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구 이후 아내에게 마약 투여하고 선후배 시켜 12차례 성폭행 대리 만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성범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엽기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서울 동부경찰서에서 수사를 마무리한 사건 역시 그런 측면이 많은 사건이다. 남편이 자신의 부인에게 마약을 투약한 뒤 친구들을 시켜 성폭행하게 했다는 것이다. 남편의 성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30대 여성의 이야기를 추적했다.
당뇨로 성기능 저하되면서 불행 시작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고 있는 윤형남씨(가명·40)의 인생은 성공한 축에 속했다. 사채업을 하며 돈을 모은 덕분에 80여 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한 것이 그랬고,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인 외제 승용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것도 그랬다. 게다가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빼어난 미모의 아내 유민경씨(가명·39)와 결혼했다.
한 살 터울인 이들은 지난 85년 결혼한 후 어려움 없이 결혼생활을 했다. 그러나 불행의 싹은 이들 부부가 모르는 사이에 자라고 있었다. 바로 2년 전, 남편 윤씨가 병원으로부터 당뇨 진단을 받게 된 것. 이들 부부의 삶은 이 일을 계기로 생활이 180도 달라졌다.
투병 초기만 해도 윤씨는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됐다. 2001년 여름부터는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했다. 약물에 의존하다보니 성기능이 점차 떨어졌다. 몇 차례의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자 남편은 차츰 정상적인 부부관계보다는 변태적인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그가 손을 댄 것은 마약이었다. 2001년 10월 9일 부인 유씨의 생일이었던 이날 남편은 특별한(?) ‘생일선물’을 준비했다. 남편의 연락을 받고 귀가한 유씨의 눈앞에 펼쳐진 선물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여보 지금 뭐하는 거예요?” 부인 유씨의 눈동자가 커졌다.
“잠깐이면 되니까 가만히 있어봐.” 남편은 주사기 바늘을 손가락으로 톡톡 퉁기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주사기에 담긴 액체는 필로폰이었다. 반강제적으로 부인에게 필로폰을 투약한 윤씨는 마약에 취해가는 부인의 모습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해 결혼기념일, 남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난데, 지금 광명으로 좀 오지.” 남편이 말한 곳은 예전에 몇 번 찾았던 ‘○○ 모텔’이었다. 한껏 기대에 부풀어 공들여 화장을 하고 나간 그녀는 그곳에서 남편과 조우했다.
남편의 지시대로 먼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유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주사기.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자꾸 이러면 집에 있는 아이들까지 모두 죽여버릴 거야” 집에 있는 아이들을 입에 올리자 유씨는 할 수 없이 또 필로폰 주사에 손목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한동안 이어진 남편과의 자극적 성행위. 약기운에 취해 희미해져가는 의식 너머로 남편이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도 같았다. 잠시 후 누군가 객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자신도 몇 차례 본 적 있는 남편의 친한 친구 박모씨(40)였다.
남편의 의도대로 환각의 나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유씨의 정신이 퍼뜩 깨어난 것은 어느덧 박씨가 남편 대신 침대 위로 온 뒤였다. 놀란 유씨는 손사래를 치며 박씨를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이를 말려야 할 남편 윤씨가 오히려 자신의 두 팔을 굳게 잡은 채 박씨의 행위를 돕고 있었다.
아내의 양심고백으로 변태성욕자 남편 철창행
이미 남편의 눈동자도 마약에 취해 풀려 있는 상태였다. 울면서 반항했지만 결국 유씨는 남편이 두 팔을 잡고 반항을 억제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에게 무참히 성폭행을 당해야 했다. 이같은 일은 이후에도 수차례 반복됐다. 남편은 파트너까지 수시로 바꿔가며 자신의 부인을 유린하게 하며 대리만족을 얻고 있었다. 점점 대담해진 남편은 아예 집으로 친구를 끌어들였다. 유씨는 마약에 취한 상황이었지만 거실에 있는 시부모님들에게 행여 수치스러운 장면을 들킬세라 남편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스스로 입을 막아야 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이처럼 4명의 선·후배를 동원해 지난해 봄부터 최근까지 모두 12차례에 걸쳐 부인에게 필로폰을 강제로 투약한 뒤 성폭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자신에게 찾아온 이런 기막힌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아니, 누구에게 말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했지만 그때마다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아이들은 물론 친정 식구들까지 모두 없애버리겠다”는 남편 윤씨의 협박이 귓가에서 메아리쳤다.
이러는 사이 남편의 변태행각은 점점 정도를 넘고 있었다. 지난 3월 2일의 일이었다. 이날 좀더 자극적인 행위를 시도하던 남편이 부인을 데리고 간 곳은 서울 방배동의 한 호스트바였다. 이곳에서 호스트 한 명을 부른 남편은 유씨에게 “호스트와 성행위를 해보라”고 명령했다. 유씨는 손사레를 쳤고 남편의 폭행이 이어졌다.
