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라 불리는 엄마들의 리얼 토크

‘맘충’이라 불리는 엄마들의 리얼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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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엄마가 어쩌다 벌레가 됐을까요?

아이 낳고 기르느라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수년을 살았다. 직장을 다니면 ‘독한 엄마’요, 전업주부면 남편 월급 축내는 ‘무능한 엄마’라는 모진 소리를 들어가면서 말이다. 그러다 갑자기 ‘맘충’이란 소리가 들려온다.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엄마들은 ‘맘충’이란 말이 처음엔 무슨 의미인지 몰랐단다. 맘충 세상을 사는 엄마들의 진짜 속내를 들어보자.

혹시 내가 맘충? 불안감도 들어
레이디경향(이하 Lady)
‘맘충’이란 말 들어보셨죠?
이미경(이하 미경) 저는 어렴풋하게 백종원씨가 출연하던 프로그램(‘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어요. 거기 채팅창이 실시간으로 뜨잖아요. 닉네임이 ‘○○맘’인 분이 채팅창을 도배하다시피 하면서 계속 자기 아이 이름 불러달라고, 안 불러주면 소통 안 한다고 불만을 써서 올렸어요. 그 이후로 맘충이란 말을 자주 쓰게 된 것 같더라고요.

Lady 공교롭게도 이렇게 만나는 날 ‘스타벅스 맘충’이란 제목의 사진이 인터넷상에 떠서 지금 난리가 났네요.

김우경(이하 우경) 저도 봤어요. 어떤 엄마가 스타벅스 머그에 아이 쉬를 시켰다고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머그가 아니고 종이컵 같던데요.

김정인(이하 정인) 맞아요, 테이크아웃 잔.

<STRONG><FONT color=#0084a0>이미경(43)</FONT> 6세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STRONG>
“엄마가 직업이었다면 정말 두 번도 생각 않고 사표를 냈을 거예요. 아이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애가 없는 상황과 있는 상황 중 고르라면 말이죠. 그 정도로 힘들어요.”

이미경(43) 6세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주부 “엄마가 직업이었다면 정말 두 번도 생각 않고 사표를 냈을 거예요. 아이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애가 없는 상황과 있는 상황 중 고르라면 말이죠. 그 정도로 힘들어요.”

미경 머그냐, 일회용 종이컵이냐가 문제가 된 게 아니라 장소가 문제였지 싶어요. 구석에 숨어서도 아니고, 매장 한가운데서 조심하는 기색도 없이 아이 쉬를 시켜서 그랬을걸요. 옆에서 커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은 되게 싫었을 거예요.

Lady 같은 엄마로서 그 사진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그게 궁금해요.

우경 저 같았으면 절대 안 그랬을 것 같아요.

미경 두둔이 아니라 사진 속의 엄마와 같은 아들 엄마라 그런지 상황이 짐작되긴 해요. 애들은 정말 참다 참다 나오기 직전에야 말을 해요. 그래서 저도 정신없이 풀숲에 들어가기도 하고, 차 안에 빈병이나 컵을 갖다놓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사진만 두고 말한다면 장소가 문제인 거죠.

Lady 이런 말도 하시더라고요. 엄마들 입장에서는 급하니까 옷에 싸거나 하면 바닥도 더러워지고 더 큰 민폐가 될까 봐 정신없이 응급 상황에 대처한 건데 그게 또 다른 민폐가 되는 것 같다고요.

일동 맞아요, 맞아.

우경 이래저래 엄마인 우리는 뭘 해도 민폐인 건가 싶어 우울해지더라고요. 속된 말로 진상이라는 사람들은 엄마여서 진상인 게 아니잖아요. 아빠도 있고, 아저씨도 있고, 회사원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 그중에 엄마도 있는 건데요. 유독 엄마들에게만 ‘진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같아서 요즘 너무 위축돼요.

정인 사실 저는 맘충이란 말을 들었을 때 그게 엄마들을 비하하는 말인지도 몰랐어요. 엄마들을 벌레라고 부르는 단어의 느낌은 왔는데, 그게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를 갉아먹는, 뭐 그런 엄마들을 일컫는 말인 줄 알았어요. 아이에게 너무 과한 교육을 시키거나 학대하거나 하는 거요. 그래서 처음에는 순진하게 나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나 돌아봤다니까요(웃음).

Lady 아,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군요.

정인 우리 아이가 원형탈모가 왔어요. 제 눈에는 진짜 빛이 나고 꿀이 떨어진다고 할 정도로 예쁘게만 보이고, 열심히 키운다고 키웠는데 어린아이에게 원형탈모가 생겨서 정말 충격을 받았거든요.

