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소증에 수염도 없는 총각 아빠 김영수와 7명의 작은 천사들

왜소증에 수염도 없는 총각 아빠 김영수와 7명의 작은 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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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자의 손길이죠”

1백47cm의 단신, 수염이 자라지 않는 총각 아빠 김영수씨, 그에게는 7명의 천사 같은 자식들이 있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7명의 아이들과 ‘즐거운 우리집’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나날들.



변성기, 몽정기도 없었던 사춘기 시절

CBS 방송국 녹화 스튜디오에서 김영수(36)씨를 처음 만났을 때 적잖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얼마 전에 펴낸 「땅꼬마 아빠와 다섯 천사들」이란 책을 통해 왜소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얼굴을 맛대니 말문이 막혔다.

백팩을 맨 뒷 모습은 영락없는 중학교 학생이고, 수염의 흔적조차 없는 앳된 얼굴로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남성 호르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는 성인 남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뼈는 아직 13세에 머물러 있고, 성장판은 아직 닫혀 있지 않아 치료를 받으면 키가 계속 자랄 수 있다. 김영수씨의 현재 키는 1백47cm, 지금도 옷을 사려면 아동복 코너를 찾아야 한다.

“양복을 입을 때도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더 많이 집중되요. 그래서 보통 때는 이렇게 캐주얼한 옷을 많이 입는 편입니다. 이렇게 입으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줄거든요.”

관공서에서나 길거리에서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한다. 일 때문에 찾아간 관공서에서는 ‘아버지 모시고 와라’라고 하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꼬마야’ ‘학생’이라고 부른다. 모두 작은 키와 남자의 특성이 보이지 않는 외모 때문이다. 이제는 TV와 책을 통해서 그의 사연이 많이 알려져, 실수하는 사람이 적어졌다면 웃는다. 하지만, 아직도 그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시선은 많다.

아버지는 사업실패로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살을 했고, 남겨진 식구는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세살 위의 형과 어린 김영수는 삼촌 집에서 살게 됐다. 삼촌은 키가 전혀 크지 않는 1백5cm의 조카가 걱정스러워 병원에 데리고 갔다. 검사 결과 ‘뇌하수체 성장호르몬 결핍증’ 즉 키가 크지 않고 남성호르몬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하지만, 이때까지 병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다. 친구들보다 작은 키였지만, 올망졸망한 키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복을 입어야 하는 중학생이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과 놀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친구들은 교복 깃을 세우며 멋을 내지만, 그는 맞는 교복이 없어서 맞춤집에 가서 줄여 입어야만 했다. 교복 뿐만이 아니라 교련복, 체육복도 크기만 했다. 반에서 키가 큰 친구들과 함께 서 있으면 나무 위에 매미가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사춘기 때 얼마나 외모와 이성에 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저에게 사춘기는 몸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 뿐이었어요. 변성기도 없었고, 남학생들이 흔히 겪는 몽정기도 없었죠. 여학생들이 제 모습을 보고 웃을 때면 정말 힘들었어요.”



상위권이었던 성적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바닥을 치게 된다. 중학교 3학년이 끝나갈 무렵 그는 관악산에 올라갔다. 겨울 관악산의 칼바람이 그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지만, 무작정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정상이 보이는 산등성이에 다다랐을 때 왼쪽으로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키가 자라지 않고, 남자가 될 수도 없다는 현실이 어린 김영수에게는 버거웠다. 한발 한발 낭떠러지로 다가간 순간 떠오른 어머니의 얼굴. 털썩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자살을 포기한 후에 인생은 새롭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다녔던 교회에서 저의 신앙심을 더욱 키워나갔죠. 대학도 자연스럽게 신학대학을 선택했어요. 1991년도에 수도침례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창조교회에 들어가서 목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즐거운 우리집’이 대안가정의 한 표본이 되기를

서울 수유리에 있는 창조교회에서 김영수씨는 유치원과 초등부 어린이 주일학교 전도사를 담당했다. 사회에 나와서 처음 맡는 일인 만큼 피곤함도 잊은 채 열정적으로 해나갔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느다랗던 목이 언제부턴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 몸이 커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부었죠. 그때는 교회일에 매달리느라 무시하고 지냈는데, 나중에는 혹이 생겨서 잡히더라구요. 그때서야 병원에 가서 갑상선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죠. 다행히 치료는 잘 됐는데, 그때부터 조금만 일해도 몸이 무척 피곤해요.”

