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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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최초로 유럽의 장관직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던 플뢰르 펠르랭 장관. 그녀가 자신에게 특별한 나라인 한국의 여성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건넸다.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메시지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메시지

큰 애착을 느끼는 나라, 한국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이자 2015-2016 한·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지난 10월 초 한국을 방문한 플뢰르 펠르랭(42)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지방을 오가며 연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도 정평이 난 장관답게 공식 석상에서 선보인 TPO에 맞는 의상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2년 중소기업 디지털경제부 장관에 임명되며 유럽 내 최초로 장관직에 오른 아시아계이자 최초의 한국계 입양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펠르랭 장관이 쌓아온 이력은 더 놀랄 만하다. 또래보다 2년 빠른 16세에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해 프랑스 상경계 최고의 그랑제콜인 ESSEC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와 국립행정학교 ENA를 거치며 경제, 정치, 행정 분야의 명문을 두루 섭렵한 장관은 이후 2002년 정계에 입문해 2007년 세골렌 루아얄과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올랑드 대통령 당선 이후 38세의 젊은 나이에 장관에 임명됐고, 통상관광 장관을 거쳐 2014년 문화부 장관을 맡을 정도로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명 김종숙, 꽃이라는 뜻의 플뢰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준 양부모는 어려서부터 똑 부러진 딸이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을 해줬다. 장관은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나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생후 6개월에 입양돼 1974년 2월 프랑스에 왔다’라고 당당하게 밝혔으나, 한국인 입양아 출신에게 갖는 편견 가득한 프레임의 시선은 거부해왔다. 가족으로는 프랑스 참사관인 남편 로랑 올레옹과 딸 베레니스가 있다.

지난 10월 8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의미 있는 행사에서 펠르랭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 2013년 제10차 한·프랑스 포럼을 계기로 장관과 인연을 맺은 숙명여대는 한국계 여성으로 유럽 사회에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며 명예 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다음날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을 앞두고 수여식에 참석한 펠르랭 장관은 “문화와 삶의 방식을 중요시하는 한국에 대해 큰 애착을 느끼고 감탄하고 있다”라는 소감을 전하며, 미래의 여성 리더들을 위한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는 별도의 강연 시간을 가졌다. 관할 부서 업무에 맞게 강연 주제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경제 패러다임’이었지만, 사회 진출을 앞두고 곧 유리천장의 세계와 맞닥뜨려야 하는 후배들에게 용기를 전하는 데도 꽤 공을 들였다.

“불과 30여 년 만에 한국은 세계 14대 경제 대국이 됐습니다. 한 세대를 지나는 동안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도 놀라운 발전을 했습니다. 이 문화와 삶의 방식이 바로 미래와 혁신을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10년 전에 창학한 숙명여대는 민족 여성 대학으로서 외부의 도움 없이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식민 통치 시대를 겪어왔다는 점이 정말로 의미심장합니다. 이런 숙명여대가 걸어온 길은 곧 능력과 지식을 통한 해방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남녀평등의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이죠.”

펠르랭 장관은 숙명여대의 역사는 곧 자신이 걸어온 길과도 닮아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추구하고 있는 남녀평등 교육과 정책이 자신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것. 2010년부터 2년간 프랑스 여성 엘리트 정치인들의 모임인 ‘21세기 클럽’ 회장을 맡기도 했던 장관은 여성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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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여, 진취적으로 나서라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남녀 간의 평등을 쟁취하는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젊은 여성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의 지적 포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술이나 경제 부문을 전공하는 것을 저어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여기 계신 여학생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러분, 기술과 경제, 모든 원하는 길을 힘차게 진취적으로 추구하십시오. 포기하지 마십시오.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엔지니어, 연구자, 리더가 되는 길을 선택하십시오. 여러분은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성만큼의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관이 특히 강조한 대목은 동일 부서에서 근무하는 남녀가 동등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코스피 726개 상장사 직원의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7,256만원, 여성은 4,213만원으로 무려 3,043만원의 격차가 나타났다. 일하는 여성이 받고 있는 유무형의 차별에 대한 사회적 개선이 절실한 때라 펠르랭 장관의 강연은 더 큰 울림을 발휘하는 듯했다. 아울러 장관은 보편적인 남녀평등이 실현되면 공공 분야는 물론 모든 분야에서 불평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여성이 상급 기술이나 과학 분야에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편견 타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런 편견과의 전쟁은 프랑스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장관 역시 관할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공공기관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2년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 캠프 연설문 작성 담당으로 정계에 뛰어든 뒤 사회당 대선 후보 루아얄 캠프의 디지털경제 언론 담당을 거쳐 2012년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 통상관광 장관을 역임한 펠르랭 장관은 지난 공직을 통해 세계화와 디지털경제가 얼마나 큰 변혁을 일으키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런 변화의 영향력을 역사 속 인쇄술이나 신대륙의 발견에 비견했다.

“오늘날 문화가 디지털경제와 세계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저는 정말 큰 변혁이라 보고 있습니다. 마치 다만 당시에는 변화의 속도가 훨씬 느리고 한정된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의 변화는 아주 빠른 속도이며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프랑스 역시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제적인 교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한류는 현재 세계 각국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열한 살이 된 제 딸도 싸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죠.”

이어 예술가들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정당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불법 다운로드 근절과 함께 강력한 저작권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과 문화적 획일화에 맞서 문화의 다양성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프랑스의 음악 방송 쿼터제 등을 소개하며 디지털경제 환경이 불러오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의견을 전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제적·문화적인 큰 변화는 도전거리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힘주어 말한 장관은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올랑드 대통령이 내한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두 나라의 협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데 일조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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