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끊긴 내설악 진입로 어쩌나

태풍에 끊긴 내설악 진입로 어쩌나

댓글 공유하기
내설악의 관문인 백담계곡의 진입로가 완전히 망가져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내설악의 관문인 백담계곡의 진입로가 완전히 망가져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5개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은 강원도 삼척과 양양, 경북 영덕·울진·울릉 등이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피해를 조속히 수습하기 위한 지원에 나선다.

올해는 유난히 긴 장마와 강력한 태풍으로 어느 해보다 많은 지역에서 홍수와 강풍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특별재난지역으로 인정받지 못해 시름이 깊어지는 곳이 적지 않다.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대규모 정전과 낙과 피해를 본 울산도 그중 하나다. 태풍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려면 피해액 집계가 36억원을 웃돌아야 하는데, 정전과 낙과 피해는 정확한 액수를 추산하기 힘들어 울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피해조사 결과 공공시설물 피해가 137곳에 이른다는 경북 청송군도 특별재난지역 선정을 요청했으나 현재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렇듯 지자체들이 특별재난지역 선정을 바라는 것은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받기 위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쓸 곳이 많아진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태풍 피해 복구비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고 가옥이 파손된 사례 등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당장 큰돈이 들어가는 데다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점도 많다.

강원도 인제군의 사정이 대표적 사례다. 인제군은 지난달 장마 때의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의 영향권에 들면서 지역 곳곳에서 물난리와 강풍 피해를 봤다. 특히 연평균 60만∼7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내설악의 관문’ 백담계곡의 진입로가 연이은 태풍으로 큰 피해를 겪었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펼쳐진 ‘백담계곡’을 끼고 있는 이 진입로가 유실되면서 이 구간을 오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셔틀버스 운행마저 중단됐다.

인제군 관계자와 인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3일 불어닥친 제9호 태풍 ‘마이삭’과 7일 잇따라 찾아온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북면 용대리에서 백담사를 잇는 5.7㎞ 구간의 농어촌도로(공원 진입도로) 곳곳이 파손되고 끊겼다. 이로 인해 용대리마을∼백담계곡∼백담사를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이 구간의 셔틀버스가 물난리로 운행이 중단된 것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태풍과 함께 쏟아진 폭우로 계곡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한동안 물에 잠겼다가 모습을 드러낸 도로는 ‘처참’ 그 자체였다. 콘크리트 포장이 10m 크기로 뚝뚝 끊겨 간신히 도로의 형체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도로 옆 가드레일도 엿가락처럼 휘어 제 기능을 잃은 채 단지 백담계곡과 도로를 구분 짓는 경계선 역할만 하고 있다. 그만큼 ‘마이삭’과 ‘하이선’의 위력을 강력했다.

하지만 이번 피해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백담계곡은 폭이 좁고 뱀이 기어가는 모양처럼 구불거리는 ‘사행 하천’이다. 이 때문에 집중호우 때면 단시간에 범람하곤 했다. 더욱이 개설된 지 40년이 넘은 노후한 도로로, 큰비가 올 때면 토사가 유출되거나 낙석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곳이 설악산국립공원 내설악의 핵심 구역으로 자연환경보전지역인 데다 문화재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일반도로처럼 인제군에서 마음대로 대대적인 복구공사를 할 수가 없다. 군으로서는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응급복구만 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끊긴 도로를 메우고 쌓인 토사와 낙석들을 치우는 응급복구를 끝내면 전면 중단된 차량 운행을 곧 재개할 수 있다. 그러나 낙석의 우려는 상존해 있고, 적은 비에도 도로가 유실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가을을 맞아 내설악을 찾는 단풍 관광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인제군과 이 지역 주민들은 중장기적으로 항구복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예산 마련과 법적 제약을 어떻게 푸느냐다. 인제군의 한 관계자는 “백담사 진입로는 협소하고 낙석 등으로 재난위험이 상존해 내설악 탐방객 등의 불편 호소가 끊이지 않던 곳이다. 탐방객 등의 안전을 고려한 항구복구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인허가와 함께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