러나 핑계는 대지 말자.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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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결혼 전 반대표를 행사했던 며느리에게 살갑게 ‘며늘아기’라고 한 번도 부르지 않은 시어머니이신가요?
2 처가의 나이 어린 큰형님을 하대하는 작은동서이신가요?
3 늦둥이 막내삼촌과 동갑이어서 “야, 자” 하는 큰조카이신가요?
4 결혼한 장성한 조카들에게 아직도 “야, 계집애, 저 자식” 하는 작은아버지이신가요?
5 맏형님에게 “누구씨!” 하고 이름을 부르는 나이 많은 작은동서이신가요?

2 “하나님부터 부처님, 공자님까지 다 좋은 분들인데 왜 이래?!”
종교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말자
제아무리 가족이어도 할 말과 안 할 말이 있다. 나라님들이 만나는 각국 정상회담에서도 날씨 얘기 하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주 예수를 믿으라고요? 아니면 지옥 간다고요? 추석에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주고받을 말은 아닌 것 같지 않은가. 종교 문제는 지극히 개인의 신념과 선택의 문제다. 천국과 지옥의 생사가 달린 거라면 더더욱 개인이 알아서 간절히 바랄 일이다. 시어머니나 큰형님, 당숙모가 할 소리는 아니다. 그러니 명절날 집 안을 전도의 장으로 만들지 말지어다!

명절에 절대 화제에 올리지 말아야 할 금기 주제가 바로 종교와 정치다. 믿는 집안에 안 믿는 자가 들어왔다고 혀를 끌끌 찬다거나 차례상 차려놓고 절 올리는데 이단이니 마귀니 운운하는 것은 화가 나다 못해 슬퍼지는 한 단상이다. 또 시국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싸우자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주제에 관한 한 매너랄 것도 없다. 그냥 아예 입에 올리지 말자. 참견하지도 말자. 그리고 솔직히 하나님부터 부처님까지 다 좋은 분들 아니신가? 좋은 분들 믿는 사람답게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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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우상숭배 운운하며 차례 준비는 안 하고 훈계하는 며느리이신가요?
2 문화재라며 감언이설로 굳이 불상 앞에 절을 하게 하는 시어머니이신가요?
3 용돈도 아니고 전도지나 성경을 선물로 준비해오신 큰아버지이신가요?
4 요새 젊은 것들은 다 빨갱이들이라며 싸잡아 욕하는 고모부이신가요?

3 “어머님 딸은 어머님만 보고 싶은 거거든요?!”
며느리 빨리 보내고 딸 늦어도 기다리지 말자
우리 식구들이 아직 다 안 모였단다.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야 한단다. 아니, 누가 더? 그래, 시어머니 기준에선 아들, 딸, 며느리, 사위까지 다 모여야 비로소 명절에 가족이 다 모인 거다. 그러니 명절날 당일이건, 그다음 날이건 가족이 ‘모두’ 모이기 전까지는 시어머니에게 명절이 끝난 게 아니다. 부엌에서 동동거리는 며느리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늦어지는 딸을 기다리느라 애가 탄다. “왜 애를 아직도 안 보내느냐”, “사다 하지 요새 누가 집에서 전까지 부쳐가며 차례를 지내느냐”라며 사돈댁 타박까지 하신다. ‘어머님! 그거 지금 누구 들으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속에서 화가 치민다. “어머님 저는요?!” 하고 조심스레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면 “걔는 너랑 다르단다. 할 줄 아는 게 없단다. 일을 한단다”라는 혈압이 높아지고 심박동이 빨라지는 화병주의보 어록이 쏟아진다. 친정에 언제 가냐고 묻는 말에는 무조건 “○○이 얼굴 보고 가라”라고 한다. 어머님, 어머님 딸이 보고 싶은 건 어머님뿐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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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며느리는 친정 안 보내면서 시집간 딸만 기다리고 있는 시어머니이신가요?
2 딸은 일 안 시키고 며느리만 일시키는 시어머니이신가요?
3 처갓집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거실 소파 차지한 채 쿨쿨 잠만 자는 남편이신가요?
4 큰형님은 부엌에서 동동거리는데 둘째라고, 셋째라고, 막내라고 먼저 친정 가는 동서이신가요?

