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나나. SNS 갈무리
가수 나나의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이다 제압당한 남성이, 오히려 나나를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하면서 정당방위 판단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나와의 몸싸움끝에 제압된 후 특수강도상해혐의로 구속된 가해 남성이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며 나나를 살인미수로 역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나의 경기 구리시 자택에 침입해 강도 행각을 벌인 30대 남성 A씨는 현재 특수강도상해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최근 수사 과정에서 “제압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A씨는 수사 초기 범행을 인정했으나, 이후 진술을 번복하며 “범행 당시 흉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경찰은 A씨가 당시 흉기를 들고 주거에 침입해 나나와 그의 모친을 위협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고 있다.
나나의 소속사 써브라임은 2일 입장문을 내고 “흉기로 무장한 가해자의 범행 과정에서 나나와 그 가족은 심신에 걸쳐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해자는 어떠한 반성의 태도 없이 나나를 상대로 별건의 고소를 제기하는 등 피해자가 유명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반인륜적인 행위로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써브라임은 “본 사안과 관련하여 가해자에 대한 민·형사상 일체의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인 침해가 있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과도한 상해를 가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나나의 행위를 정당방위로 판단해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씨의 고소로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한국 사회에서 정당방위가 얼마나 인정되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 중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를 정당방위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한국이 정당방위를 제도적으로 부정한다기보다, 방위의 필요성과 정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위협이 이미 종료된 이후의 보복적 폭행이나 과도한 흉기 사용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번 사건 역시 경찰 단계에서는 정당방위로 결론 났지만, 가해자의 문제 제기로 법적 판단이 다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주거침입과 강도 상황에서의 물리적 저항은 전형적으로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수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과거 정당방위가 적극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가 오히려 처벌받는 역전된 사례도 있었다.
61년 만에 뒤집힌 ‘성폭행 저항’ 판결
부산에서 18세이던 최말자 씨는 1964년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가해자의 혀를 물어뜯어 제압했다. 당시 가해 남성은 주거침입과 협박 혐의만 적용돼 6개월 집행유예형을 받았지만, 최씨는 오히려 중상해죄로 10개월의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61년이 지난 2025년 부산지방법원은 최씨 행위를 ‘정당방위’로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최씨의 행동이 당시 불법적 신체 침해를 막기 위한 정당한 자기방어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과거 법원이 피해자의 위협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점과, 시대적·사회적 맥락의 차이를 다시 되짚게 한 판례로 평가된다.
과도한 폭력으로 정당방위 인정이 부정된 판례
2014년 강원도 원주의 한 주거침입 사건은 정당방위가 쉽게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판례로 자주 언급된다. 당시 한 남성이 새벽 3시쯤 집에 침입한 도둑을 주먹과 알루미늄 폴대로 심하게 구타해 상대가 혼수상태에 빠질 정도로 상해를 입힌 사건이 있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상대가 이미 도주하려던 상황까지 추가적인 폭력을 행사한 경우’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법리 해석을 보여줬다. 한국 법원이 정당방위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로, 국내 언론과 법조계에서 광범위하게 논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