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작가가 조언하는 암흑의 사춘기 극복법

노경실 작가가 조언하는 암흑의 사춘기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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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고3 위에 중2가 있다”라고 말한다. 사춘기는 그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모든 것을 이해받지만,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 때문에 모든 것을 오해받는다. 동화작가이자 현장 문학가로 통하는 노경실 작가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엄마들이 바라는 것은 한 가지예요. ‘내 아이가 잘되는 것!’ 여태까지는 잘되는 기준은 아이가 공부 잘해 명문대에 진학하고, 좋은 직업을 갖는 등 외적인 부분에 치중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시선이 엄마로 향해야 할 때입니다.”

노경실 작가가 조언하는 암흑의 사춘기 극복법

노경실 작가가 조언하는 암흑의 사춘기 극복법

동화작가 노경실(56)이 에세이 「엄마만 모르는 것들」을 펴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출간된 교육서와는 가는 방향이 다르다. 따라 하면 되는 단계별 교육이나 지침이 없다. 물론 강요도 없다. 엄마들을 그저 조용히 사유하게 만든다. 책에는 지난 15년 동안 쌓은 내공이 오롯이 담겨 있다. 「노경실의 세상을 읽는 책과 그림 이야기」, 「동화책을 먹은 바둑이」, 「어린이 인문학 여행」 등을 쓴 작가는 왕성한 창작과 번역 작업을 하는 한편 전국의 초·중·고 교실과 수많은 강연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나왔다. 오랜 강연과 상담에 작가적 경험이 더해져 감정의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짚었다. 힐링 전도사라는 말은 허명이 아니다. 노 작가는 공감받은 엄마만이 아이와 교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엄마를 믿고 따르는 아이를 만들며, 아이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목표를 심어준다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질풍노도의 사춘기는 말이다. 노 작가가 현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우리나라 중2가 무서워 북한도 쳐들어오지 못한대요!”라고 입을 모았다. 엄마들의 증언처럼 예쁘고 사랑스럽던 아이들은 사춘기를 만나며 두 눈에 힘을 주고 반항한다. “난 사춘기야! 난 중 2이야!”라고 소리치며 자신의 모든 것을 합리화하고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내가 그동안 키워왔던 아이가 저 아이가 맞나’ 하고 자문할 정도다. 엄마들은 강연을 들을 때는 웃지만 상담을 시작하면 운다. 자꾸만 슬퍼진다고 말한다. “아무 가치 없는 인생을 사는 것 같다”, “그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초라하다”라며 운다.

엄마는 누가 돌봐주나요?
“상담을 할 때도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요. 상담의 목적이 아이를 위한 거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엄마들의 대변인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진짜 행복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던 거죠.”

지금까지는 아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외로운지 이야기했다면, 이제부터는 엄마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이야기할 때라고 말한다. 노 작가는 ‘엄마와 구두 굽의 상관관계’를 언급했다.

“킬힐을 신는 엄마들은 없죠. 그녀들도 분명히 높은 굽 위에서 멋을 내며 살았던 적이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지금 신고 있는 신발 굽이 몇 센티미터인지 묻는 말에 엄마들이 ‘바닥’이라고 답하는데, 마음 한편이 아렸어요.”

아이들을 낳은 여자들은 하이힐이라는 천상계에서 플랫이라는 지상계로 내려온다. 바닥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다는 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으며 가족을 위해 매진했다는 증거다. 그렇게 일상의 바닥을 힘차게 뛰는 것이다. 둔탁한 엄마의 신발에는 눈물과 헌신이 깔려 있다. 아이들은 이런 희생을 바탕으로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엄마는 정작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여력이 없는 것이다. 지금 초·중·고 자녀를 둔 엄마들의 경우 사춘기 시절 부모에게 특별한 관리를 받아본 경우가 드물다. 공부를 하거나 삶의 현장으로 나가는 길을 닦으며 청춘을 보냈고, 결혼을 하며 남편과 아이에게 자신의 골든 타임을 쏟아 부었다. 사춘기라고 해서 부모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경험해본 적도, 배운 적도 없다. 트러블이 쌓이는데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 일상에서 꾹 참던 엄마들은 상담을 받으며 눈물을 훔친다.

