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유산’ 안 준 동생… 이자 책임 시점은?”

박상홍 변호사의 3분 판례

“‘아버지 유산’ 안 준 동생… 이자 책임 시점은?”

유언 집행자는 부모가 돌아가신 날 바로 돈을 물어줄 책임이 생기지 않는다. 상속인이 “내 몫을 달라”고 요구한 때부터 비로소 지연이자 책임이 시작된다. 일러스트|뉴스이미지

유언 집행자는 부모가 돌아가신 날 바로 돈을 물어줄 책임이 생기지 않는다. 상속인이 “내 몫을 달라”고 요구한 때부터 비로소 지연이자 책임이 시작된다. 일러스트|뉴스이미지

김갑동(가명) 씨에게는 두 딸, 김일순 씨와 김이순 씨(가명)가 있었습니다. 임종을 앞둔 그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평생 곁에서 자신을 돌본 둘째 딸 김이순에게는 강남 아파트를 물려주고 싶었지만, 부동산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현실이 걱정이었습니다. 혹여 큰딸 김일순이 서운해하며 두 딸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까 염려한 겁니다.

결국 그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아파트는 김이순에게 유증하되, 아파트를 팔아 나온 돈 중 2억 5천만 원만 김이순의 몫으로 확정하고, 나머지는 언니 김일순과 나누도록 조건을 붙였습니다. 동시에 유언 집행자로는 김이순을 지정했습니다.

3년간 이어진 침묵…그런데!

2018년 2월, 김갑동 씨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유언대로라면 아파트를 팔아 언니와 동생이 각각 몫을 나눠야 했음에도, 김이순 씨는 아파트를 팔지 않은 채 3년 넘게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결국 언니 김일순 씨는 기다리다 못해 2021년 1월, 동생이자 유언집행자인 김이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 몫을 달라. 그리고 그동안 지연된 만큼의 손해금도 지급해야 한다.”

쟁점은 바로 지연손해금은 언제부터인가?

김일순 씨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순간부터 유언은 효력을 가진다. 그러니 동생은 2018년 2월 28일부터 지체책임을 져야 하고, 최소한 법정이율 5%의 지연손해금을 그때부터 붙여야 한다.”

그러나 김이순 씨는 반박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마자 바로 책임을 묻는 건 너무 가혹하다. 유언 집행에는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법원의 판단은?

하급심은 김이순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유언집행자의 유증의무는 기한이 없는 채무이므로, 수증자(즉, 언니 김일순)가 이행을 청구한 시점부터 지체책임이 발생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일은 소장이 송달된 다음 날, 즉 2021년 1월 12일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유언집행자가 ‘지체 없이 유언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은 단순히 준비 행위를 의미할 뿐, 곧바로 유증의무의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2025년 7월,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하고 김이순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대법원 2025. 7. 16. 선고 2024다308079 판결).

박상홍 변호사 한 줄 정리!
특정유증의 이행의무는 ‘기한 없는 채무’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유언집행자는 수증자가 이행을 청구한 때부터 비로소 지체책임을 집니다.



박상홍 변호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가사법 전문 등록 변호사 ▲現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변리사 ▲ <2024 북한인권백서>, <금융피해 법률지원 매뉴얼>, <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 등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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