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임박했나…‘30년 침묵’ 후지산 폭발 시나리오 방송

일본 대지진 임박했나…‘30년 침묵’ 후지산 폭발 시나리오 방송

지난해 8월 일본 도쿄도청 총무국은 후지산이 분화할 경우 어떤 모습일지를 주민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AI로 제작한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도청 총무국은 후지산이 분화할 경우 어떤 모습일지를 주민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AI로 제작한 영상을 공개했다.

일본에서 최근 대지진과 화산 분화 가능성을 다룬 특집 보도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특집 프로그램 ‘후지산 대분화, 다가오는 회색 악몽’을 통해 후지산이 분화할 경우 수도권 기능이 어떻게 마비될 수 있는지 집중 분석했다. 야후재팬 뉴스도 이를 바탕으로 대형 재난 시나리오를 상세히 소개했다.

이번 보도는 단순한 자연재해 다큐멘터리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 지자체, 전력회사, 철도회사, 통신회사, 연구기관까지 참여해 “현대 도시가 화산재를 맞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현실적으로 짚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300년 침묵”…후지산은 정말 잠든 산일까


후지산은 일본의 상징이지만 동시에 활화산이다. 마지막 대규모 분화는 1707년 에도시대 ‘호에이 대분화’였다. 이후 약 300년 동안 조용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안전 신호로 보지 않는다.

야마나시현 후지산과학연구소 후지이 도시쓰구 소장은 NHK 인터뷰에서 “300년은 인간 시간으로 길지만, 화산의 수십만 년 생애로 보면 순간에 불과하다”며 “후지산은 아직 젊은 화산으로 언제 활동을 재개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갑자기 하루 10번, 20번씩 지진이 이어진다면 며칠 내 분화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이는 현재 전조가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휴면 상태가 영구적 안전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용암보다 ‘화산재’가 문제


일본 대지진 임박했나…‘30년 침묵’ 후지산 폭발 시나리오 방송

NHK 보도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의외로 용암이나 화쇄류가 아니었다. 일본 수도권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화산재다.

1707년 호에이 분화 때도 에도 지역에는 약 2주 동안 화산재가 내렸다. 같은 규모 분화가 지금 발생하면, 기상 조건에 따라 도쿄 23구에는 약 10cm, 가나가와 일부 지역은 30cm 이상 쌓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시됐다.

화산재는 직경 2mm 이하의 미세 입자다. 분화 규모가 크면 상공 높이 치솟은 뒤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한다. 일본 정부는 간토 지역뿐 아니라 도호쿠, 호쿠리쿠, 도카이, 간사이 지방까지 퍼질 수 있다고 본다.

화산재 0.5mm만 내려도 전철 멈춘다


NHK는 화산재가 현대 도시를 어떻게 멈추게 하는지도 수치로 제시했다.

- 0.5mm 이상 쌓이면 지상 철도 운행 차질 가능성이 커진다. 레일 전기 신호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2mm 이상이면 공항 활주로 청소가 필요해 항공편 운항이 중단될 수 있다.

- 3cm 이상이면 비가 올 때 승용차가 미끄러져 주행이 어려워진다.

-10cm 이상이면 건조한 상태에서도 일반 차량 운행이 사실상 힘들어진다.

즉, 영화처럼 용암이 도시를 덮치지 않아도, 몇 mm의 화산재만으로 교통망이 먼저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비까지 오면 정전”…실험으로 확인한 전력 마비 위험


이번 특집에서 일본 시청자들이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장면은 정전 실험이었다.

NHK 제작진은 전력중앙연구소 협조로 실제 배전선 설비를 재현한 뒤, 전선 절연체(애자)에 화산재를 뿌리고 물을 분사했다. 그러자 약 2분 뒤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화산재는 마른 상태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비를 머금으면 전기가 통하기 쉬워진다. 이 경우 누전 위험이 커지고 전력회사는 감전 사고를 막기 위해 해당 지역 전기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2016년 아소산 분화 당시 약 2만7000가구가 5시간 이상 정전된 사례를 언급하며, 후지산 분화 시 수도권과 주변 지역 약 40만 가구 정전 가능성도 제기했다.

물도 끊길 수 있다…도시 인프라 동시 타격


정전만 문제가 아니다. 화산재가 강과 저수지에 유입되면 정수 처리 능력이 떨어져 단수 위험이 생길 수 있다. 하수 시설도 막힐 수 있다.

교통·전기·수도가 동시에 흔들리면 병원 이동, 약품 공급, 물류 배송까지 연쇄 차질이 생긴다. NHK는 이를 단순 화산재 피해가 아니라 ‘2차 재난’으로 규정했다.

후지이 소장도 “화산재 자체보다,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이동하지 못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워도 끝이 아니다…‘재의 쓰레기’만 4억9000만㎥


눈은 녹지만 화산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후지산 분화 시 도로·주택가 등에 쌓여 치워야 할 화산재가 약 4억90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재해 폐기물의 약 10배 규모다.

문제는 버릴 곳이다. 임시 적치장 확보도 쉽지 않고, 매립·재활용·해상 처리 등 최종 처분 방식도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다.

대피보다 “집에 머물라”는 지침


의외로 일본 정부의 기본 대응 원칙은 대규모 대피가 아니다. 2025년 보고서에서 정부는 후지산 분화 시 ‘원칙적으로 자택 생활 유지’를 제시했다.

다만 화산재가 30cm 이상 쌓이면 목조주택 붕괴 우려가 있어 대피 권고 대상이 된다. 3~30cm 수준에서는 우선 실내 대기를 기본으로 하되, 장기 정전이나 의료 필요 인구는 별도 대피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일본 사회는 생수와 식량 1주일치, 보조배터리, 손전등, 방진 마스크, 고글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안내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와 기상청이 공식 발표한 대지진 임박 징후는 없다. 후지산 분화 경보가 발령된 상태도 아니다.

다만 일본 언론이 이 시점에 대형 특집을 내놓은 이유는 분명하다. 난카이 대지진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이 화산재라는 또 다른 리스크까지 안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다시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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