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빌더 인순이를 완성한 트레이너 이현우의 여자 운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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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는 날씨만큼 몸은 점점 움츠러든다. 머리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바빠서, 힘들어서, 귀찮아서 등등 별별 핑계로 몸을 방치하는 그대들에게 이현우 트레이너가 들려준다. 운동하는 여자만이 누릴 수 있는 다른 세상.

보디빌더 인순이를 완성한 트레이너 이현우의 여자 운동법

보디빌더 인순이를 완성한 트레이너 이현우의 여자 운동법

환갑을 앞둔 가수 인순이(59)가 보디빌딩 대회에 참가했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부랴부랴 대회 당일 모습을 찾아보니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몸의 근육을 잘 보여주기 위해 선수용 쇼츠와 브라 톱 차림으로 무대 위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순이는 여느 때보다 위풍당당하고 생기가 넘쳤다. 20, 30대 젊은 선수들과 나란히 서고도 전혀 뒤지지 않는 59세의 여인 인순이를 보자니,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웰에이징(Well-aging)의 표본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회 최고령 참가자였던 인순이는 ‘2015 나바코리아(NABBA KOREA) 챔피언십 WFF’에서 본 대회인 여자 스포츠 모델 부문에서 10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퍼포먼스 부문에서는 당당히 2위를 차지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이 근사한 도전의 여정에는 마스터짐의 대표인 이현우(40) 트레이너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인순이 보디빌딩 대회에 세우기까지
“처음 저를 찾아오셨을 때부터 운동 목표가 아주 뚜렷하셨어요. ‘내가 내년이 환갑인데 나 자신에게 몸도, 정신도 건강한 예쁜 몸을 선물하고 싶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그 연배의 분들은 건강 문제로 재활 운동을 위해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인순이 선생님은 ‘로망’을 말씀하셨으니 무척 신선했죠.”

이 트레이너와 만나 혹독하게 운동한 결과, 인순이는 3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몸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단 석 달 만에 체지방을 6kg 감량했고 근육은 2.8kg 늘렸어요. 몸의 구성 성분이 8kg 넘게 바뀐 거죠. 단기간에 이렇게 변화하려면 선수들도 굉장히 힘들어해요. 다이어트는 다이어트대로 하면서 근육은 근육대로 늘려야 하니까요.”

사실 그 전에도 가수 인순이의 몸매는 나이에 비해 날렵하고 매력적이었다. 혹시 인순이의 타고난 우월한 체력 조건 덕분에 도전이 쉬웠던 것은 아닐까.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몸 상태를 꼼꼼하게 확인해봤는데, 또래의 여성에 비하면 체력은 좋은 편이었지만 인바디(체성분 분석) 수치만으로는 일반인과 별다를 것 없는 수준이었어요. 근력이 많이 부족했고 골반이나 등뼈도 불균형한 상태였고요. 대신 무대에서 춤을 춘 덕인지 움직임 능력은 상위 수준이었어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죠.”

기본 운동 테스트를 실시해보니 운동 능력은 좋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의지가 강했고 열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활활 타오르는 상태였다. 다이어트와 근력운동이란 것이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고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그래도 이런 정신력이라면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이 트레이너는 3개월간 준비해서 대회에 나가자고 제안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두려워하거나 과연 할 수 있을까 의심하며 망설였을 텐데 인순이는 흔쾌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왕 도전하기로 결심한 거니까 저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죠. 진짜 혹독하게 단련시켰어요. 식단 조절도 엄격하게 했고요. 하루 성인 여성 권장 열량의 60% 수준인 1,200kcal만 섭취했고요. 인순이 선생님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한 건 없어요. 일반 선수들이 대회 준비하듯 똑같이 했죠. 젊은 친구들도 때론 포기할 만큼 힘든 과정인데도 한 번도 군말하지 않고 정말 열심히 따라오시더라고요. 제가 운동시켜본 사람 중에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이 있었나 싶어요.”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일주일간은 수분 섭취도 대폭 제한했다. 근육 라인을 살리기 위해서다. 심지어 대회 전날은 물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게 했는데도 인순이는 불평 없이 순순히 따랐다. 운동은 하루 2시간씩 했다. 매일 피트니스센터로 나와 이 트레이너와 함께 훈련을 했다. 전체적인 몸의 불균형을 잡는 운동 치료와 함께 분할 운동을 실시했다. 하루는 하체 운동, 다음날은 어깨 운동. 이런 식으로 부위별로 집중 훈련을 시켰다. 그런데 인순이가 누군가. 우리나라에서 공연 행사가 가장 많은 가수 중 하나가 아닌가. 운동에만 매달려도 빠듯한 상황이었을 텐데 인순이의 스케줄표는 이미 3개월 동안 빈틈없이 빽빽하게 채워진 상태였다. 거의 매일 그녀가 올라야 하는 공연 무대가 있었다.

