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 유인경의 진심 어린 조언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 유인경의 진심 어린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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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만 부 이상 판매된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를 통해 30년 직장생활의 노하우를 들려줬던 유인경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이번에는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 「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를 펴냈다.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들을 공부한 경험으로 글을 써보라’는 딸의 말에 용기를 내서 쓴 책인 만큼 막연하고 무책임한 말, 달콤하고 희망적인 말보다는 독버섯을 분별하는 요령까지 알려주려는 진심이 짙게 묻어난다.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 유인경의 진심 어린 조언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 유인경의 진심 어린 조언


# 1 사랑이 두려워지더라도 일단 해보렴
엄마도 언제나 사랑이 두려웠단다. 마치 물이 무서워 안전한 수영장에도 못 뛰어드는 아이처럼 말이다. 나는 물에 발을 담그는 것조차 두려울 때가 있었다. 21세기 알파걸이 아닌 20세기의 고지식한 여성답게 나는 연애할 남자와 결혼할 남자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조건 남자를 만나면 연인이 아니라 남편감의 기준으로만 판단했다. 그런데 그 무렵 내 또래 젊은 남자들이 무슨 남편감의 자질을 갖추고 있었겠니. 20대 남자들은 마음속에는 치기 어린 소년,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는 괴상한 청춘이 복합돼 있는데 말이다. 요즘 말하는 스펙도 못 갖춘 대부분의 남자들이 참 유치하고 장래성도 없어 보였다.

신랑감을 찾다 보니 나 역시 남자들에게 ‘신붓감’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20세기에 걸맞게 다도도 배웠고 손수건에 이니셜을 십자수로 놓아주는 정도의 음전함과 조신함을 강조하려 했어. 정말 어이없는 착각이었지. 그러다 보니 혹시나 상대 남자에게 좋은 신붓감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어느 정도 호감을 느껴 몇 번 만났는데 그 사람이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려 하면 덜컥 겁도 나고 막연한 거부감이 들었다. 손을 잡으려 해도, 추운 날 허리에 살짝 손을 두르려 해도 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닌가, 란 생각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거리를 두고 마냥 점잖기만 한 교회 오빠 같은 남자를 만나면 ‘내가 그렇게 여성적인 매력이 없나’, ‘눈곱만큼의 섹시함도 못 느끼나’, ‘혹시 저 남자는 성적 욕망이 없는 체질인가’ 등의 자괴감과 의구심을 가졌다.

나 같은 타입은 누군가 억지로 물에 빠뜨리거나 발을 헛디디지 않으면 절대 수영을 못할 타입이다. 그래서 혼자 선을 긋고 있다가 네 아빠가 선본 지 일주일 만에 술에 취해 “심심한데 결혼이나 하자”라는 말에 어이없어 웃다가 물에 빠졌다. 아, 더 일찍 더 많이 더 자주 수영을 했어야 하는데 정말 물가에만 서성거린 것이 후회가 된다.

# 2 사랑은 뛰어드는 것이지 빠지는 게 아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사랑에 대한 두려움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다. 우리가 막연히 상상한 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관계란 어떤 누구와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니. 그런데도 그걸 마치 그 상대가 두려움의 원천인 것처럼 착각한다.

나는 짝사랑 전문가다. 호감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 눈맞춤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안 받아들이면 어떻게 하나’, ‘내가 생각했던 그런 남자가 아니면 어떻게 하나’, ‘만약 그가 내 마음을 받아준다고 해도 그와의 관계가 슬프게 끝나면 어떻게 하나’ 등등 혼자 불안해하고 비참해하다가 ‘사랑한다거나 호감 있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내가 거절당하는 슬픔과 모욕감도 없을 것’이라며 침묵을 지켰다.

「사랑의 기술」의 작가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능동적인 활동을,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랑은 의지를 가지고 뛰어드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주는 것은 희생이나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힘, 나의 능력을 표현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시각으로 분석한다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는데 그가 거절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고, 네 사랑을 표현한 것에 성공한 것이란다.

딸아, 인생은 힘들고 사랑은 두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 힘든 인생에서도 우리가 배울 것이 수두룩하고 사랑의 고통도 겪고 나면 내면의 성장을 얻게 되지 않니. 그러니 실체가 없는 네 마음속의 두려움이란 유령 때문에 네 인생을 삭막하게 만들지 마라. 한번 두려움이란 장막을 걷고 나면 네게 더 넓고 환한 세상이 기다린단다. 사랑보다 네 자신을 믿어라. 너를 믿는 것이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는 가장 큰 힘이란다. 그리고 그것이 너의 모든 상처를 치유하는 명약이기도 하다.

