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98점 명중! 다크호스로 떠오른 여고생 사격선수 권지나

3백98점 명중! 다크호스로 떠오른 여고생 사격선수 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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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일, 그저 과녁을 향해 내 영혼을 던질 뿐이예요”

성남여고 1학년 권지나는 나이에 비해 실력은 프로 사격선수 못지않다. 국내 사격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을 모조리 휩쓴 것. 사격만 잘하는 게 아니라 외모도 출중하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영화 ‘레옹’의 여주인공 ‘마틸다’로 통하는 그녀를 만났다.

중학생때부터 선수생활하며 두각

경기도 성남여고 사격장, 1학년 권지나(16)가 사격 연습을 하고 있다. 2kg은 족히 나갈 사격복을 입고 정신집중을 하고 있는 그녀. 얼핏 석고상같기도 한 눈매가 무척 매섭다. 아는 체를 하려하자 그녀는 ‘몇 발 안 남았으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라며 마지막 조준을 한다. 마지막 방아쇠가 당겨진 이후 기자에게 내민 점수표. 점수표엔 연지탄의 흔적이 가운데로 모여있다. 100% 명중.

연습 이후 달콤한 휴식시간, 그녀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천천이 걸어나온다. 이유를 물으니 사격복때문이란다. 사격복은 일반 의류보다 열배 이상 딱딱해서 마음대로 무릎을 구부리거나 쉽게 이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격할 때 총의 흔들림이나 어깨의 진동을 방지하려 입는건데 선수인 저희들도 입을 때 아주 곤욕을 치러요. 특히 여름철엔 더 답답하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

사격복을 벗고 마주 앉았을 때는 그녀는 총을 손에서 떨어뜨려 놓지않는다. 제일 아끼는 물건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그녀는 총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녀의 총은 알루미늄 공기소총. 2백5십만원이나 하는 그녀의 총은 다른 총에 비해 무겁다.

“막연한 말 같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총이 무작정 좋았어요. 멋있기도 했구요. 상원여중 1학년 때였나! 당시 안희철 체육선생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사격을 하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사격을 배우기 전엔 태권도선수가 될까 생각했었는데 사격을 하다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 하는 인생의 목표가 분명하게 생기더라구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상원여중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해 9월 육군참모총장기 공기소총 부문에서 4백점 만점에 3백95점을 기록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 또 올 4월엔 경기도 학생 체육대회에서 3백97점, 19회 회장기 전국사격대회에서 398점을 받는 등 기염을 토해냈다. 이런 화려한 입상 경력을 갖고 있지만 그녀는 아직도 실수투성이라며 겸손해 한다.

“사격은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단체전일 경우는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해요. 특히 사격은 심리적인 컨트롤이 아주 중요하죠. 안좋은 일이 있다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사격점수가 엉망으로 나와요.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거나 대회에 나가 상대 선수들과의 심리전에서 밀리면 사격선수로서의 생명은 끝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선수 생활뒤엔 체육교사되고 싶어

그런 까닭에 이들을 교육하는 서상필 감독은 감독이기 앞서 선수들의 정신과의사 역할을 자청하고 있다. 자칫 개인의 작은 실수와 미묘한 감정으로 사격인으로서의 자세가 흐뜨러지면 대p회를 준비할 때 패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그녀는 사격솜씨뿐만 아니라 외모도 출중하다. 흰 피부에 여고 1학년으로 여겨지지않을만큼 신장도 167Cm. 늘씬하다. 그녀의 외모가 여느 학생과 다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난 87년 미국에서 직업군인인 아버지(빌 데이비스)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여덟살까지 자란 그녀는 94년 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다시 한국으로 와야했다. 그녀의 미국이름은 ‘레지나 데이비스’. 지나라는 이름은 미국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후 그녀는 한국에서 새 아버지를 만났고 지난 2000년부터 사격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친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아요. 나중에 미국에 갈일이 생긴다면 한번쯤 보고 싶긴 하지만 그 외에 다른 감정은 없어요. 지금 제 곁에서 부모님이 잘해주시고 늘 저를 응원해주시기 때문에 부러울 것 없어요. 또 제가 운동하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마음속으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효도하는 일은 좋은 성적으로 학교를 빛내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곧 있을 전국체전 선발전에서도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중학생 때부터 사격을 해온 터라 그녀는 학교의 명물로 통한다. ‘작은탤런트 이유진’이라는 애칭으로 학교에서는 인기스타다. 프로 사격선수가 아니고 학생선수이기 때문에 대회에 입상했을 경우라도 포상금을 받진 못하지만 1년에 120만원 정도 학비를 받고 있으니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교장 선생님을 위시해 학교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사격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도와준 분들이니까요. 특히 학비를 보조받기 때문에 학교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어요. 또 무엇보다 사격이 저의 적성에 맞아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사격선수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다른 학생들보다는 수업을 덜 듣는다. 4교시만 마치면 되는 것. 4교시 마치면 그녀는 체육관을 찾아 조깅과 스트레칭을 한 후 사격장에서 2시간 꼬박 연습에 돌입한다. 사격은 유연성이 중요해 사격을 하기전의 운동은 기본. 특히 권지나는 사격을 할 때 허리를 뒤로 젖히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매일 운동을 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제가 어리기 때문에 함부로 말씀은 못드리지만 사격은 자신과의 싸움이 맞는 말 같아요.저는 사격을 할 때 ‘내가 사격을 하고 있다’라는 최면을 걸어요. 사격을 하다보면 무아지경속으로 빠지기 때문에 자칫 자신을 잃어버리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거든요. 또 저는 속전속결로 총을 쏘는 버릇이 있어요.(웃음) 제가 잘 쏴서가 아니라 숨을 멈춘 뒤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하면 과녁이 눈에 크게 들어와요.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죠. 총을 쏘는 제 스타일인데 코치님께 지적을 많이 받아요. 앞으로 제가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녀의 나이 열여섯. 앞으로의 진로를 묻자 그녀는 한번도 생각해본 일 없다고 잘라 말한다. 현재는 어느 대학이 실업팀으로 간다거나 하는 생각보다는 좋은 점수를 내는 일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아직 어리고 학생선수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적인 생각을 할 틈은 없어요. 실력이 뛰어나다면 대학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올것은 자명한 일이고 프로선수로 뛰다보면 기회가 오는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욕심을 부릴 마음은 없습니다.다만 저는 이 다음에 성인이 되면 체육선생님이 되고싶어요.지금 저를 가르쳐 주시는 백영숙 코치님도 제겐 부러움의 대상중 한분이거든요. 이 다음에 제게 기회가 닿는다면 체육 교사를 하며 어린학생들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하고 싶어요. 이게 바로 저의 소박한 꿈이랍니다.(웃음)”

글/연주흠 기자  사진/ 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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