“저와 2시간 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서 곧장 차를 타고 이동해 무대에서 노래를 해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평소처럼 먹고 싶은 음식도 못 먹고, 닭가슴살이나 샐러드조차 많이 먹지 못하니 뱃심이 없어서 노래하는 데 힘들더래요. 그래도 스케줄 펑크 없이 소화해내시더라고요.”

고비도 있었다. 일주일간 중국 공연을 다녀왔는데, 그 사이 살이 붙어서 돌아온 것. 대회가 단 1개월밖에 남지 않았을 때였다. 이대로 수포로 돌아간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아까웠다. 그는 운동 강도를 더 높였다.

“그 무렵 처음으로 지나가는 말처럼 ‘우리 선생님은 나 힘든 것도 모르나봐’ 하시더라고요. 안쓰럽긴 했는데 모른 척했어요(웃음). 이렇게 힘들게 해왔는데 끝까지 하도록 돕고 싶었어요.”


도전은 아름답다

59세의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을 했기 때문에 더욱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는 끝내 인순이를 울리기도 했다.

“금요일에 마지막 운동을 하고 이틀 뒤가 대회였어요. 운동 끝내고 나서 제가 ‘마지막 운동입니다. 대회장에서 뵙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곧장 샤워실에 가서 펑펑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드디어 다 왔다’라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더래요. 그 기분이 뭔지 잘 알겠더라고요. 운동하면서 정말 이를 악물고 이겨냈을 때 느끼는 그 감정이거든요.”

트레이너로서 3개월간 단련한 인순이의 몸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특히 인순이의 뒤태가 아름답다고 했다. 이것이 진정 환갑을 앞둔 여성의 뒷모습인가, 하고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인순이는 탄탄한 엉덩이와 등 라인을 만들어냈다. 인순이를 가르치면서 감동스러운 적은 또 있었다. 함께하는 마지막 운동을 마치고 이틀 뒤, 대회장에서 인순이를 마주하고 깜짝 놀랐단다. 이틀 사이에 몸이 더 좋아져서 온 것이다. 누가 더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운동을 더 하고 식단 조절을 해서 마지막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온 것이다. 대회 당일, 무대에 올라 그동안 연습했던 포즈를 자신 있게 펼쳐 보이는 인순이의 모습에 이 트레이너도 가슴이 뭉클했다.

“나이가 많다고 보디빌딩을 못한다? 이 나이에 무슨 탱탱한 몸을 만드느냐? 모두 편견에 불과해요. 물리적으로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불가능한 부분은 없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 몇 배로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죠. 인순이 선생님은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쉈어요. 보디빌딩 대회 준비란 것이 굉장히 고독하게 자신을 이겨내야 하는 과정인데, 그 힘든 일을 다른 선수들보다 몇 배 더 애써서 이뤄냈어요. 다 끝나고 내려와서 ‘나 완주했다!’라고 외칠 땐 저도 울컥하더라고요.”

보디빌더 인순이를 완성한 트레이너 이현우의 여자 운동법

보디빌더 인순이를 완성한 트레이너 이현우의 여자 운동법

여자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이 트레이너가 운영하는 마스터짐 센터 회원들도 인순이에게 적지 않은 자극을 받았다. 특히 여성 회원들은 ‘왕언니’의 노력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는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인순이의 보디빌딩 대회 참가 소식이 언론에 알려지고 난 뒤에 마스터짐을 찾아온 30대, 40대 여성들도 있었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 나이에 그런 탄탄한 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존경스럽다며 그녀처럼 몸만들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여자의 몸은 급격하게 달라진다. 임신, 출산, 육아를 겪으면서 야근에 시달리고 살림까지 하다 보면 자칫 몸을 방치하기 쉽다. 어느새 탄력 있던 예전의 몸은 멀리 사라져버리고, 라인이 흐트러진 몸만 덩그러니 남아 서글프게 만든다. 보통 여자들은 30대에서 40대로 가는 길목에 달라진 몸을 절감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망가지기 전에 운동을 하는 건데, 하고 후회하는 것도 이때다. 이 트레이너는 그 이유를 여성의 신체적 특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의 신체는 근육 감소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죠. 30대 중후반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40대부터는 더 급격하게 근육이 줄어들어요. 기초대사량도 줄죠. 그러다 보니 몸에 점점 더 탄력이 없어지면서 흐물흐물해지고요. 날씬한 20대, 30대 초반 여성들은 운동을 안 해도 아직 몸매가 괜찮으니까 적극적으로 운동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여성들도 똑같이 신체 변화를 겪거든요. 나중에 ‘아차’ 싶어지는 때가 분명 와요. 적어도 30대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야 해요.”