“엄마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해요. 본인 때문에 아이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죠. 시험이나 진로 앞에서 엄마의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돼버려요.”

노 작가는 엄마의 어려움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엄마가 집에 있는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물건이 아님을 아이가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필요할 때는 엄마의 눈물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이가 힘든 것처럼 엄마도 힘들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다. 엄마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아야 소통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엄마가 할 테니 너는 공부만 해라’라는 식의 분위기는 사춘기 증상을 심화시킬 뿐이다. 모든 것들이 저절로 당연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아이도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게 된다. 아이보다 중요한 사람은 엄마다. 엄마는 아이를 살피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살펴야 한다. 엄마의 마음 상태도 스스로 살피고 돌봐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엄마의 마음을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돈으로 엄마를 살 수 있나요?
어렸을 때는 부모가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비교하지만, 사춘기에 이른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와 다른 부모를 비교한다. 경제적인 능력과 부모의 능력을 동일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를 낳아준 부모가 따로 있는데, 그 사람이 재벌이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도 아이에게 금이고 은이고 다 주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아이가 자랄수록 나가는 돈의 규모는 커질 뿐이다.

이제 먹이고 입히는 것만으로는 부모의 역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자식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세상이다. 돈만 있으면 부모 역할을 완벽히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늘 더 좋을 것을, 더 많이 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고 미안해한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줘도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더 쪼그라들고 작아진다. 자식에게 올인하느라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부모들도 수두룩하다. 노 작가는 동화작가답게 한 편의 이야기로 요즘 세태에 대한 진단과 해결법을 내놨다.

“수수께끼를 좋아하던 왕이 ‘내가 흙을 밟지 않게 사흘 안에 왕궁의 모든 바닥에 호랑이 가죽을 깔아라!’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명령을 지키지 못하면 엄벌에 처한다는 말에 신하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죠. 그때 한 아이가 ‘왕의 신발을 호랑이 가죽으로 만드세요! 그럼 온 세상을 돌아다녀도 호랑이 가죽을 밟을 수 있을 테니까요’라고 말했답니다.”

이 세상의 어떤 부모도 자녀에게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노 작가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이 끝도 없으면 미안한 감정만 쌓일 뿐이다. 엄마가 품은 미안한 감정을 아는 아이는 더 당당하게 요구하고, 그게 되지 않으면 원망하고 힐난한다. 호랑이 가죽으로 덮은 세상을 줄 것인지,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줄 것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호랑이 가죽 신발을 신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즉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신발을 신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성형으로 예쁜 눈을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만들어주는 것도 멋진 일이잖아요.”

엄마가 환경이나 세상의 편견에 휩쓸리면 아이의 세상은 풍랑이 몰아치게 된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가 살아가는 모습, 희로애락에 따른 웃음과 눈물, 때로는 삶에서 얻은 상처까지도 보여주고 생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큰 교육이다.

노경실 작가가 조언하는 암흑의 사춘기 극복법

노경실 작가가 조언하는 암흑의 사춘기 극복법

지켜보는 게 엄마 역할이라고요?
가장 가까운 것처럼 보이지만 부모와 자식처럼 어려운 관계도 없다. 떨어져 있어도, 붙어 있어도 문제다. ‘마마보이’나 ‘파파걸’ 혹은 ‘아들 바보’와 ‘딸 바보’라는 수식어처럼 자식 옆에 조금만 붙어 있어도 과보호라니, 애를 망친다느니 하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런데 조금만 멀어져도 무관심이나 방관, 자기 인생만 챙긴다는 식의 책망이 따른다. 부모로서 제대로 처신하기가 힘들다. 사람의 시선은 대부분 나이와 환경, 사회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자기 위치에 맞는 사물과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는 것이다. 물론 엄마의 온 시선은 아이를 향해 있다. 자신의 바람과 욕망을 품고 아이를 주시한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시선을 쏟는 것이다. 남편의 얼굴도, 형제들과 친구들의 변화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기주의와 극성이라는 불명예를 감수하면서까지 자녀를 바라본다.

“사춘기가 되면 마음의 탯줄을 잘라내야 합니다. 세상과 자연의 모든 일에 때가 있는 것처럼 완전히 붙어 있어야 할 때와 분리돼야 할 시기가 있죠. 사춘기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걸음 뒤에 떨어져서 지켜보는 것뿐입니다. 시기에 맞게 아이를 들판으로 홀로 내보내야 하죠.”

