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한태순씨 납치된 딸 해외 입양…정부와 입양기관 상대로 소송 제기

70세 한태순씨가 딸이 납치된 후 해외 입양을 간 사실을 바탕으로 정부와 입양기관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제공
실종가족 피해자 한태순(70)씨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실종 아동의 불법 입양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기자회견에 나섰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씨는 1975년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4세 딸이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을 모른 채 전국을 돌며 딸을 찾아 헤맸다. 그러다 지난 2019년 입양 한인과 가족을 지원해주는 비영리단체의 도움으로 딸 라우리 벤더와 상봉했다. 한씨는 딸의 입양과 관련해 정부, 입양기관, 보육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씨의 변호인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생물학적 부모가 자녀의 부적절한 입양으로 인해 정부와 입양기관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국내 첫 사례다.

한태순씨가 딸을 찾기 위해 배포했던 실종 아동 전단.
한 씨는 자신의 딸이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40년 넘게 딸을 찾아 헤맸다. 그는 경찰서, 관공서, 입양기관을 수시로 방문했고 한국 언론에도 출연했다. 지하철역, 가로등, 과자 봉지 등 곳곳에 딸의 사진을 게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 최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가 딸인 벤더의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입양을 진행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한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제천보육원이 1975년 5월 경찰에 의해 맡겨진 벤더의 부모를 찾기 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입양 서류상 라우리 벤더(본명 신경하)는 부모를 알 수 없는 버려진 고아로 기재됐다. 보육원에서 지어준 새 이름 백경화로 1976년 2월 미국으로 보내졌다.
한씨는 “44년간 아이를 찾았지만, 재회의 기쁨은 순간이었고 이제는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없어 슬픔뿐”이라며 “분명히 존재하는 부모를 찾으려는 노력도 없이 해외 입양을 위해 고아로 위장했다. 정부와 홀트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태순씨의 이번 소송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자행됐던 한국 입양 시스템 내 광범위한 서류 위조에 대한 논의를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