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美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동시에 만점받은 한국인2세 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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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美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동시에 만점받은 한국인2세 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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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임이 좋은 평범한 고교생, 과외 한 번 안했지만 집중하니 되더라고요!”

1500명의 교민이 사는 미국 남부의 중소 도시 아칸주 리틀 록. 보수적인 이곳이지만 한국인이라면 보는 눈이 달라진다. 한 고교생의 한국 이미지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양대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동시에 만점을 받은 괴력이 화젯거리다. 지독한 공부벌레 김한. 과연 그 아이는 어떻게 공부했기에 그런 성과를 거두었을까. 그 비밀의 빗장을 연다.

만점을 쏜다, 희망을 연다

한국의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다. 미국 아칸소주 리틀 록, 클린턴 전 대통령이 주지사를 했던 미국 남부의 도시라 이름만은 낯설지 않다. 이곳 아칸사스대학의 시스템공학과 교수인 김정환씨(49)는 오늘도 인터넷 게임에 빠진 아들과 ‘맥빠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고 3인 아들 김한(17)은 금요일이면 귀가하자마자 인터넷 게임을 하기 위해 가방을 팽개치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미국에서 금요일은 토요일과 일요일이 연휴로 이어져 어느 때보다 휴식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때다. 플레이스테이션Ⅱ에 푹 빠진 아들을 보는 아버지는 공부 걱정에 잔소리를 시작한다. 벌써 몇 년째다. 스타크래프트와 블리자드로 게임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잔소리의 정도는 점점 심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타이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예전처럼 카랑카랑하지 않다. 그저 습관처럼 타이를 뿐.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을 너무 좋아해 학업 성적이 떨어질까 잔소리를 했지만, 그런 걱정이 기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시험만 봤다하면 만점을 받아오는 데, ‘공부하라’는 잔소리가 궁색해 질 수밖에 없었던 것. 이렇듯 게임 마니아로 아버지 속을 어지간히 끓이던 한국인 2세 고교생이 두 종류의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중 지난 겨울에 SAT(미 학습능력적성시험)에서 1천6백 점 만점을 받았는데, 6월에 치른 ACT(미국 대학입학 학력테스트)에서도 36점 만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ACT는 SAT와 함께 미 고교생들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일종으로, SAT가 수학 ‘능력’ 평가에 중점을 두는 데 비해 ACT는 고교 교과과정을 통해 실제로 배운 내용을 점검하고 테스트하는 데 비중을 둔다. 두 가지 시험에서 동시에 만점을 기록하는 학생은 전미를 통틀어 고작 20~30명을 넘지 못한다고 한다. SAT에서 만점을 받는 학생이 통상 5백∼6백명 정도 나오는 것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치. 아칸소주에서도 4년 전 고교생 한 명이 두 시험에서 만점을 기록해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정도다. 특히 한국인 2세가 양 시험에 만점을 받은 케이스는 처음이지 않나 하는 것이 현지의 전언이다. 더군다나 미국 대학 입시에서 중요하게 요구되는 AP에서도 일곱 개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학교 공부만큼 사회성도 중요

만점으로 점철된 한이의 성적표를 보면 공부벌레임이 분명할 텐데, 생활은 그렇게 따분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극성스럽게 밤을 새워가며 공부하지는 않았거든요. 남부의 중소도시에 정착한 터라 비올라 교습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공부에 관한 한 과외라고는 해본 적도 없어요. 잠도 컴퓨터 게임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에 9시간씩 자거든요.”

아버지 김정환 교수는 여전히 컴퓨터 게임 걱정이다. 다만 공부하는 데 있어서 집중력이 대단하다는 칭찬은 아끼지 않는다. 지난 겨울 SAT에서 만점을 받은 기념으로 콜로라도로 가족 스키여행을 다녀왔다. 사는 곳이 미국 남부이다 보니 눈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고 한이 역시 그런 아쉬움이 있었던 듯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운동을 좋아해 학교에서는 축구선수로도 활약할 정도다. 학교 공학클럽 반장으로 주 과학경진대회에서 1등상을, 올해 하버드대 동창회가 우수학생에게 수여하는 ‘하버드 북 어워드’ 등 각종 상을 받았다. 이렇게 다방면에 재능이 있고 교과 과목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다고 학년을 뛰어넘는 월반을 시키지는 않았다.



“학교도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월반에 대한 얘기를 학교 측으로부터 듣기는 했지만 공부만큼 또래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월반을 시키지는 않았어요. 다만 수학·물리 등을 아주 잘해 고1때부터 강의는 고3 과정 중에서도 하이 레벨에 해당하는 수업을 듣기는 했죠.”

이제 어느 대학을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물론 아직 고교 과정 중이라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도 아들과 아버지의 신경전은 서서히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과대 교수인 아버지가 원하는 대학은 당연히 공대 최고의 명문이라 일컫는 ‘MIT’다.

아들이라고 다른 생각은 아니었다. 그런데 학교의 대학 탐방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나서 아들 한이의 생각이 완전히 180도 바뀌었다.

“MIT에 가보면 정말 성냥갑 같은 건물만 있거든요. 캠퍼스라고 해봐야 볼품도 없죠. 기대를 잔뜩 갖고 갔는 데, 그런 분위기가 별로 맘에 안 들었나 봐요. 그런데 프린스턴 대학에 가보고 나서는 그 학교가 너무 좋다며 그곳을 가겠다는 거예요. 물론 명문이지만 공과대학은 그렇게 명성을 쌓지 못했거든요. 생각이야 많이 바뀌겠지만 생각을 굽히지 않을까 봐 걱정이네요.”

어쩌면 김 교수의 고민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1981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유학생 부부의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작이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소개팅도 아닌 미팅에서 만난 부산고 출신의 서울공대 전기과를 다니던 김 교수와 경남여고 출신 이화여대 생물학과를 다니던 김인숙 커플은 둘다 미국 대학의 교수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아내 김인숙씨(47) 역시 아칸사스 의과대학 소아과의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이들의 성공뿐 아니라, 자식들도 보수적인 미국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착실히 찾아가고 있다. 맏딸 예니씨(21) 역시 유니버시티 오브 펜실베니아의 왓튼 비즈니스스쿨 4학년 생으로 미국 유수의 기업인 골드만삭스에서 인턴십을 밟고 있는 상태.

아직 미래를 얘기하기에는 이른 나이인지 모른다. 한이 역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 사항은 아직 세우지 않은 상태. 다만 공학 분야의 연구자가 되겠다는 얘기는 종종 해왔다고 한다. 아직 미지의 그때, 능력출중한 한국인 2세 한 명이 그릴 세상이 자못 궁금해진다.

글/강석봉 기자  사진제공 / 짐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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