4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뭐가 안 취해?!”
그만 마시라고 하면 술잔을 놓고 멈추자

술은 멋진 독이다. 잘 마신다면 분위기를 한층 즐겁게 만들어주는 촉매제이지만 잘못 마시면 만고의 원수가 따로 없다. 차례상의 음복 한 잔으로 시작한 술이 커다란 정종 한 병에 집에 숨겨둔 양주 두어 병을 비우게 만들고, 어느새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멱살잡이를 하게 만든다. 술은 쓸데없이 용기도 준다. 속에 켜켜이 쌓아두고 숨겨둔 말들, 옛 상처, 지난 일들을 술의 힘을 빌려 그야말로 술술 나오게 해 감정도 상하게 하고 상처도 주고 심지어 의절하게 만든다. 아니, 의 상할 것이 무서워 명절에 술 한 잔도 못하냐고? 물론 해도 된다. 해도 되는데 주변에서 “그만 마시라”라고 할 때 술잔을 놓을 수 있으면 된다. 그게 행복한 적정량이다. 술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안 취했다고 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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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술 먹고 싸운 전력이 있는 처남이신가요?
2 명절을 빌미 삼아 은근슬쩍 금주령을 푸시려는 삼촌이신가요?
3 어른들 앞에서 작정하고 술병을 따는 고모이신가요?
4 일단 술이 들어가야 말이 나온다는, 평소 단답 침묵형 사위이신가요?

5 “울상에 죽상 며느리, 명절 시댁이 초상집인 거니?!”
1등 며느리 욕심 내지 말고 도리만 하자
명절과 며느리라…. 떼려야 뗄 수 없는 철천지원수 같은 관계다. 세상천지가 다 아는 사실이다. 오기 싫은 시댁 왔다는 것, 하기 싫은 일 한다는 거, 보기 싫은 시댁 피붙이 본다는 거, 모르쇠 남편 답답한 거, 밉상 동서 짜증나는 거, 다 안다. 그러니 그렇게 울상에 죽상을 하고, 건드리면 다 끝장내주겠다는 결연한 표정은 좀 풀자. 며느리 힘든 거야 전통의 고충이라 모두 알아주지만, 요즘은 시집살이가 아니라 며느리살이로 빠르게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자. 시어머니도 누군가의 딸이고, 그녀에게도 친정이 있다.

1시간을 머무르든, 명절 연휴 3일 내내 눌러앉든 좀 웃자. 가족관계도 엄연한 사회생활이다. ‘기브&테이크’라고 했다. 세상사가 한 사람의 절대 악으로 휘둘리는 게 아니다. 그리고 필요 이상 잘하려고도 하지 말자. 힘에 부쳐서 스트레스만 받고, 잘해서 돌아오는 건 서운함뿐이다. 몰라주는 서운함 말이다. 시댁 식구들이 며느리 인생에 중요한 타자가 돼서는 안 된다. 엄청나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러려니 넘기고 흘리자. 인생의 지혜가 별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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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누구 하나 건들기만 해봐라 하고 얼씬도 못하게 무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며느리이신가요?
2 음식 다 만들면 도착하는 며느리이신가요?
3 오로지 친정 갈 궁리만 하는 며느리이신가요?
4 잘하려고 헌신해도 몰라주는 시댁 식구들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며느리이신가요?

6 “어렸을 땐 참 예뻤다니요? 그럼 지금은요?!”
초등학생, 중학생 어린 조카들에게는 칭찬만 해주자
명절이 힘들고 상처받는 건 비단 어른들만이 아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어린 조카부터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 큰조카까지 괴롭기는 매한가지다. 어린 조카들에게 특히 말조심, 행동 조심 해야 한다. 막 자라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상처가 깊고 오래간다. 짐작하겠지만 특히 성적이나 공부 얘기는 묻지도 말고 궁금해하지도 말자. 아이가 잘하고 있거나 좋은 소식이 있다면 듣기 싫어도 이미 부모들이 자랑해 익히 들었을 것이다. 말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공부 잘하니? 몇 등 하니? 그 특목고 준비한다더니 원서는 냈니? 어느 학교 다니니? 운동을 시킨다니 영 공부에 소질이 없나 봐?” 등등의 말은 삼가자.

