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암 유발 유전 질환자 ‘정자 기증’ 발칵…최대 수백 명 자녀 남겨

이스라엘, 암 유발 유전 질환자 ‘정자 기증’ 발칵…최대 수백 명 자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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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보건부가 한 정자 기증자가 희귀 유전 질환을 지닌 채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는 자녀를 남겼다는 사실을 밝혔다. 픽셀즈 사진 크게보기

이스라엘 보건부가 한 정자 기증자가 희귀 유전 질환을 지닌 채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는 자녀를 남겼다는 사실을 밝혔다. 픽셀즈

이스라엘 보건부가 한 정자 기증자가 희귀 유전 질환을 지닌 채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는 자녀를 남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이례적인 공식 경고를 발표했다.

해당 기증자는 린치 증후군(Lynch Syndrome) 보유자로, 이 유전 질환은 대장암, 자궁암, 위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부는 1974년부터 1985년 사이 이 기증자의 정자를 통해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전국 유전의학 센터에서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 1970~80년대 민간 클리닉에서 기증

사건의 발단은 몇 달 전 사망한 정자 기증자의 가족이 그의 질환 이력을 보건부에 알리면서 시작됐다. 해당 남성은 규제되지 않은 민간 난임 클리닉에서 정자를 기증했으며, 이 시기는 아직 이스라엘에 공식 정자은행이 운영되기 이전이었다.

현재까지 정확히 몇 명의 자녀가 그의 정자를 통해 태어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보건 당국은 수십 명에서 최대 수백 명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당시 정자 기증은 익명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기증자의 신원을 알 수 없고, 그 자녀들 또한 자신이 누구의 정자로 태어났는지 모른다는 데 있다. 다만 기증이 중부 지역의 민간 클리닉에 한정되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 자녀 50% 확률로 돌연변이 보유

이스라엘 보건부는 “해당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정기적인 의학적 관찰과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며 “한 사람의 유전 정보가 수십 명의 생애 건강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스라엘 보건부는 해당 유전자 보유자의 자녀로 추정되는 모든 사람에게 MRI, 유방·복부 초음파, 정기 혈액 검사 등 철저한 사후 관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40~50대 성인 중 과거 민간 클리닉에서 정자 기증으로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게 즉시 유전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검사에는 의사의 소견서 없이 직접 유전의학 센터에 방문하면 되며, 검사 비용은 한화 약 24만 원이다. 검사 결과 돌연변이 보유자로 확인될 경우, 전문적인 추적 검사와 조기 치료가 무상으로 제공된다.

■ “이제라도 진실 알려야 할 때”

이스라엘 보건부 생식의학 담당 타일리아 엘다르-게바 교수는 “수십 년 전 정자 기증 사실을 가족에게 숨겨왔던 이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진실을 밝히게 될 수도 있다”며 “조기 진단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를 공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도 반복적으로 보고된 바 있는 유전 질환 보유 정자 기증자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럽 유전학회에서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Li-Fraumeni Syndrome) 보유 정자 기증자의 사례가 발표됐다. 해당 기증자는 최소 8개국에서 67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10명이 암에 걸렸고 23명이 돌연변이 보유자로 판명됐다.

리프라우메니 증후군은 TP53 유전자의 결함으로 발생하며, 이 유전자는 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기능으로 인해 ‘게놈의 수호자’라 불린다. 과거에는 위험 인자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고위험 암 발생 유전자로 공식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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