Lady 건강상의 문제로 원형탈모가 온 게 아니었나요?

정인 스트레스래요. 자유로운 아이였는데 제가 억압적으로 키웠나 싶으면서… 맘충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사실은 ‘내가 맘충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Lady 맘충이라는 단어를 알든, 모르든 엄마들 모두를 위축시킨 건 맞는 것 같네요.

우경 엄마란 존재는 잘해도 잘못해도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혹은 더 잘하고 싶다, 하는 그런 마음이 드는 거 말이에요. 그러다 또 다 내 탓인가, 다 나 때문인가 하는 자책도 하게 되고.

Lady 그런 가운데 맘충이란 폭탄이 펑 하고 터진 거네요.

우경 사실 저는 맘충이란 말을 듣고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사건들에 대해 들은 뒤 ‘어머, 혹시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 먼저 엄습하더라고요. 하도 정신이 없다 보니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나조차 믿음이 안 가는 거예요(웃음).

미경 안 그랬을 거예요! 우경씨는 우리 집에 놀러 와서도 자기 아이들 기저귀는 꼭 가지고 가요. 같이 애 키우는 입장이니 ‘내 아들도 똥 싼다. 그럴 것 없다. 우리 집에 버리고 가라’라고 해도 다른 집 휴지통에 버리는 건 실례라면서 가져가거든요. 하지만 애 안 키우는 집에 놓고 가는 건 실례가 될 것 같아요.

<STRONG><FONT color=#800080>김정인(46)</FONT> 2남 1녀 중 요즘 6세 막내아들을 돌보느라 바쁜 주부</STRONG>
“맘충? 아이에게 너무 과한 교육을 시키거나 학대해 아이를 갉아먹는, 뭐 그런 엄마들을 일컫는 줄 알고, 나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나 돌아봤다니까요!”

김정인(46) 2남 1녀 중 요즘 6세 막내아들을 돌보느라 바쁜 주부 “맘충? 아이에게 너무 과한 교육을 시키거나 학대해 아이를 갉아먹는, 뭐 그런 엄마들을 일컫는 줄 알고, 나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나 돌아봤다니까요!”

정인 애를 안 키워본 사람들은 정말 모를 거예요. 저도 안 그러려고 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있다 보면 ‘그래, 애만 안 잃어버리면 돼!’ 싶을 정도로 정신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애들이 더 어렸을 때는 어딜 가든 ‘그래, 빨리 가자, 빨리 먹자, 빨리 하자’ 싶어서 허둥대니까 지갑부터 휴대전화까지 여기저기 안 놓고 오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랬던 나라면 나도 어딘가에 아이 기저귀 쓰레기를 놓고 오지는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우경 솔직히 카페나 식당 테이블에 아기 용변 기저귀를 올려놓고 나오는 건 정말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중 누군가는 의도적이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전 맘충이란 말의 출현 자체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 사람들 서로 공격하고, 험담하고… 그 순서가 엄마에게까지 온 게 아닐까.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까지 비하해야 하는 분위기의 사회라면, 그게 건강한 것일까요?

나의 진상 엄마 경험담?!
Lady
‘맘충’이란 말이 엄마를 뜻하는 영어 단어 ‘맘(Mom)’과 벌레를 의미하는 한자 ‘충(蟲)’을 합성한 인터넷 신조어래요. 누리꾼들은 이 단어를 이기적인 부모를 지칭하는 데 사용하고요. 온라인에서는 고의적, 상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고요. 그렇다면 속칭 진상을 일컫는 말인데. 어떠세요? 엄마들이 본 진상 엄마에 대한 경험담이 있나요?

미경 지금 그 질문 받자마자 딱 떠오르는 일이 있네요(웃음). 새로 생긴 대형 마트가 장난감 코너를 아주 넓게 잘 꾸며놨더라고요.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큰 장난감을 직접 타고 놀 수 있게 해놓았고요. 그중에 로봇 자동차가 있었는데, 한 엄마가 자기 아이만 계속 태워주는 거예요. 우리 아들도 타고 싶다고 자꾸 조르고, 다른 아이들도 모여들어서 제가 줄까지 세웠어요. 그러고는 “차례차례 타자!” 하고 그 엄마 들으라고 일부러 크게 말해봤는데도 꿈쩍도 안 하더라고요.

Lady 설마 그런데도 안 비켜주던가요?