# 3 너에 대한 사랑이 남의 사랑도 끌어온단다
어릴 때 네게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아니 우주에서 제일 사랑해”라고 하면 넌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나도 그래, 엄마”라고 말했지. 그 말을 듣고는 뿌듯해져서 “정말?”이라고 물으면 넌 “응, 나도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해”라고 답하며 까르르 웃었단다. 딸아, 부디 네가 한 이 말을 잊지 말아라. 엄마는 진심으로 네가 네 자신을 가장 사랑하기를 바란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무리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회의가 들고 고통이 동반되는 것은 네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다. 네가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자존감으로 무장돼 있다면 그 사람이 네 마음 같지 않다고 해서 쉽게 상처받지 않을 게다. 그리고 그렇게 네 자신을 아끼는 너의 모습을 보며 그 사람도 너를 존중해주려 할 것이다. 혹은 비열하고 사악한 남자를 잠시 만났더라도, 혹은 부적절한 관계에 빠졌더라도 주위의 이목이 아니라 네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훌훌 털고 극복할 수 있다.

사랑은 상대가 나에게 포근한 안식처를 제공하거나 멋진 옷을 입혀주는 것이 아니란다. 특히 연애는 자신을 온전히 발가벗기고 해부하는 과정이다. 나의 외모, 성격, 조건, 감정 등이 엑스레이처럼 투명하게 드러난다. 나의 초라함, 지식이나 재정적 결핍,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모순 조절이 잘 안 되는 욕망, 갑자기 튀어나오는 질투, 심장병이 의심스러워지는 설렘, 극도의 분노, 천국을 본 것 같은 환희, 죽을 것 같은 아픔…. 인간이 한평생 겪게 될 감정의 삼라만상을 우리는 대부분 연애를 통해 학습한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깊고 더 넓게 자신의 모든 감정과 상태를 파악하게 된다. 그래서 좌절하고 자기혐오나 비탄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더욱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 사랑이다.

나 역시 30년이 넘는 직장생활이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잘 버텨온 비결도 나를 사랑해서였다. 나 자신에 대한 사랑과 담대함이 있으면 그 어떤 시련이나 비난, 심지어 거절을 겪어도 별로 상처를 입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오해와 곡해, 억울함과 부당함 등을 다 경험했고, 진짜 내 잘못으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적도 많았는데 난 자책감에 나를 괴롭히기보다는 ‘아 실수할 수도 있지 뭐. 내가 완벽한 신도 아니고… 내일 잘하면 되지 뭐’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고 변호해줬다.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우울증이나 편두통을 앓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게 최고 아니겠니.

# 4 무심한 남자가 지금은 멋있어 보일 거야
딸아. 근사한 남자보다 친절한 남자를 만나라. ‘친절’의 기본은 관심을 가져주고 네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란다. 때로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매사 쿨하거나 시크해 보이는 무심한 남자에게 여자들은 이끌린다. 하지만 이 ‘무심’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교제할 때는 괜히 촐싹거리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남자보다는 진중해 보여 이끌리지만 결국 대화의 단절은 서로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 물론 감정 표현에 능숙한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이 이런 부분에서 약하긴 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무슨 달달하고 멋있는 말을 해줘야 한다는 게 아니다. 여자가 한 말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느냐, 말할 때 진심을 담으려 하느냐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할 줄 모르는 남자는 정말 곤란하다. 이 말들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말 가운데 가장 기본이면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데 어떻게 그런 단어를 상실했는지 안쓰러울 정도다.

딸아, 이런 무심한 남자에게 목마른 아이가 물을 달라는 듯이 너무 보채지 마라. 여자가 남자에게 더 아껴주기를 바라면 바랄수록 남자는 ‘나 아니면 어쩔 거야?’라는 태도를 지속해 나갈 수 있고 주도권이 남자에게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독한 마음을 먹고 무심한 듯이 대해보거나 남자와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보길 바란다. 물론 순식간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장점이 많다면 인내심을 갖고 시도해보렴.

그렇다고 혼자만 애써 노력하진 말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특히 애인에게 예쁨 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고 직접 말로 확인하면 자존감이 상승하게 된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것은 사랑하는 네 마음 덕이기도 하지만 그 사랑이 홀로 외롭게 부르는 솔로 노래가 아니라 아름다운 화음의 듀엣이어서다.


Profile 유인경은…

경향신문 기자로 재직하며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을 기획 운영하고, 각종 강연과 저서를 통해 젊은 여성들과 소통하며 그녀들의 믿음직한 멘토로 자리 잡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여성지위향상 유공자’로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25년간 몸담은 경향신문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그녀의 제2 인생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정리 / 장회정 기자 ■참고 서적/ 「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유인경 저, 위즈덤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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