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비영리단체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현지 시판되는 모든 쌀에서 비소가 검출됐다. 픽셀즈
미국에서 시판되는 모든 쌀에서 비소가 검출됐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비영리단체 ‘헬시 베이비즈, 브라이트 퓨처스(Healthy Babies, Bright Future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판매 중인 145개 브랜드의 쌀 제품 전부에서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4분의 1 이상의 샘플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정한 유아용 쌀 시리얼의 안전 기준치를 초과했다.
사정은 더 심각하다. 추가 조사에서는 일부 쌀에서 무기 비소뿐만 아니라 카드뮴, 납, 수은 등 중금속도 함께 검출됐다. 중금속 함유량은 쌀의 종류와 원산지에 따라 달랐는데,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산 백미나 태국산 자스민 쌀은 중금속 농도가 낮은 편이었지만, 미국 남동부에서 재배된 백미와 현미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수거된 쌀은 트레이더 조(Trader Joe’s), 월마트(Walmart) 등 미국의 일반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특정 브랜드나 고급 제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다. 쌀에 포함된 무기 비소는 장기간 섭취 시 신장암, 제2형 당뇨병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FDA 역시 무기 비소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FDA는 유아용 쌀 시리얼에 대해서만 무기 비소 기준치를 정해두었으며, 일반 쌀 소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다. 다만, 일상적으로 쌀을 섭취하는 이들이라면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왜 유독 쌀에 비소가 많을까? 이유는 침수 재배 방식 때문이다. 쌀은 다른 곡물과 달리 물을 가둔 논에서 재배된다. 이런 침수 환경에서는 토양 속의 비소가 물에 녹아 활성화되기 쉬운데, 쌀은 그 물을 통해 영양분과 함께 비소도 흡수하게 된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미국 남부 지역은 지질 특성상 토양과 지하수에 비소 농도가 높으며 예정 농업용 살충제에 비소 화합물을 썼던 이력이 있어 농지에 비소가 잔류된 경우가 많다. 비소는 쌀의 겨층에 더 많이 농축되어 있어 현미에 함유량이 높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쌀연합(USA Rice Federation)은 CBS 뉴스에 보낸 성명을 통해 “쌀 속 비소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쌀 속 미량의 비소가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향후 FDA의 기준에 부합하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퀴노아나 보리, 메밀, 스파게티 스쿼시(호박면) 등 대체 곡물을 식단에 도입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밥 없는 한 끼’가 이제는 새로운 식탁의 대안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