미경 네. 제가 참다 참다 화가 나서 직원한테 가서 얘기도 했어요. 이럴 거면 모래시계라도 갖다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요. 그래도 그 엄마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거예요. 직원이 그 엄마에게 가서 양해를 구하니 “여기 시간 정해져 있어요?”라고 되레 반문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자기 애가 그만 타고 싶어 할 때까지 더 태우고 갔어요.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렸어요. 직원들도 함부로 엄마들에게 제지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컴플레인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오니까요.

Lady 저도 컴플레인 관련해서 인상적인 목격담이 있어요. 아이 엄마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카페 직원에게 화를 내는데, 시종일관 모든 주어가 ‘우리 애’인 거예요. 그 범접할 수 없는 ‘우리 애’라는 철옹성 같은 오라라니. 그 ‘우리 애’를 위해선 뭐든 할 것 같은!

<STRONG><FONT color=#d15502>김우경(40)</FONT> 6세, 4세 자매를 키우고 있는 주부</STRONG>
“처음 든 생각은 ‘어머. 혹시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요. 하도 정신이 없다 보니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나조차 믿음이 안 가는 거예요.”

김우경(40) 6세, 4세 자매를 키우고 있는 주부 “처음 든 생각은 ‘어머. 혹시 나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이요. 하도 정신이 없다 보니 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 나조차 믿음이 안 가는 거예요.”

우경 엄마들 사이에서도 유독 ‘우리 애’ 하는 엄마가 있긴 해요(웃음).

정인 그런데 사람들이 경험하고 말하는 진상 스토리 속의 엄마들 중에 자신이 진상 짓을 했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한 사람도 없을 거예요. 물론 상습적인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순간 아이에게 집중하다 보면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지나고 나서 ‘아차’ 하는 거죠.

미경 유독 여자들에게 붙는 혐오 단어가 많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녀 같은 거 말이에요. 다 여자예요. 남자들이 술 먹고 진상을 피워도 그런 말 없잖아요. 아빠들을 일컫는 파파충은 왜 없는 거예요?

Lady 모 인터넷 카페를 보니 ‘나는 맘충이 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 해요!’라는 식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더라고요.

정인 엄마들끼리도 나는 아니다란 식으로 선을 그어버리는 건 맘충이란 말을 더 확고하게 하는 것 같아요. 이 사회에 맘충이란 말이 확산되면 엄마인 이상 다 벌레가 돼야 하는 거니까.

우경 문제 있는 엄마 옆에는 문제 있는 아빠가 있게 마련이에요. 결국 맘충이 아니라 부모충이 되는 건가요? 그냥 무개념 부모 정도가 맞지 않나 싶어요.

미경 전 그냥 그런 사람들의 성향인 것 같아요.

Lady 인터넷에 보면 여자가 결혼을 안 한다면 ○○녀, 명품 백을 사면 ○○녀, 애를 낳으면 ○충이라면서 한국 여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일동 싫다! 그리고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데!

Lady 맘충이란 단어를 처음 듣고 ‘혹시 나도?’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셨다고 했는데요. 어떠세요? ‘애를 키워보기 전엔 모른다’라는 말을 엄마들이 많이 하시잖아요. 엄마가 되기 전후의 가장 큰 차이랄까요?

우경 남이 먹던 건 절대 안 먹었어요. 그런데 애기가 남긴 밥은 꼭 먹어요. 그럴 때 ‘나 처녀 땐 안 그랬는데’ 싶으면서 ‘아줌마가 다 된 거구나’ 해요.

정인 저도 그래요. 특히 아침! 애들이 남기면 먹고, 아니면 안 먹지 날 위해 뭘 차리진 않아요. 또 저는 비위가 약해서 정말 우리 아이 똥도 더러웠어요. 냄새도 싫었고요(웃음). 그런데도 내 아이인지라 싫어도 맨손으로 물로 싹싹 씻기고 했어요. 다 하는 거지만 ‘와, 이렇게 싫은데도 내 아이라서 깨끗하게 해주려고 닦이고 씻기고 하는구나’ 했죠.

‘맘충’이라 불리는 엄마들의 리얼 토크

‘맘충’이라 불리는 엄마들의 리얼 토크

우리들을 위한 우리들의 변명
미경 결혼해서도 아이를 좀 늦게 가져서 남편과 둘이 여유롭게 살았어요. 청바지도 몇십 만원짜리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입었고요. 저를 위해 쓴 돈과 시간이 많았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언감생심 5,000원짜리 티셔츠 한 장도 안 사게 돼요. 아이 옷은 몇 만원 해도 잘만 사면서요.