지난 6월 4일에 벌어진 일은 윤씨가 벌인 변태행각 가운데 대표적인 경우라 할 만했다. 부인 유씨를 데리고 부천시 일대를 전전하던 그는 새벽 무렵 24시간 영업하는 비디오방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이곳에서 그는 그녀에게 놀라운 ‘지령’을 내린 채 사라졌다.
“지금부터 내가 먼저 가는 척할테니 비디오방 주인을 유혹해 방 안에서 성관계를 맺는 거야. 실패하면 그걸로 끝인 줄 알아.”
남편의 지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떤 보복이 가해질지 잘 알고 있었던 유씨는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라야 했다. 인터폰을 통해 비디오방 주인을 방 안으로 호출한 그녀. 주인으로서는 매혹적인 여성의 유혹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곧 두 사람의 성관계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바로 옆방에서는 휴대폰을 귀에 댄 남편 윤씨가 미리 켜놓고 나온 유씨의 휴대폰을 통해 이들 두 남녀가 내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같은 변태행각을 일삼던 윤씨에게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 6월 11일. 남편의 거듭된 요구에 지칠 대로 지친 유씨가 수차례 자살을 기도한 끝에 병원에 입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병원으로 찾아온 자신의 여동생에게 그간 겪었던 엄청난 일을 털어놓았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곧 경찰로 전해졌고 1년 넘게 이어졌던 윤씨의 변태행각은 그제서야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세상 돋보기로 본 갖가지 해괴한 사건들
남편과 아들이 아내의 내연남을 감금, 폭행
남편이 아들과 합세해 바람난 아내와 내연남을 납치해 감금하고 폭행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 서부경찰서는 지난 6월 20일, 고교 2년에 재학중이던 아들과 공모해 부인 김도연씨(가명·33)와 내연남 윤주완씨(가명·33)를 납치·감금한 뒤 금품을 요구한 혐의(인질강도 등)로 박웅석씨(가명·44)를 구속했다.
올 초부터 남편의 묵인 아래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고 있던 부인 김씨는 손님으로 찾아온 윤씨와 ‘눈이 맞아’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집을 나갔다. 아내가 한번도 아니고 두 차례나 집을 나가자 이번에는 남편 박씨가 나섰다. 아들 민규군(가명·17·고교 2년)과 함께 이들 남녀의 추적에 나선 것.
마침내 지난 6월 13일 추적 12일 만에 부인 김씨와 내연남 윤씨를 납치하는데 성공한 박씨는 “너희들은 죽어야 한다”며 야구방망이 등으로 마구 폭행한 혐의. 윤씨와 아들 민규군은 이후 부인과 내연남을 충북 청원군 모 여관에 6일간 감금한 뒤 쇠사슬 등으로 묶어놓고 간통 합의금 등의 명목으로 2천만원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물론 가정을 팽개치고 집을 나간 부인 김씨도 잘못이지만 이쯤되면 ‘막나가자’는 부자가 아닐까.
아내 성폭행 피해 사실 증명하려 자살한 남편
최근 전남 완도에서는 이번 사건과는 정반대로 부인이 자신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하자 이를 비관한 남편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22일 전남 완도군 K면의 한 작은 마을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날 K면에 살고 있던 김경희씨(가명·25)는 어느덧 자정을 넘어가는 시계 바늘을 보며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인간이 어디서 또 누구랑…’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김씨의 남편 정동훈씨(가명·31)는 하루가 멀다 하고 외박을 일삼았다. 이로 인해 적지 않게 속을 끓이고 있던 김씨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 이홍민씨(가명·31)의 전화였다.
“경희씨, 내가 동훈이 일로 할 말이 좀 있는데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 김씨. 그러나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긴 뒤였다. 고민하던 김씨는 시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외출 허락을 받은 뒤 한달음에 약속 장소인 완도읍 간척지 농로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이씨가 승용차를 세워둔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타시죠.” 짧은 인사를 건넨 이씨는 그녀를 태우고 어디론가 차를 몰기 시작했다. 덜컥 겁이 난 김씨는 애써 태연한 척 그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지만 이씨는 그저 묵묵히 차만 몰았다. 이윽고 불빛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까지 차를 몰아간 이씨는 갑자기 돌변했다.
이 일은 곧 김씨의 남편 정씨의 귀에도 들어갔다. 해결책을 찾던 부부는 지난 6월 초 전남 해남경찰서에 이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부인이 치욕스러운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범행을 입증할 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자 정씨는 자살을 선택했다. 죽음으로 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정씨가 이렇듯 덧없이 목숨을 끊자 그의 자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지난 14일 뒤늦게 이씨를 구속했다.
글 / 최승현(자유기고가) 사진 / 김현희·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