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코 전 공주(가운데)가 지난 14일 일반인 고무로 게이와 하네다 공항을 통해 신혼집이 있는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NHK 화면 캡처
일본 마코 전 공주가 대학 동기인 일반인 고무로 게이와 결혼해 지난 14일 신혼집이 있는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마코 전 공주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동생으로 일왕 계승 1순위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55) 왕세제의 큰딸이다.
두 사람의 결혼은 고무로 모친의 금전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계속 미뤄지다 정식 예식도 없이 혼인 신고만 하는 것으로 성사됐다. 싸늘한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해 마코는 왕실에서 이탈 시 받을 수 있는 15억 원 가량의 일시 정착금도 포기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은 뉴욕 임대 아파트에서 신혼을 시작할 예정이며 왕족에서 평민으로 신분이 바뀐 마코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맞벌이도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미국 뉴욕주의 로스쿨에 진학한 고무로는 지난달 말 합격자가 발표된 뉴욕주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내년 2월 이 시험을 다시 치를 예정이다. 일본 내에서는 고무로가 미국 변호사 자격을 따지 못한 상황이라 왕실에서 꽃처럼 살던 마코의 뉴욕 생활이 순탄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코 전 공주는 그간 자신의 결혼을 둘러싼 과열 취재와 선정 보도로 PTSD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yodo News 제공
마코는 모든 신분과 명예,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도망치듯 일반인과의 결혼을 선택했을까.
결혼으로 일본 왕실을 이탈한 공주가 해외에 거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애초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2017년에는 대다수의 여론이 긍정적이었다. 그러다 주간지 등 각종 매체에서 고무로 모친의 금전 문제를 보도하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후 고무로가 약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 로스쿨 이력서에 ‘일본 공주의 약혼자’라고 표기해 합격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더욱 결혼 반대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코는 지난달 26일 결혼 기자회견에서 해외생활은 자신이 원했던 것이라며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에서 따뜻한 가정을 이뤄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결혼을 둘러싼 일부 주간지의 과열 취재와 선정적인 보도를 언급하며 “잘못된 보도로 인해 큰 슬픔과 스트레스, 공포를 느꼈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진단받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현지 한 궁내청 출입기자는 보도를 통해 “(마코 씨가) 일본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인 것 같다. 특히 마코 씨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줄곧 굳은 표정으로 하네다 공항 출국장을 빠져나간 마코가 미국 JFK 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만면의 미소를 띄며 현지 관계자 10여 명 가량과 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안정된 왕실을 등지고 사랑을 택한 마코 전 공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같은 동화 속 엔딩이 실현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