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팀 ‘초롱이’ 이영표 장가가던 날

국가대표 축구팀 ‘초롱이’ 이영표 장가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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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공, 사는 사! 신혼여행보다 국가대표로서의 의무가 우선입니다”

월드컵 스타 이영표가 설기현, 안정환에 이어 ‘유부클럽’(?)에 가입했다. 3년 간 사랑을 키워온 장보윤양과 드디어 결혼에 골인한 것. 아름다운 6월의 신부를 맞는 이영표 선수의 눈빛이 그의 별명처럼 유난히 초롱초롱 빛나던 날이었다.

“우리 지금 막 결혼했어요!”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서 맹활약 중인 초롱이 이영표(27)가 결혼에 멋지게 골인했다. 지난 현충일 오후 서빙고동 온누리 교회에서 있었던 결혼식에서 이영표 선수는 아름다운 신부 장보윤양(25)을 평생의 반려자로 맞아들였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시종 진지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보여준 두 사람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엄숙하게 결혼의 예배를 올렸다.

이날 결혼식에는 양가의 가족 친지들을 비롯해 축구관계자들, 팬클럽 회원들 등이 다수 참석했고, 여기에 취재진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1500여 명의 하객으로 식장은 성황을 이뤘다. 어윤태 LG 스포츠단 사장과 이영표의 전 소속팀이었던 안양 LG의 한웅수 단장, 조광래 감독 등 축구인들과 각계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애석하게도 쿠엘류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6월 8일과 11일에 각각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우루과이전과 아르헨티나전에 대비한 국가대표팀의 마지막 연습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비록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선수들은 축의금으로 축하의 마음을 대신했고, 우리나라의 축의금 문화에 익숙지 않았던 코엘류 감독도 주변의 귀띔으로 금일봉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똘망똘망한 소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이영표 선수는 새신랑답게 이날만큼은 한껏 멋을 낸 어엿한 모습이었다. 은은한 광택이 나는 연한 금빛의 예복을 차려 입고 앞머리를 살짝 올려 세운 세련된 스타일로 식장에 들어선 것.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며 입장한 신부 역시 단아한 미모가 돋보였다. 두 사람이 입장하자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온 축구팬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들어올려 촬영에 열을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두 사람이 모두 독실한 크리스챤이기 때문에 성찬식과 혼인서약, 찬양, 축도 등 예식 전체가 예배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성찬식을 하며 서로의 입에 떡을 먹여줄 때 이영표 선수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식장 좌우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두 사람의 성장과정을 담은 축하 영상물이 나타나자 하객들은 일제히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축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갓난아기 적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개구쟁이 때와 학창시절의 모습을 거쳐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다정한 포즈를 담은 풋풋한 사진이 띄워지자 신랑신부는 다정하게 서로의 손을 꼭 잡기도 했다.

주례의 지시에 따라 신랑 신부 포옹의 시간이 뒤따르자 수줍은 신부가 이영표 선수의 품에 살짝 안겼다. 장난기가 발동한 주례 하용조 목사가 “부인의 손이 남편의 허리를 좀 더 감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신랑은 신부를 다시 한 번 꼭 안아주었고 신부는 빨개진 얼굴로 또 한번 신랑의 품에 안겼다.



“축구인생도 다시 한번 새출발합니다”

이영표 선수와 신부 장보윤양이 처음 만난 건 2000년 7월의 일로, 두 사람은 꼬박 3년 간 교제해왔다. 당시 서울여대 정보영상학부에 재학 중이던 장보윤양은 아르바이트 삼아 모 인터넷 방송국에서 AD로 일하고 있었다. 동영상 인터뷰를 위해 이영표 선수를 처음 만날 때만해도 장보윤양은 축구에 관심도 없는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서너 차례 만나면서 가까운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서로의 순수함과 성실한 태도에 마음이 이끌렸다.

지난 1월 이영표 선수가 네덜란드로 떠난 이후에도 이들은 국제전화와 인터넷으로 사랑을 키웠다. 결혼을 약속한 것은 지난해 월드컵이 끝난 후의 일이지만, 본격적으로 결혼 얘기가 오간 것은 지난 4월, 이영표가 PSV 아인트호벤과 3년 계약의 완전 이적을 확정한 뒤부터였다. 당초 6개월 임대 계약이었지만 완전이적으로 몇 년간 외국 생활이 불가피해지자 하루라도 빨리 서로 합쳐 안정을 찾기로 마음을 모았던 것. “벨기에에서 뛰고 있는 설기현 선수 등으로부터 외국생활을 위해서는 일찍 결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들었다’는 이영표 선수는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인터넷 메신저로 매일 대화했기 때문에 늘 함께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6일 결혼식 후 서울 조선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냈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 선수 부부를 위해 최고급 스위트룸이 제공됐다. 보통의 신랑신부라면 결혼식을 마치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겠지만 두 사람은 첫날밤만을 함께 보낸 채 다시 떨어졌다. 이틀 후, 닷새 후에 각각 예정된 국가대표팀의 우루과이전, 아르헨티나전을 준비해야했기 때문이다.

평소 가족을 각별하게 챙기고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유명한 쿠엘류 감독은 이영표 선수에게, 일생에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이니 만큼 우루과이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제외시켜 줄테니 신혼여행을 다녀오라고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영표 선수는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신혼여행보다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의무가 먼저”라면서 코엘류 감독의 배려를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결혼식 다음날 오전 처가에 들러 인사를 한 이영표 선수는 바로 대표팀 훈련에 참가했다.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에 선 두 사람의 신방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있는 20평형 아파트에 차려질 예정이다. 그동안은 같은 팀 동료이자 후배인 박지성 선수와 만나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랬지만 이제는 달콤한 신혼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예쁜고, 착하고, 순수한데다 신앙심도 좋아서 배울 점이 많다”며 새신부 자랑에 마냥 즐거워하는 이영표 선수. 든든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으니 그의 축구인생도 이제 다시 시작이다!

글/박연정 기자  사진/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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