독립하지 못한 아이는 주체적인 인생을 살지 못한다. 스스로 내린 결정과 시행착오의 경험은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 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아이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하지만 알기 위해 부딪히고 생각하는 과정을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대부분 직업을 이야기해요. 자식이 안정되게 살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지만 직업이 최종의 꿈이나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하죠. 엄마들은 아이가 무엇이 되길 바라기 이전에 그것을 발판으로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노 작가의 지적에 뜨끔한 엄마들이 많을지도 모른다. 선생님이 되려면 다양한 아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인성부터 키워야 하는데, 요즘 그런 것에는 관심을 두는 분위기가 아니다. 교사의 안정적인 월급과 정년 보장을 최고의 장점으로 꼽을 뿐이다. 여교사는 시집을 잘 간다는 낭설에 혹하기도 한다. 직업을 목표로 삼으면 그것을 이룬 뒤에 방황하게 될 수도 있다. 부모의 참된 몫이란 아이가 인생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함께 협력하고 도움을 주는 항해사와 조타수 역할과 같다. 내가 지금 어딜 보고 있는지 생각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 물론 엄마의 기준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불완전해 보인다.

“이럴 때 아이의 첫 뒤집기를 떠올려보세요. 아이가 뒤집기를 하느라 애쓴 며칠이 지나고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면 부모는 환호성을 지르며 행복해하죠? 뒤집기를 하느라 치열하게 발버둥 치는 아이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었어요.”

접붙일 수 있는 튼튼한 엄마나무로
흔히 자식 키우는 것을 농사에 비유한다. 노 작가는 자식 농사에도 ‘접붙이기’법을 이용하라고 권했다.

“돌복숭아 줄기에 사과나무를 접붙이면 사과처럼 달콤한 복숭아 열매가 열리잖아요. 아이들도 이런 접붙이기 과정을 통하면 더 발전할 수 있답니다.”
말썽쟁이 아이의 교육을 모범생 삼촌에게 부탁해 일정 시간 함께 지내는 것도 일종의 접붙이기라고 볼 수 있다. 삼촌이라는 대목을 통해 나뭇가지가 물을 빨아올리는 여러 방법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는 부모님과 가정이라는 나무에 접붙이고, 조금 더 자라면 학교와 친구라는 큰 나무와 하나가 된다. 어른이 돼서는 스스로 이룬 가정과 일터에서 새로운 나무가 된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평생토록 자식에게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대목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늦어도 고등학생 정도가 되면 아이의 마음과 생각은 엄마에게서 완전히 분리된다. 엄마나무는 적당한 시기가 되면 아이의 나이와 성장에 따른 나무에게 인도해줘야 한다.

“꼭 잘나고 훌륭한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세상과 사람들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책이어도 좋고, 마음을 순화시켜줄 수 있는 봉사활동이어도 좋아요. 이런 대목들은 잘난 사람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긍정적인 영양과 영향을 준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쉼 없이 잘라지고 접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 혼자서는 더 큰 나무를 만들 수 없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시기에 맞게 아이의 줄기를 잘라내고 접붙이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엄마와 아이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아픔과 섭섭함, 미련, 안타까움 등의 감정들이 물밀 듯 밀려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다. 때를 놓치면 병든 가지처럼 말라버리거나 흙바닥에 버려질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튼튼히 뿌리내리는 나무가 되면 새들이나 쉬어가는 나그네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다. 어쩌다 인생 최대의 위기인 번개와 벼락을 맞아도 뿌리만 살아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 세상의 온갖 문제와 맞닥뜨려도 절대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하늘로 가지를 뻗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내 아이가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엄마인 자기 자신부터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엄마나무에게도 접붙이기가 필요하거든요. 더 좋은 엄마의 동의어는 ‘더 좋은 나’이기도 하니까요. 엄마도 어디에 접붙일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힘들고 아프더라도 삶의 방향을 인도해주는 나무와 접붙일 수 있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목이 될 수 있다. 가지치기와 접붙이기의 지혜는 엄마나무에게도 꼭 필요하다. 엄마가 튼튼하게 버텨줘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보라(프리랜서) ■사진 / 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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