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경의 ‘둔감력’(신문기자, 56)

우아하게 나이 들기

유인경의 ‘둔감력’(신문기자,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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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경의 젊은 시절은 전쟁과도 같았다. 정글 같은 회사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 사표를 쓰다 지웠고 남편의 사업 부도와 시어머니의 중풍, 친정엄마의 치매를 한꺼번에 겪으며 글을 쓰고 딸을 길렀다. 크고 작은 인생의 파도를 지나 50대 후반을 맞이하고 있는 그녀가 요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 정도가 어디야, 딱 좋아.”

[우아하게 나이 들기]유인경의 ‘둔감력’(신문기자, 56)

[우아하게 나이 들기]유인경의 ‘둔감력’(신문기자, 56)

“정신없이 젊은 시절을 보내고 40대 중반쯤 되니 홍수가 휩쓸고 간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평화로워지더라고요. 아무리 아등바등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그 와중에도 웃을 일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고맙게도 스스로를 들볶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뭐든 저에게 좋은 것을 생각하고 나쁜 일은 빨리 잊어요.”

그녀가 나이 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두 가지가 바로 ‘공감력’과 ‘둔감력’이다. 특히 안 좋은 일엔 무디게 반응하고 뭐든 둥글둥글하게 생각하는 둔감한 성격은 나이가 들수록 행운처럼 느껴진단다.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은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이라고 했잖아요. 나이가 드니 망각하는 능력도 필요하더라고요. 예민하게 날이 선 강퍅한 늙은이보다 웬만한 일엔 하하호호 웃어넘길 수 있는 귀여운 할머니로 나이 들고 싶어요.”

올 11월 신문사 정년퇴직을 앞둔 그녀는 회사 내 첫 여성 정년퇴직자라는 트로피를 얻는다. 앞으로 무얼 하며 살 거냐는 주위의 시선엔 ‘둔감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26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완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뿌듯하고 행복하다는 그녀에게 나이 듦은 두려울 것 없는 즐거움이다.

김옥순의 이타심(수녀, 74)
물 좋고 공기 좋은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요셉의 집은 1994년 2월 문을 연 ‘임종의 집’이다. 병들고 가난한 이들이 여생을 보내는 곳으로 지금까지 350여 명이 이곳에서 임종을 맞았다. 요셉의 집을 운영하는 김옥순 테레사 수녀는 이곳의 ‘마더 데레사’다.

[우아하게 나이 들기]유인경의 ‘둔감력’(신문기자, 56)

[우아하게 나이 들기]유인경의 ‘둔감력’(신문기자, 56)

“힘들다고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못하죠. 자식에게 버림받다시피 해서 이곳에 오는 분들을 보면 참 비참해요. 제가 그들이 삶을 편안히 마감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0대 중반까지 간호사였던 그녀는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수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죽는 날까지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사는 것이 그녀의 삶의 지향점. 병원비, 연료비 등으로 빠듯한 살림이 힘겹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갈 곳 없는 이들을 배부르고 등 따시게 할 수만 있다면 그 정도 고생쯤이야 달게 견딘다.

“힘없는 사람들을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내 부모 형제라고 생각하면 함부로 대할 수 없어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이 제 의무인 것 같아요.”

70대이지만 아직 펄펄한 테레사 수녀는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이들을 돌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언젠간 반드시 꿈이 이뤄질 거라며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은 해사한 소녀 같다.

■글 / 노정연·노도현 기자 ■사진 / 이소현, 경향신문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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