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연간 200만~300만대에 이르는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밝히면서 찬반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생계를 위해 중고차 사업을 이어온 개인사업자·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완성차 업계와 일부 소비자들은 검증받은‘인증 국산 중고차’가 나온다는 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재 중소벤처기업부가 진행 중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에서 중고차 판매업이 탈락되면 공식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요량이다. 이미 사업성 검토를 마친 상태이며‘적합업종 가부’에 따라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통해 전국 곳곳에서 현대·기아차(제네시스 포함) 중고차량을 매집할 계획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2019년 기준 연간 224만대 선을 유지하며 신차(연간 100만~190만대) 시장보다 규모가 큰‘빅마켓’ 양상으로 성장한지 오래다. 연간 거래액은 업계 추선 22조~30조원에 이르는‘매머드급 볼륨’으로 커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수입차 진영에서는 수 년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이 자사 모델들에 국한해 인증중고차 카테고리를 키워 재미를 보고 있다.
반면 국산차는 일선 딜러, 대리점, 판매망 구조 간의 비지니스 충돌과 업계간 조율 등이 어려워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갈수록 내수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최근엔 차를 빌려타는 트렌드까지 이어지며, 이른바‘노른자 마켓’을 그냥 두고 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차 대비‘볼륨’이 두 배 이상인 큰 마켓에서 발빠르게 치고 나가는 글로벌 브랜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차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중고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들어오면 시장에서 인기인 현대·기아·제네시스 중고차량들의 씨가 말라버릴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현대 기아차 영재 본사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수원 등 중고차판매상들이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는 현대차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회 곽태훈 회장은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까지 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친 욕심”이라며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 진출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고차업계 한 관계자는 “거대 자본이 들어오면 해당 시장은 독점체제로 변해질 것이고, 중고차 물량들에 대한 선별 다양성은 후퇴되고 궁극적으로 판매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반응이다.‘골목상권 논란’ 때마다 약자 편을 들던 소비자들이 이번에는‘공룡’의 편을 들고 있다. 고질적인 허위 미끼 매물, 사고 이력 조작, 바가지 판매 등 기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4%가‘국내 중고차시장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현재 중고차 시장을 두고‘차량상태 불신’,‘허위·미끼 매물’들이 여전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에 대해 수도권의 한 중고차 상사 딜러는 “현재 중고차 바닥(시장)은 사실상 적정한 잣대없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켓이 형성된 것”이라며 “현대차가 들어온다면 서로 유익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