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사랑에 빠지라고, 연애를 하라고 부추기는 사이트가 있다. 제대로 하려면 공부도 하란다. 그래서 이번엔 직접 발 벗고 나서서 캠페인까지 진행하고 있다. 사랑 까막눈들에게 거친 애정전선의 안내자가 되어주겠다는 정현경 CEO를 만나보았다.

젝시인러브, xyinlove, 사랑에 빠진 남녀라는 뜻의 이 단어는 사랑을 주제로 한 여성 포탈 사이트(www.xyinlove)의 이름이다. 이 사이트는 사람들에게 자꾸만 사랑을 하라고 한다. 사랑을 과학적으로 풀어주기도 하고, 때론 조금 찌릿한 에로틱 버전으로도 충동질한다. 과감하게 계약 연애를 해보겠냐고도 권하더니 무슨 비즈니스 전략 강연처럼 경험자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는 멘토링도 열겠단다. 그냥 좋으면 됐지, 좋아서 사귀고 잘 맞으면 사는 거 아니냐는 사람들에게 젝시인러브의 젊은 CEO 정현경 대표(32)는 사랑도 배워야 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 비해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에 대해 얘기하고, 사랑에 대해 거리낌없어진 건 사실이죠. 하지만 이혼율은 50%에 육박한다는 것을 아시나요?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방법은 모르고, 그저 감정이나 본능에만 충실한 것이 문제죠. 사랑도 배워야 합니다. 제대로 사랑을 해야 그 사랑이 행복으로 이어지는 거죠. 제대로 된 사랑법을 가르쳐 주는 곳이 젝시인러브입니다.”예상보다도 훨씬 젊고 세련된 그녀는 젊은 사람다운 자신감, 그러면서도 나이답지 않은 여유와 능숙함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사람들은 모든 걸 배우면서 살아가죠. 학교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도요. 일이나 예술, 심지어 패션과 돈도 모두 배우면서 즐기고 쓰는 거죠. 하지만 사랑만은 배우지 않아요. 사랑만큼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없는데도 말이에요. 전 여자 인생의 50%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 부분이 채워지지 않은 행복이란 없다고 봅니다.”그렇다고 남자에게 사랑 받는 것에 목숨을 건 여자들을 위한 고리타분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이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어찌 보면 남자 따윈 아랑곳없다는 듯한 사랑 방식. 이끌리는 것이 아닌 이끄는 사랑, 때론 여우처럼 실속을 챙기기도 하는 똑똑한 사랑을 말하고 있다. 계산적인 사랑잉니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사랑법을 가르치고 싶단다. 이들이 지향하는 사랑은 ‘신뢰와 희망이 있는 건강한 사랑’.
“내가 있고 상대방이 있어야 건강한 사랑입니다.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 나 자신이 없어져버리는 소위 ‘사랑밖에 난 몰라’족들의 사랑은 건강하지 못한 사랑이죠. 그래서 그런 사랑은 병들기 쉽죠. 젝시가 바라는 건강한 사랑 문화가 퍼지면 법정에 이혼서류를 들고 줄을 서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어질 수 있을 겁니다.”

정 대표는 얼마 전부터 사이트를 매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사랑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심하게 변형되어 가고 있는 사랑에 대한 응급처치의 일환으로 단 한 사람 단 한 커플이라도 안정된 사랑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한 커플의 사랑이 후일 사회 전반에 걸친 거대한 영향을 누릴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를 누리고 있다. 눈앞의 작은 일부터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 사랑 캠페인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컨텐츠, 이벤트, 교육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사랑을 가르치고 배움으로써 기존 인터넷 사이트의 컨텐츠들이 단순한 텍스트에 불과했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참가하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직접 참여하고 실천에까지 이르도록 하는 적극적인 프로그래밍을 통해 온라인 캠페인의 한계 극복을 시도하고 있는 것.
