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후견인 아냐” 치매 父에 문 잠근 아들…학대일까, 아닐까?

박상홍 변호사의 3분 판례

“난 후견인 아냐” 치매 父에 문 잠근 아들…학대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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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렇게 흘러갔다.

치매를 앓는 80세의 노인이 잠깐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문이 열리지를 않습니다. 장남인 A씨가 안에서 출입문을 모두 잠가버린 것입니다.

아버지를 내쫓은 A씨, 그가 주장한 표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를 모시는 성년후견인은 동생으로 결정 났잖아! 그럼 아버지가 더 이상 우리 집에 오실 이유는 없는 것이지.”

하지만 그 배경은 사실 이랬습니다.


A씨는 그간 뚜렷한 소득 없이, 부친을 모시면서 부친의 연금에 기대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씨의 동생 B씨가, A씨가 부친의 연금뿐만 아니라 예금까지 손을 대는 것을 보다 못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던 것입니다. 결국 가정법원에서는 부친의 성년후견인으로, 부친을 모시고 있던 A씨가 아닌 B씨가 선임되었습니다. 그리고 B씨는 A씨의 무단 예금 인출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A씨는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것만 해도 서운했는데, 소장까지 받게 되자 큰 불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친이 집에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려는 순간, 출입문을 걸어 잠가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화가 난 B씨는 A씨를 존속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집안의 불화는 법정으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의 핵심 주장: “후견인이 따로 있으면, 난 보호자가 아니잖아?”


피고인은 법정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형법 제273조 제2항에서는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자기의 직계존속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성년후견인이 됐으니, 나는 더 이상 아버지를 보호·감독하는 사람(보호자)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직계존속’이란 요건이 빠져서 존속학대가 아니지요.”

법원의 판단: 후견은 ‘대체’가 아니라 ‘보충’이다


법원은 하급심과 대법원에서 동일하게,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습니다(대법원 2025. 11. 6. 선고 2025도12963 판결).

1) 성년후견은 부양의무와 별개인 보충적 제도

성년후견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사람의 제한능력을 보충하기 위한 제도로서 부양의무와는 별개이다.

2) 직계비속의 보호자로서의 의무

민법은 직계비속에게,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직계존속을 부양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민법 제974조 제1호, 제975조). 노인복지법 제1조의2 제2호, 제1호에서도 이러한 부양의무자를 ‘보호자’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친족이 성년후견인으로 결정되었다고 해서, 다른 직계비속에게 요부양 상태의 직계존속에 대한 부양의무와 보호자로서의 지위가 소멸되는 것이 아니고, 존속학대죄의 객체가 된다.

박상홍 변호사 한 줄 정리!
후견은 책임을 ‘넘기는’ 제도가 아니라, 취약한 사람을 ‘더 촘촘히’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후견인이 생겼다고 가족의 부양의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박상홍 변호사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대한변호사협회 형사법·가사법 전문 등록 변호사 ▲現 법무법인(유) 로고스 변호사·변리사 ▲ <2024 북한인권백서>, <금융피해 법률지원 매뉴얼>, <가정법원 너머의 이혼상속 상담일지> 등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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