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만 막힌 게 아니다…식량·의약품·반도체까지 줄줄이 타격

석유만 막힌 게 아니다…식량·의약품·반도체까지 줄줄이 타격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쪽 호르무즈 해협을 향하는 화물선이 페르시아만을 항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 쪽 호르무즈 해협을 향하는 화물선이 페르시아만을 항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하루 100척 이상 오가던 선박은 전쟁 이후 극소수로 줄었고, 그 여파는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 타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BBC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석유와 가스뿐 아니라 식량, 반도체, 의약품 등 핵심 생필품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료 공급 붕괴…연말 세계 식량 비상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농업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비료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요소·암모니아·인산염 등 주요 비료 원료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 이후 해당 해협을 통한 비료 수출 물량은 급감한 상태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비료 공급 차질은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니라, 한 시즌 전체 농업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해협이 단기간만 봉쇄되더라도 파종 시기를 놓치게 되면 그 영향은 연말 식량 공급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가 완전히 봉쇄될 경우 밀 가격은 4.2% 상승, 과일·채소 가격은 5.2%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까지 영향…헬륨 공급 직격탄


핵심 자원 공급에도 차질이 생긴다. 헬륨이 대표적이다. 전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분의 1은 카타르에서 나오며, 이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된다.

문제는 헬륨이 단순한 산업가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 데이터센터 냉각,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운영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카타르의 주요 생산시설이 공격으로 가동 중단되면서 공급 차질이 현실화됐고, 복구까지는 최소 3~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이미 2023년 헬륨 공급이 흔들릴 경우 가격 급등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외교문제협의회(CFR)의 글로벌 보건 전문가 프라샨트 야다브는 BBC에 “MRI 한 대에는 1500~2000리터의 헬륨이 필요하다”며 “공급이 장기간 부족해지면 의료 시스템 또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짚었다.

의약품도 타격…석유화학 의존 구조


의약품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진통제, 항생제, 백신 등 상당수 의약품은 메탄올, 에틸렌 같은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걸프 지역 국가들은 전 세계 석유화학 생산의 약 6%를 차지하며, 이 물량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된다.

특히 인도는 전 세계 제네릭 의약품의 약 20%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원료에 크게 의존한다. 전문가들은 물류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의약품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공급 차질…배터리 생산도 흔들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핵심 자원은 또 있다. 바로 황이다. 전 세계 해상 황 거래의 절반가량이 호르무즈를 통과하며, 이 물질은 비료 생산, 금속 정제, 리튬·코발트·니켈 추출 등에 사용된다.

결국 황 공급이 흔들리면 배터리 생산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전기차·전자기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자재와 중간재가 지나가는 핵심 통로이기 때문에, 한 번 막히면 식량·기술·의료 전반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에너지 위기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이 뒤흔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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