“사랑이 일회적인 이벤트가 아닌 것처럼, 우리 캠페인도 일시적이거나 한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종료 시점을 향해 달려가는 캠페인이 아닌, 지속적이고 꾸준한 캠페인이 될 것입니다. 진행 방식도 기존 온라인 이벤트처럼 한 페이지에 왁자하게 모아놓고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형태가 아니죠. 사이트의 컨텐츠 채널, 게시판 공모, 오프라인 행사 등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어요.”사랑에 대한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 이론을 담고 있는 ‘신비한 사랑의 과학’이라는 코너는 지난 5월 연재를 시작하면서부터 회원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고, 오프라인으로는 매달 한 번씩 커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랑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그들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자는 취지의 ‘러브멘토링’은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활발하게 진행되던 게시판 카운슬링을 좀 더 폭넓고 체계적으로 이끌어 내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적응되고 있는 시스템. 이밖에도 계약연애를 통해 성실한 사랑의 가능성을 타진하자는 ‘계약 연애합시다’, 결혼설명회, 커플 컨테스트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법을 총 동원하고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인터넷 젝시인러브 사이트에 접속해서 참가를 신청할 수 있다. 회원가입만 하면 참가비는 무료이고, 한번 참가했던 사람은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것 외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별도의 신청 없이도 참가 가능하다.
남다른 생각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시도들 때문에 젝시인러브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북마크해 둘 만한 알찬 싸이트로 꼽힌다. 3년전 처음 런칭할 땐 대형 여성포털들의 등장 으로 사람들의 관심권밖에 있던 찬밥 사이트가 인기 사이트가 된 비결이 뭘까?”여성이 소비의 주체이니 여성포털이 대박이 날 거란 예상으로 이벤트나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선점하려는 때였는데, 직원 3명으로 시작한 우리 사이트가 조목을 끌지는 못했죠. 직원들도 시장 선점의 원리를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지요.”하지만 정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는 거품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미국 남가주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광고대행사 AE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시장의 원리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시장”전 늘 마라톤을 생각하며 일해 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더욱 여유를 가질 수 있었죠. 마라톤에선 항상 그렇잖아요. 초기 15km 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던 사람들은 그 이후엔 지쳐 나가떨어지기 십상이죠. 제대로 하려면 여유를 가지고 힘을 비축하다 30km 지점에 이르러서 2위권으로 올라서는 거예요.
그리고 점차 가속을 붙여야 비로소 1위로 42.195km를 완주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저는 지금이 약 30km 지점이 아닌가 합니다. 이제 막바지 코스가 눈앞으로 다가오겠죠. 내년이나 후년쯤, 그 때는 정말 비축된 힘을 가지고 마지막 1위 탈환에 이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그녀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가족의 사랑 없는 성공은 꿈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무실의 가장 깨끗하고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놓여 있는 결혼사진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책상 서랍에 가득한 남편과의 사진이 또한 그랬다. 2000년도에 결혼을 했다는 그녀, 일과 사랑 두 가지를 다 성취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냐고 묻자 약간 능청스럽게 웃는다.
“여자가 두 가지를 다 잘하는 것은 물론 어렵죠. 그래서 남편과의 사랑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남편이, 가족이 잘 도와준다면 가능한 일이죠. 저도 결혼 초 한 1년 정도는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 물론 그런 과정을 통해 이젠 노하우를 터득했지만요. 정말 사랑은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앞머리를 길게 흘러 내려오는 굵은 웨이브 머리, 검은 색 힙합 바지에 흰 남방 차림의 그녀의 복장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결혼 3년 차인 그녀는 불과 한 달 전에 출산을 했던 것. 아직 산후조리 중이어야 할 그녀였다. 정말 여자가 일과 사랑 모두를 잘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회사에 나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를 보면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올해 사랑의 결실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말대로 내년이나 후년이면 일에서의 결실도 또한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일궈낼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마침내 42.195km를 모두 달렸군요. 하지만 마라톤 경기는 이것이 마지막은 아니죠.”라고.
글/김영인(자유기고가) 사진/ 김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