아름다운 몸매를 위해서만 운동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의료비를 많이 쓰게 되는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운동이라고 했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퇴행성 관절 질환에 시달려요. 지금 젊다면 그런 생각을 잘 못하겠지만, 우리 어머니들을 떠올려보세요. 팔이나 무릎, 허리, 어깨 등등 온몸의 관절 가운데 한 군데라도 아프지 않은 분이 계신가요? 인체에 관한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관절 자체만 고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관절 주변을 둘러싼 근육이 단단하게 잡아줘야 아프지 않아요. 나이가 든 여성일수록 근력운동이 필요하단 거죠.”

여자들의 영원한 관심사, 다이어트는 어떨까. 예전에 어느 TV 연예 프로그램에서 보고 헛웃음이 났던 한 여자 스타의 다이어트에 관한 발언이 생각난다. 다이어트 비법을 묻자 그녀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가끔 저녁만 굶으면 된다. 야식으로 라면을 즐긴다”라고 했다. 그녀의 나이는 20대 초반. 그 나이니까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었으리라.

“이제 나이가 들었는데 그 여자 연예인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아닐 거예요(웃음). 가끔 자신은 식탐이 강해서 도저히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여성들이 있어요. 대신 먹은 만큼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모하겠다고 운동법을 알려달라고 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 절대 운동량으로 커버가 안 돼요.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운동과 식단 조절을 반드시 함께해야 돼요.”

그는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으면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하는 다이어트를 한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건강한 뚱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 운동 많이 했으니까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이어트는 영원히 성공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사실 운동만큼 정직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도 드물다. 땀을 흘린 만큼 배신하지 않고 건강하고 예쁜 몸이라는 선물을 안겨준다. 문제는 그걸 무척이나 잘 알면서도 그 과정을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심이 생겼다면 우리 신체의 특성에 대해 공부해보는 것이 도움이 돼요. 그간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이라면 몸의 신경계가 먼저 발달하는 과정을 겪어야 되거든요. 운동을 거듭하면 신경계가 활성화되고 그다음에 근력이 생기고 그 뒤에야 근육이 붙어요.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운동 후 3개월이 지나서야 달라지죠. 이 단계를 이해하고 있으면 지난한 시간을 견디는 데 좀 도움이 되겠죠?”

이렇게 운동하지 마라
그는 10년 경력의 트레이너이자 KBS 스포츠예술과학원 건강운동관리학과에서 강의하는 전문가다. 운동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안타까운 경우도 많이 봤다. 저렇게 운동하면 안 되는데, 도리어 몸 상하는데 싶어 걱정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무작정 운동을 시작하지 말고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TV에서 흔히 보는 특정 운동법을 무조건 따라 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연 내게 맞는 운동인지 아닌지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시작하세요. 아프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의사가 처방해주는 것처럼 말이죠. 개인의 골격, 체형, 운동 능력 등등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해야 건강해지지, 만약 살이 많이 찐 상태에서 무작정 오래 뛰거나 걸으면 관절을 다 망가뜨릴 수 있어요. 인순이 선생님도 몸 상태를 확인해보고 거기에 맞게 운동 처방을 해서 몸을 만든 거예요. 치료가 필요할 만큼 안 좋은 곳이 있었다면 보디빌딩을 권하지 않았죠.”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한 여자 연예인들의 운동법은 늘 화제가 된다. 솔깃해서 따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트레이너는 이 역시 무작정 따라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몸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좋은 전문가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을 때 공신력 있는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발급하는 자격증 중에는 건강관리지도사(과거 생활체육지도자에서 명칭 변경) 자격증이 있다.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전문 훈련을 받고 시험에 통과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자격증이 있다면 운동 처방이 가능한 전문가로 볼 수 있다.

“원하는 부위만 살을 쏙 빼줄 수 있다고 하는 사람은 경계하세요. 몸이라는 건 모두 연결돼 있는 유기적인 존재라서 특정 부위만 살을 뺄 수는 없어요. 논문에도 없는 내용이에요. ‘허벅지는 굵어지지 않으면서 힙만 키워주겠다’ 이런 말은 속임수라고 봐요. 전체적으로 지방이 빠지고 부위별로 강화를 할 순 있지만 ‘가슴은 그대로, 뱃살만 빼주겠다’ 이런 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어요.”

이 트레이너는 어떤 사람이든 정확한 운동 처방을 받고 제대로 따라 한다면 모두를 놀라게 한 인순이처럼 드라마틱한 몸매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한 번 경험한 운동의 힘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에 운동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순이 선생님은 대회가 끝나고 이틀 뒤부터 또 운동하러 나오셨어요. 몸이란 게 그래요. 한 번 방치하면 끝없이 나태해지기 쉽지만, 자신을 이겨가며 운동을 해서 몸을 재정비해놓으면 마구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가 없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계속 관리를 하게 만드는 것, 경험해본 사람만 아는 운동의 마력이에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정성민(프리랜서) ■사진 / 원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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