정인 우리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랑 우리 애 밥 먹는 소리가 젤 좋다는 옛말이 있잖아요. 예전에는 그게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런데 애들이 잘 먹는 거 보면 행복해요. 애들 먹는 걸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맛있어?” 하고 계속 묻게 돼요. 제가 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성격이었는데, 이렇게 나 아닌 누군가의 먹는 모습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낄 줄은 처녀 시절엔 상상도 못했죠.

우경 사실 여기 올 때도… 나 아줌마구나 싶어서 우울했는데(웃음).

일동 (놀라며) 왜요!

우경 사진도 찍는다는데 옷장을 아무리 뒤져도 변변한 옷 한 벌이 없는 거예요. 딱 마트까지만 입고 갈 옷밖에 없어요. 입술에 뭐라도 바르고 가야지 싶은데 화장품도 선크림 하나고(웃음). 그래서 위층에 사는 이웃 언니네 가서 립스틱 빌려 발랐다니까요. 그 언니가 “카디건이라도 빌려줄까?”라고 하는데 마음은 고마웠지만… 내 처지가 슬프더라고요.

미경 엄마가 직업이었다면 정말 두 번도 생각 않고 사표를 냈을 거예요. 아이를 사랑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애가 없는 상황과 있는 상황 중 고르라면 말이죠. 그 정도로 힘들어요.

우경 뭔가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애들한테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애들을 너무 잡나? 내가 애들을 소극적으로 키우는 건 아닐까?’ 하는.

일동 맞아요!

Lady 그 지점이 궁금했어요. 유독 한국 부모들은 ‘애 기죽이지 말라’라는 식의 말을 많이 하잖아요. 예의범절을 차리고 매너를 지킨다고 애가 기가 죽거나 하진 않을 텐데요.

정인 친한 친구 한 명이 미국에 다녀왔는데, 애 때문에 너무 창피했다는 거예요. 식당에 갔는데 미국 애들은 앉아서 조용히 밥을 먹는데 자기 아이만 울며 시끄럽게 굴어서 제지하느라 혼났다고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는 엄하게 키우려고 해요. 그런데 그게 참 잘 안 돼요. 잘 앉아 있다가도 엄마가 잠시 한눈팔면 어느새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급한 대로 남에게 피해 안 가게 하려고 스마트폰을 쥐어주는 거예요.

우경 외국 부모들이 애들을 더 엄하게 키운다는 인상을 받긴 해요. 그때그때 바로바로 훈육을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외국 식당 화장실에 가면 칸칸마다 애를 혼내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고. 그런데 한국에선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미경 그런 면도 있어요.

우경 아줌마들 뻔뻔하다고 하는데, 사실 애를 낳고 나니까 세상에 무서운 게 별로 없어졌어요. 처녀 적에는 ‘어머! 이걸 어떻게!’ 싶은 것도 과감하게 하게 되고요.

미경 공연장 가면 예전에는 안 보이면 안 보이는 대로 그냥 봤는데, 보고 아이랑 같이 가면 막 앞으로 밀어 넣게 돼요. “야! 너라도 빨리 앞으로 가”라고 하면서.

우경 공연 끝나고 선착순으로 포토타임 가질 때, 내 앞에서 딱 끝나면 “제발 저희까지만요!” 하면서 부탁하게 되죠.

맘충에서 보육료 차별 논란까지
미경
아이만 생각하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저걸 못하면 아이가 속상할 텐데, 하고.

정인 어머! 우리가 맘충인가?

우경 알고 보니 우리도 다 맘충이었던 거야?(웃음)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아요. 오늘 뉴스만 봐도 전업주부를 세금 도둑처럼 몰아가더라고요. 전업주부들이 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는데요? 선거 때 무상보육 해준다고 20만원 지원금 주면서 다 보내라고 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때는 분위기가 어린이집 안 보내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니까요.

정인 맞아요.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그 뉴스는 정말 기분 나빴어요.

우경 2012년 대선 때일걸요? 우리가 지원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에요. 또 지원해준다고 공짜도 아니고요. 애 보내니까 어린이집 특별활동이 추가되고 사교육비가 외려 늘어났거든요.

미경 당시 어땠는지 아세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골라 받았어요. 전업주부 엄마들은 12시 30분이면 애 데려가라 하고 선생님들은 4시에 딱 퇴근했어요. 직장 엄마들은 아이를 오후 7, 8시까지 맡겨야 하는데 자리가 없다고 안 받아줬고요.

우경 직장 엄마가 아닌 전업 엄마를 위한 어린이집이었죠. 출근할 때 애를 맡겨야 하는데, 선생님이 9시 출근이라고 안 받아주기도 했으니까요.

