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나눔 캠페인]서희태·고진영 부부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음악회](http://img.khan.co.kr/lady/201602/20160201152634_1_tjgmlxorh1.jpg)
[스타 나눔 캠페인]서희태·고진영 부부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음악회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지휘자 서희태(51). MBC-TV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의 실제 모델로 더 유명하다. 그는 클래식을 멈춰 있는 음악이 아니라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나눌 수 있는 살아 있는 음악으로 만들고 싶은 감독 겸 지휘자다. 연간 그가 기획하는 연주회만 해도 50~60회. 자칭 ‘내조형 성악가’라고 말하는 아내 소프라노 고진영(50)이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연말 공연 시즌이 끝났지만 여전히 바쁘신 듯합니다.
서희태 음악회가 많아 바쁘다기보다 앞으로 계획된 공연 준비를 위해 분주하다는 게 맞는 표현 같아요. 남들은 일이 많다고 하면 돈을 많이 버는 줄 오해하는데 그건 또 아니거든요(웃음).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만나는 시간이 많아요. 회사를 다녀 일하는 시간 정해져 있다면 남은 시간에는 여가를 즐길 텐데,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특별한 여가 시간 없이 일하니까요. 그만큼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는 면도 있고요.
현재 준비 중인 음악회는 어떤 무대인가요?
서희태 1월 21일 KBS홀에서 열리는 ‘해밀 학교 후원을 위한 놀라온콘서트 11 박장대소’라는 음악회예요. 공연 수익금은 가수 인순이씨가 2013년 설립한 다문화가정 청소년 기숙학교인 해밀 학교에 기부될 예정이에요. 이번 무대는 제가 지휘는 물론 기획, 연출, 대본까지 써야 해서 좀 바빴어요. 그래도 아내가 옆에서 여러모로 도와줘 다행입니다.
고진영 저는 의상과 소품 제작을 맡았어요. 곡 중에 사냥꾼이 나와요. 필요한 소품을 구하러 얼마 전 황학동 시장에 처음 가봤죠. 그만큼 저희 부부는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클래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알리고 그것으로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놀라온콘서트’라든가 ‘만만한 클래식’ 등 기획한 연주회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공연 준비가 더 힘이 드는 것 아닐까요?
서희태 고전음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창의성이 많이 떨어지게 마련이죠. 클래식이라는 공부 자체가 과거로의 회귀잖아요. 바로크 낭만 시대에 그들이 만든 것을 원전에 가깝게 재현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학문인 거죠. 그래서 현대인들의 감성과 기호에 맞추는 작업이 더 힘든 거예요. 대중을 위해 아기자기한 프로그래밍을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기획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동화시키는 곡과 곡의 연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죠.
부부가 여는 특별한 음악회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바쁘게 뛰고 있는 부부는 매년 연말이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들만의 특별한 음악회를 준비한다. 바로 주몽재활원에서 열리는 자선 음악회 ‘서희태·고진영과 함께하는 송년 음악회’다. 올해로 12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왔다.
사랑의 바이러스 콘서트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희태 처음에는 지인이 후원하고 있는 재활원에서 음악회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그곳이 바로 주몽재활원이었어요. 연주회를 마치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그중 한 명이 “내년에도 오실 거죠?”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 해에도 가고, 또 다음 해에도 가다 보니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책임감이 생겼고 그렇게 12년째가 된 거죠.
주몽재활원은 어떤 곳인가요?
고진영 지체장애인들의 교육기관으로, 고아 출신 지체장애 아이들 60명이 거주하고 있고 일반 아이들 300명이 가정에서 등원하고 있어요. 저희는 몸도 불편하고 돌봐줄 가족도 없는 고아 친구들을 위한 음악회 무대를 열기 시작한 거죠. 1회 때는 그 친구들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해 둘 다 우느라 공연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어요.
서희태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 조절도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아이들을 편하게 보고 함께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겼어요. 김치 1,000포기, 쌀 100kg 혹은 책 600권 등 다양한 물품으로 기부해주시기도 하고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보통 자선단체들은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데, 최저 생계비만 받아요. 만약 생필품으로 도와드리면 그만큼의 돈으로 다른 부식을 더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니까요.
재활원이 아닌 외부에서 하는 음악회에 아이들을 초청하기도 하셨죠?
고진영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한 해에 두 번 외부에서 자선 음악회를 한 적이 있어요. 예술의전당을 빌리기도 했고요. 몸이 불편한 아이들은 일부러 밖에 나오기가 어려워요. 평생 시설 안에서만 산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잖아요. 공연장은 얼마나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아요. 그래서 그들을 위해 외부 음악회를 연 적이 있어요.
지금은 중단한 이유는요?
서희태 규모가 큰 장소에서 자선 음악회를 해보니 뭔가 보이는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초심으로 돌아가자 싶어서 연말마다 재활원에서 연주회를 열고 또 비정기적으로 작지만 예쁜 공연장에서 아이들을 초청해 연주회를 열고 있어요. 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합리적인 연주회를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자선 음악회는 특히 아내이신 고진영 소프라노께서 주도한다고요?
고진영 연말에는 특히 남편의 스케줄이 바빠지니까 제 손이 가게 돼요. 남편이 “올해는 이렇게 해보자”라고 프로그램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하죠.