또 아이들 외모에 대해서도 함구하자. 집안의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 옷차림부터 성격, 몸무게까지 어쩜 그렇게 상세하게 브리핑을 하시는지, 참견하기 좋아하는 친척들이 재미 삼아 던지는 공깃돌에도 아이들은 큰 상처를 받는다. 그러는 어른들은 몸짱에 얼짱, 명문대 스펙까지 갖춘 엄친아, 엄친딸들이신가요? 절로 반문이 든다. 또 어김없이 등장하는 어른들의 유형은 청학동 훈장님 납신 것처럼 예의범절 운운하며 사사건건 참견하고 훈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친척일수록 용돈 인심도 야박하다. 아이들도 알 건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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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어렸을 땐 참 예뻤는데 영 예전만 못하다고 말하는 작은엄마이신가요?
2 몇 살이니, 몇 학년이니, 네가 둘째니? 하고 매년 묻는 이모부이신가요?
3 밥 좀 더 먹어라, 왜 더 안 먹니? 밥상에서 잔소리하는 할머니이신가요?
4 네 언니(형)는 안 그랬는데, 넌 왜 그러냐고 묻는 삼촌이신가요?

7 “취직됐으면 어련히 얘기 안 할까요?!”
취직은 됐다는 말을 듣는 거지, 됐냐고 묻는 게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 취직은 어렵다. 과거 호시절처럼 눈 낮춘다고 들어갈 데가 막 나오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세상 변한 줄 모르고 취업 준비하는 자식에게, 동생에게, 조카에게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또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다. 취직시켜줄 거 아니면, 용돈이라도 넉넉하게 줄 거 아니면 잠자코 있자.

이 땅에서 가장 괴롭고 명절이 두렵고 무섭기까지 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취업 준비생들이다. 답답해도 그들이 가장 답답하고, 불안해도 그들이 가장 불안하다. 위로는 못해줄망정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니?”라고 꼬치꼬치 캐묻지 말자. 계획을 세우지 못해 백수로 눈치 보며 취업 준비하고 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어른답게 행동하자. “아직도 구직 중이니?”, “누구는 어디 들어갔다던데 들었니?”, “기술이 최고다. 기술 배워라” 등등은 언어폭력이다. 다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면, 더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명절이 두려운 취업 준비생을 위해 국민 매너로 지정이라도 해야 할 듯싶다.

Check List! 혹시 내가?
1 취업할 마음은 있는 거냐고 걱정해주는 척 묻는 큰엄마이신가요?
2 부모님 고생하는 건 안 보이냐고 야단치는 외삼촌이신가요?
3 외모도 경쟁력이라며 좀 가꾸라고 타박하는 고모이신가요?
4 이래 가지고서는 결혼이나 할 수 있겠냐고 빈정거리는 할아버지이신가요?

8 “동서, 결혼 10년 차가 넘어가는데 뭘 그렇게 아무것도 몰라?!”
못하면 할 줄 아는 거라도 확실하게 돕자
손아랫동서가 셋이요, 손맛 좋은 시어머니에 시누이가 둘, 젊은 작은어머님이 계시는데도 부엌에서 일할 사람은 큰며느리인 나뿐이다. 아예 내 일 아니요, 하고 거실 소파 차지하고 있는 시어머니나 작은어머니, 시누이는 포기했다고 치고! 위아래 네 명의 동서들의 주부 경력을 합하면 도합 50년은 거뜬히 넘을 텐데, 어쩜 하나같이 “어머! 저는 잘 못해서요~”일까. 평소 밥 안 먹고 사나? 한국 사람이 아닌가? 어디 손을 다치기라도 했나? 한 명은 “잘 못한다”라고 빠지고, 또 한 명은 “형님이 잘하시니까” 하고 빠지고, 마지막 한 명은 “할 줄 아는 것 없으니 설거지나 할게요” 하고 빠진다.