수술 후 6개월 정도 쉬고 6년간 몸담았던 곳을 떠나 인천 부평 중앙교회로 옮겼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는 해 신학대학 동기와 함께 신길동에 있는 성은교회에서 목회활동을 계속해나갔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나날이 늘어만갔다. 목회 활동으로 받는 월급으로는 생활자체를 꾸려나가기 힘들었고, 그는 목사 안수를 받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조건 중 대부분은 충족시켰지만 결혼이 문제였다.

“일반 목회는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어렸을 적 꿈이 떠올랐죠. 바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제가 살던 시흥 본동의 고아원에 있던 아이가 같은 반에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고아원 원장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요.”

그때부터 친구와 전국의 폐교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맘에 드는 폐교는 임대료가 너무 비쌌고, 임대료가 싼 곳은 고쳐서 사용할 만한 엄두가 나질 않는 곳이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가본 곳이 충북 단양의 한 폐교였다. 6백미터나 올라가야 하는 고지대에 있었지만, 공기도 맑았고 산세도 좋았다. 이곳을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1년 정도 친구와 함께 폐교를 고쳐가면서 준비해나갔다. 지금 김영수씨가 7명의 아이들과 살고 있는 ‘즐거운 우리집’이다.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아이들이 보통의 가정처럼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래서 보통 시설처럼 ‘~원’이 아닌 ‘즐거운 우리집’으로 이름 지었죠. 내가 아니면 시설로 들어가야만 하는 아이들만 이곳에 받아들이고 있어요. 저의 사랑과 손길이 미칠 수 있는 12명까지만 받으려고 해요.”

아버지의 부도로 이곳에 들어온 아이도 있고, 부모들의 빚과 술 때문에 고통을 받다가 이곳에 들어온 아이들도 있다. 김영수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 무척 조심스럽다. 자신의 이야기 때문에 아이들이 또 다른 상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아빠나 삼촌으로 김영수씨를 부르는데, 맘 속으로는 아빠라는 호칭이 좋지만 상관하지는 않는다. 12살 지희와 유진이, 돼지 정석이, 찔찔이 기건이, 촐랑이 태용이, 뱃살 공주 하나, 봉도까지 모두 서로에게 힘과 사랑을 주는 한 가족이다.

“지희와 봉도는 지난 6월 초에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 다른 시설에 들어갔다가 적응을 못한 상태였는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 중 부모님과 연락이 닿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게 조심스럽네요.”

김영수씨는 ‘즐거운 우리집’이 대안가정의 한 모델이 되기를 원한다. 아이들은 보육시설보다는 가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대안가정이 더욱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을 볼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영수씨. 키가 작기 때문에 아이들과 시선을 맞출 수 있다면 웃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키가 크지 않아 많은 상처를 받았던 김영수씨와 부모와 사회로부터 관심을 못받았던 아이들이 서로 보듬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즐거운 우리집’. 하지만 이 곳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빠져있다. 바로 여성의 손길이다.

“여자 아이들이 커 갈수록 제가 챙겨주지 못하는 부분이 생겨요. 그리고 제 음식 솜씨가 별로 좋지 않거든요. 여성의 손길이 많이 필요해요. 결혼을 하면 가정다운 모습이 될텐데, 그게 쉽지 않네요.”

김영수씨는 요즘 이 꿈이 올해 안에 이뤄질 것 같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해하는 김영수씨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즐거운 우리집’이 대안가정의 역할을 제시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글 / 최영진(객원기자)  사진 / 김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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