이제는 두 분이 눈빛만으로도 손발이 척척 맞겠죠?
고진영 요령이 생긴다고나 할까요? 이제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음악회에 가면 ‘무조건 조용히 해야 한다’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연말에는 금관 5중주로 신나는 음악을 연주했어요. 정말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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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나눔 캠페인]서희태·고진영 부부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음악회
소외 계층을 위한 이벤트 연주회지만 부부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인 만큼 모든 단원들이 실력 있는 프로들로 구성된 무대가 준비된다. 적지 않은 준비 비용이나 연주가의 개런티는 부부의 사비로 지출된다. 그럼에도 프로의 무대를 고집하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가끔 매년 준비하는 것이 버거울 때도 있을 듯한데요?
서희태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연주자들의 개런티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긴 하죠. 아내에게 “여보, 요즘 나도 힘들어”라고 투정을 부리면 아내는 “그래도 하세요”라며 단호하게 말해줘요. 연주회를 하고 나면 역시 아내 말을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에게 준 것만큼, 아니 그 이상의 행복감을 얻거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 보람은 무척 클 것 같아요.
고진영 맞아요. 오래 하다 보니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고 감격스러워요. 저희가 가면 반갑다고 안기는 아이들도 많이 생겼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 때도 많고요. 그래서 남편과 진지하게 입양을 고려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순간적인 감정으로 입양을 결정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더 많은 준비도 필요하겠죠.
어린 시절에 만나서 훌쩍 커 성인이 된 친구도 있겠어요?
서희태 있죠. 그런데 18세 성인이 되면 시설을 나와야 해요. 아이들이 혼자서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외부에서도 공동생활을 한다고 해요. 다행히 원장님께서 국가에서 나오는 소액의 생계비를 개인 통장을 만들어서 차곡차곡 저축해주세요. 그리고 성인이 되면 서로서로 도움을 나눌 수 있는 3명의 그룹으로 묶어서 전세를 얻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세요. 그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뜻이 맞는 분들이 잘 만나셨군요?
고진영 서로 마음을 주는 만큼 진심을 알게 되니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거죠. 저희가 다른 시설에도 음악회 초청장을 드렸는데 거절을 많이 당했어요. 음악회 장소까지 오고 가려면 그만큼 친구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보조 선생님들의 힘이 필요하거든요. 그걸 부담스러워하는 곳도 많았죠.
서희태 작년에는 원장님께서 저희를 추천해주셔서 제16회 사회복지의 날 서울특별시장상을 받기도 했어요. 원장님께서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별로 큰일을 한 것도 아니라서 저희 입장에서는 무척 송구스러웠죠.
함께 걷는 행복 부부
해를 거듭할수록 부부가 만들어내는 무대는 더욱 빛나고 흥겹다. 부부가 힘을 합쳐 준비하고 만들어가고 또 보람을 함께 느낀다는 것. 매우 이상적이고 멋진 일이 아닌가 싶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재능과 여유를 가진 것만으로 그것은 축복이다.
좋은 일들을 함께하는 건 부부 관계에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서희태 저희는 서로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라 잘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이성적이고 앞만 보고 가고, 아내는 감성적이고 주위를 두루두루 보고 가는 편이에요. 제가 놓치고 가는 부분을 아내가 이야기해줄 때도 많아요. 실력이 좋아 소프라노로 유망했던 아내가 저 때문에 희생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고진영 제 별명이 내조형 성악가예요. 남편의 일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가 가정을 돌보거나 남편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했죠. 그렇다고 저를 무시하거나 그런 일은 없어요. 오히려 제 의견을 묻고 존중하죠. 내 생각을 많이 해주고 있구나, 하는 걸 항상 느끼니까 희생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슬하에 남매를 두셨죠? 자녀 모두 음악을 하나요?
서희태 아이들에게 음악을 권유는 해봤죠.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았어요. 딸 안나는 음악이 싫다고 해서 시키지 않았고, 현재 밀라노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어요. 아들 현호는 플루트를 전공해 국군 교향악단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고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만큼 가족을 지휘하는 것도 힘든 일이죠?
고진영 맞아요. 만만치 않은 일이죠. 저희가 음악가로서의 행복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도 그것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게다가 아들의 제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2년 동안 훈련식 연주가 힘들었는지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했어요. 저희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긴 해요(웃음).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부모 마음이죠.
서희태 감독님의 올해 계획도 궁금합니다.
서희태시향 오케스트라의 경우 다른 경영인이나 전문가들이 한 해 기획을 짜고 지휘자는 아티스트 역할만 하면 되거든요. 민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저는 직접 경영도 하고 지휘도 해야 해서 굉장히 복잡하고 일이 많죠. 물론 제가 원하는 기획을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합니다. 저는 그냥 관객들이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국내 클래식 연주회는 굉장히 억압돼 있고 부자연스러워요. 연주자들마저도 경직돼 있죠. 그걸 풀어내는 것이 제 목표예요. 관객 모두와 하나가 되는 감동을 주는 앙드레 류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공연처럼 말이죠. 물론 그런 스타일을 싫어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관객과 연주자, 지휘자가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행복해하는 클래식 공연, 국내에도 꼭 정착시키고 싶어요.
해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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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동연(프리랜서) ■장소 협찬 / 타임투스튜디오(02-547-5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