미경 낮잠 시간에 애가 잠만 안 자도 전화가 와요. 데려가라고. 엄마가 전업주부인 걸 아니까요. 또 차량 운행 안 하려고 가까운 데 사는 아이들만 받아주고요. 지금은 순위가 투명하게 바뀌어서 좀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요.

정인 직장 엄마들은 유치원에 보낼 수가 없었어요. 휴원일도 굉장히 많고, 엄마도 많이 부르니까요. 그래놓고 이제 와서는 전업 엄마들이 불법으로 보육료 세금 빼먹은 것처럼 얘길 해요. 마치 전업 엄마들이 애들을 맡겨서 직장 엄마들이 못 맡기는 것처럼 오해하게끔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미경 정작 당시에는 무상 보육 내세우면서 전업 엄마들은 그 엄마들대로, 직장 엄마들은 그 엄마들대로 서로 아이들을 제대로 보내지도 못했어요. 완전히 어린이집이 갑이었죠.

우경 전업주부라고 하면 다 노는 줄 아는가 봐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또 그 시간은 쉴 수 있을까요? 집 청소해야죠. 먹을 거 챙겨놓아야죠. 여기저기 관공서나 은행 업무 처리하느라 오가야죠. 엄마들의 스트레스, 우울증이 괜히 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바쁘게 열심히 살아도 ‘노는 사람’ 취급이나 받고, 벌레 소리나 듣고요.

Lady 무상 보육이라고 해서 누구나 다 보내고 있겠거니 했는데, 현장은 아수라장이었군요.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는 극한 직업이란 생각까지 드네요.

배려하는 마음 아쉬워
우경
최근 엄마들을 해충처럼 말해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가뜩이나 A형이라 조심하는 편인데(웃음), 그 말을 듣고부터는 더 신경이 쓰여요.

미경 어디까지가 매너일까, 어디까지가 과하게 신경을 쓰는 것일까,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분명 엄마들이 위축되고 있는 분위기인 건 맞아요.

Lady 그런데 문득 상식적인 엄마들만 위축되고, 더 과하게 조심하게 되고 무례한 분들은 자신이 그런 줄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동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미경 옛날에는 형제들도 많고, 그 안이 작은 사회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서도 배우고, 양보도 배우고, 참을 줄도 알고 했는데 요즘은 많아야 둘이고, 대부분 하나씩이니 과거 집에서 자연스럽게 배운 걸 밖에서 부딪히면서 배워가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Lady 일종의 과도기일 수도 있겠네요.

정인 아이를 키운다는 건 짐작이 안 될 만큼 다른 세계의 일이에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죠. 맘충이라는 말을 젊은 친구들이 한다는데, 당연히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그 젊은 사람들이 이해가 가요. 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요. 저도 엄마가 아니었다면 쉽게 그런 말을 했을 것 같아요.

우경 그런 의미에서 노키즈존 식당이나 카페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봐요. 엄마인 나도 애 없는 곳을 이용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런 곳은 엄마인 우리도 피하면 되니까요. 서로 편하죠.

미경 맞아요. 밖에서 밥 먹는 거 엄마들도 전쟁이에요. 우린 아예 포장해와서 집에서 먹어요. 불판 있는 고깃집이나 복잡한 식당에서 아이가 뛰다가 다치거나 하면 직원들에게 우리 애 왜 보호 못했냐고 남 탓할 게 아니라 아예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정인 노키즈존 얘기를 처음 듣고 세상 참 변했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불쾌하진 않았어요. 엄마들 입장에서도 아이들 놀 수 있는 놀이방이나 기저귀 갈 수 있는 편의시설 있는 곳이 어딘가 알아보면서 식당을 찾기도 하니까요.

미경 우리도 모였다가 끼니때가 되면 “어디 가서 뭐 먹지?” 하다가 막 뛰어노는 아이들 보면 답이 안 나와요. “아, 민폐다. 그냥 헤어지자. 각자 집에서 해결하자!” 하고 그냥 헤어져요(웃음).

우경 애가 셋, 넷만 돼도 어디 못 가죠(웃음). 맘충이란 단어도 문제지만 어쨌든 엄마들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Lady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으로 그려지네요(웃음). 우경씨가 정리해주신 김에 우리도 마무리를 해볼까요?

정인 아무리 그래도 맘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미경 배려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공격적인 자세보다는 ‘무슨 일일까, 왜 그랬을까’ 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요?

Lady 맘충이란 단어가 만연한 세상에 악플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렇게 얘기해주셔서 감사해요.

일동 악플? 아예 안 볼래요!(웃음)

■기획 / 장회정 기자 ■진행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송미성(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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