자기들 부엌이 아니니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 하고 좋게 마음을 먹으려 해도 바쁜 명절에 작심하고 그러는 것 같아 얄미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식탁에 앉아서 쉬엄쉬엄 파를 다듬고, 조카들과 수다 떨며 다 준비해놓은 전 뒤집고만 있는 동서들을 보고 있자니 되레 시어머니 시집살이가 마음은 편하겠다 싶다. 그나저나 동서! 일은 돕지도 않고 음식 조금만 하자고 하더니 먹기는 제일 많이 먹고, 또 남은 음식은 다 싸가겠다고? 아아, 동서들이여! 집에서도 상도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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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집안 실세 시어머니에게만 딱 붙어 비위 맞추는 동서이신가요?
2 짜다, 싱겁다, 우리 집은 이렇게 안 한다, 하고 맛 판정하는 동서이신가요?
3 설거지는 하겠다고 하더니 차례 지내자마자 친정으로 부리나케 내빼는 동서이신가요?
4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도통 배우려고도 들지 않는 동서이신가요?

9 “내가 고아도 아니고, 우리 친정집은 아예 잊은 거야?”
남편들이여, 명절만큼은 아내의 눈치를 보자
어느 해인가 추석 연휴가 끝난 날 한 지방법원에서만 55쌍의 부부가 이혼을 신청하는 기록을 세웠다는, 보고도 믿기지 않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그만큼 명절은 부부에게 위기의 행사다.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아내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남편들은 자신들은 뭐 편한 줄 아느냐고 억울해하지만 말고 아내의 편을 확실하게 들어줄 필요가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명절은 여자에게 큰 부담이고 가장 큰 고생을 요구한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아내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너그러운 이해가 필요하다.

부모님 비위 맞춰 맞장구 쳐준다고 아내의 험담을 같이한다거나, 부엌에서 동동거리는 아내는 안중에도 없이 고스톱이나 치면서 술상 대령을 요구한다면 이미 위험 경보가 울린 거다. 아내에게도 가족이 있거늘, 시집간 누이들은 왜 아직 안 오는 거냐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서 처갓집 갈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면? 또 6, 7시간씩 막히는 도로 위에 같이 있었는데 자기만 피곤한 듯 연휴 내내 안방 차지하고 잠만 자는 남편이라면? 모두가 야속하긴 마찬가지다. 명절에만 점수 따도 향후 1년이 편안할 수 있다. 명절만큼은 아내 위주로 말하고 생각하자. 우리나라의 명절이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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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List! 혹시 내가?
1 그만 마시라는 아내의 경고에도 모르쇠, 만취가 돼 처가에 못 가는 남편이신가요?
2 아내와 상의 없이 부모님 이하 전 가족에게 용돈을 마구 뿌리는 남편이신가요?
3 “당신네 집은 어쩌구” 하며 처가 무시하는 말을 하는 남편이신가요?
4 오로지 자기네 부모, 식구들 편드는 게 도리라고 생각하는 남편이신가요?

10 “결혼부터 출산까지 참견하는 당숙모, 님좀짱?!”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참 대단한 나라다. 학교에 다니면 어디를 다니느냐고, 학교 졸업하면 취직 언제 하냐고, 결혼 안 하면 대체 언제 결혼하느냐고, 결혼하면 언제 애 낳느냐고, 애를 낳으면 둘째 낳으라고, 둘째 낳으면 집은 샀느냐고, 얼른 기반 잡으라고…. 아아, 이놈의 도 넘은 오지랖은 끝도 없다. “이럴 거면 아예 대신 살아들 주시지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꼬치꼬치 호구 조사부터 상황 조사에 사연 조사까지 하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집안 어른들. 그러고 나서 위로라도 해주면 다행이게.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느냐”라며 타박이 시작된다. 맘에 들지 않는 구석이라도 있으면 싫은 소리를 하다 기어코 즐거워야 할 명절에 집 안에서 큰소리 나게 만든다. 가뜩이나 근심이 많은 불임 부부에게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거야?”라고 꼭 물어야 할까. 혼기를 놓친 사람에게 “평생 혼자 살래?”라고 말해야 할까. 아들형제 잘 키우고 있는 사람에게 “아들 둘은 목메달이래! 딸을 낳아야 금메달이지~” 같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해야 할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은 만고의 진리다. 한 번쯤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Check List! 혹시 내가?
1 손자나 손녀, 성별을 따지며 임신 출산을 종용하는 시어머니이신가요?
2 혼자 올 거면 명절에 집에 오지도 말라는 아버지이신가요?
3 영구 불임이면 입양 생각도 해보라며 안드로메다급 오지랖을 시전하는 당숙모이신가요?

Expert Interview
“명절, 가장 좋은 대화는 오히려 쓸데없는 말을 나누는 것”
김대현(소통 전문가, 한국가정문화연구소장)


추석 대비, 요즘 시대 명절 매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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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 명절의 많은 단상들을 보면 왜 그렇게 사람들의 말주변이 없을까 싶다.
옛날부터 잘못 배운 말투들이 문제다. 그걸 끊어야 하는데 그게 스스로 끊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과거에야 “직장 어떻게 됐니?” 물으면 “네, 어디 들어갔어요” 대화가 이랬다. 왜? 취직이 쉬웠다. 그런데 요즘은 아니다. 다 어렵다. 어른들은 여전히 옛날 생각해서 말을 한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관심의 표현이다. 그러나 요즘 세대와는 맞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Q 명절에는 어떻게 말해야 할까? 전문가로 조언해줄 만한 대화법은?
대화법이라니? 그냥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최고다!(웃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대화는 쓸데없는 대화다. 명절에 모이면 그냥 쓸데없는 말들을 주고받아라. 명절에 쓸데없는 말을 하라고? 그건 가족 간에만 할 수 있는 말이다. 나도 명절에는 TV 보면서 그런저런 얘기나 한다. 아이들하고도 공부가 아닌 야구 얘기나 하면 된다. 그럼 행복하고 다들 편안하다.

Q 개인적으로 명절에 듣기 싫었던 말이 있었나?
외국에서 공부하던 큰아들이 군 문제 때문에 귀국했다. 아들 녀석 딴에는 계획이 있어 입대를 미루고 뭔가를 하고 있었는데 장인어른 보시기엔 그게 마냥 놀고 있는 거였다. 명절에 만났는데 “왜 애를 빨리 군대에 보내지 안 보내느냐”라고 성화셨다. 다 자기 계획이 있으니까 걱정 마시라고 했더니 그래도 어른이 말해서 빨리빨리 잡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셨다. 또 처가 어른 중 한 분이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내 아내에게 “이 계집애”라고 편하게 부르는데, 남편 입장에서 참 기분 안 좋더라.

Q 이쯤 되면 말로 상처를 잘 주는 민족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말을 제대로 해오지 않아서 그렇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발전한 나라가 아니다. 일방적인 지시만 있었다. 조회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12년간 들었어도 그거 기억나는 것 있냐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역으로 보자면, 교장선생님은 그 훈화 말씀 준비에 얼마나 공을 들이셨겠는가. 그런 좋은 말도 안 듣는데, 집에서 어른들이 하는 말이야 더 언급해서 뭐 하겠나. 그런데 여기서 하나만 기억하자. 그분들도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거. 진심까지는 의심하지 말자.

Q 무엇인가 달라져야 할 때가 온 것 같긴 한데?
일단 말투부터 바꿔야 한다. 문제는 대부분 폭력적인 대화에서 시작된다. 즉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언어 때문에 사달이 나는 것이다. 지금의 어른들이 착한 말투로 바꿔서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착한 말투라는 것이 별게 아니다. 아들이 얼마 전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를 분양 받아왔다. 착한 말은 “네가 우리 나나를(강아지 이름) 분양 받아온 것은 참 잘한 일이야”다. 나쁜 말은 “어디서 개는 잘 골라오네?”이다. 가정의 폭력이 대물림되는 것처럼 말도 똑같다. 그러니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바꾸기 힘드니 아빠, 엄마들이 말투를 바꿔야 한다.

Q 우리나라 명절 문화, 어떻게 바뀌어가야 할까?
얼른 모였다가 빨리 헤어지자(웃음). 좁은 데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명절이라고 모여 있다 보면 없던 짜증도 난다. 대신 평소에 잘하자. 또 너무 집밥 따지지 말고 외식도 하고 가족끼리 영화를 보러 간다든지 이벤트를 만들자. 요즘은 명절 연휴에도 영업하는 곳이 많다. 그런 것 하나가 별거 아니어도 집안 가족을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이소현, 경향신문 포토뱅크 ■도움말 / 김대현(한국가정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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