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꽃동네

한 사람도 버려지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꽃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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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마을의 가슴 따뜻한 겨울 이야기

사람들은 꽃동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곳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다.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이 존재하는 곳. 다만 한 가지 이곳은 버림받은 사람들만이 모여 살 수 있는 곳이다.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이 사는 곳. 그러나 이곳에 오면 가족과 사회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사랑으로 똘똘 뭉친 꽃동네 마을 사람들의 겨울 이야기.

후원금보다 마음이 그리운 요즘

28주년 맞아 지난 시간 뒤돌아보기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 세계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메가톤급 도시로 성장한 도심의 빌딩 숲을 빠져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 공기가 참 좋을 것 같다’라는 시골 마을에 자리 잡은 꽃동네. 이곳에는 혼자의 힘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들만이 살 수 있는 곳이다. 정신병과 알콜 중독, 뇌성마비, 간질, 자폐증 등등. 사회에서 버림받아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이들만이 입소 조건이 되는 집.

충북 음성의 꽃동네에는 현재 2천 1백 여 명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복합 장애를 안고 있다. 한 사람이 하나의 병만 갖고 있어도 행복한 삶이라는 건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이라면 누구나 깨닫게 되는 일이다. 아니 스스로 걸어 다니며 밥을 챙겨먹고 옷을 챙겨 입고, 물을 떠먹고, 화장실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집. 그래서 꽃동네에는 삶의 마지막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려 애쓰는 이들이 조용히 찾아들기도 한다고. 한번 다녀가면 세상과 맞서 다시 살아날 희망을 찾게 되는 꽃동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은 이렇게 일반인들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곤 한다. 본인들도 모르게...

꽃동네를 만든 오웅진 신부는 현재 공판이 진행중이다. 오 신부의 횡령 혐의는 6차 공판까지 치르고 있다. 이렇다할 결론 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보내며 꽃동네 가족들은 쓸쓸하고 추운 겨울을 맞았다. 어느 해보다 춥게 느껴지는 올 겨울. 오 신부의 횡령 혐의가 언론에 공개된 후 꽃동네는 한동안 경제적으로 심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아직도 후원금의 25%가 끊겨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세상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 사랑으로 사는 것’이라는 가족들의 똘똘 뭉친 마음으로, 꽃동네는 겨울바람에 맞설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25%의 후원금이 끊긴 것은 경제적인 의미와 함께 꽃동네를 생각하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꽃동네 가족들은 끊긴 후원금보다 끊어져버린 25%의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꽃동네 설립 후 앞만 보고 달려온 꽃동네 가족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다. 자기성찰의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꽃동네 가족들의 편안함과 안락함 등 좋은 것만 추구하려 애쓴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자란 꽃동네 가족들이 처음으로 돌아보는 자신들의 뒷모습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떠올리면서 작은 실수 하나까지도 들춰가며 ‘내 탓이오’하는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꽃동네 가족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은 꽝꽝 언 겨울 산을 녹일 만큼 따뜻할 것이다.

얼마 전 꽃동네에는 잔치가 벌어졌었다. ‘엘리제의 여왕’인 가수 이미자씨가 꽃동네에서 공연을 한 것. 오랫동안 경사스런 일이 없던 요즘에 벌어진 잔치라 가족들은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날부터 달력에 X표를 해가며 잔치가 벌어지기 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공연이 있던 날은 이른 아침부터 강당에 모여들었다. 어떤 이들은 누워서, 또는 휠체어에 앉아서 공연을 봤다. 이들 중에는 온몸에 뒤틀려서 잘 펴지지 않는 손으로 애써 박수를 치는 이부터, 눈동자를 굴리는 것 밖에 다른 표현을 할 수 없는 이들까지 모두 모였다.



이미자씨는 약 2시간가량의 공연동안 단 한차례의 게스트 무대를 허락했을 뿐, 유명 호텔에서의 디너쇼에서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 선물을 했다. 마치 꽃동네 가족들이 불편한 몸을 뒤로한 채 최선을 다해 박수를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열정적인 무대를 가진 이 자리에는 꽃동네 가족뿐 만아니라 온 충북 음성의 주민들이 모두 모였다. 꽃동네 가족들은 이렇게 이 마을의 주민들과 똑같이 웃고 즐기고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저 몸이 불편하고 갈 곳이 없다는 것이 차이일 뿐 꽃동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꽃동네에는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대부분은 봉사를 위해 찾는 이들이다. 매일 찾아오는 봉사자들의 손길.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봉사자가 모자라는 실정이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 중에는 하루 세끼를 꼬박 받아먹어야하고 대소변도 치워줘야만 하는 중증 장애인이 많기 때문이다. 또 몸이 아픈 이들은 어리광도 많고 자주 화를 내기도 한다. 때문에 꽃동네 가족들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봉사를 온 이들은 모두 새 삶은 찾은 사람들처럼 환한 미소를 지으며 꽃동네 문을 나선다.

올 해는 꽃동네가 만들어진 지 28년이 되는 해이다. 스물여덟 살의 나이가 되는 동안 꽃동네는 몸도 마음도 성숙했다. 그러나 아직도 모자라는 모양이다. 그래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는 꽃동네 사람들. 나눌 수 있는 마음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이곳 사람들 덕분에 꽃동네는 사시사철 훈훈한 모양이다.

* 꽃동네 후원 안내는 인터넷 꽃동네 홈페이지 www.kkot.or.kr을 참고해 주세요.

처음엔 욕했습니다마는....

처음엔 욕했습니다. 아는 욕 다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도 원망했습니다. 우리가 왜 이런 곳에서 이런 짓을 해야하나. 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서 내가 왜 이곳에 와서 왜 이런 것을 해야하는지 깨달았습니다. 지금 전 이곳에 저희 학교가 오지 않았다면 학교를 원망했을 겁니다. 지금 학교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꽃동네 선생님들께 용서를 빕니다. 그동안 욕했던 것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희가 건강해서 얼마나 행복한건지를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강현모)

그리운 꽃동네

친구들끼리 아직도 꽃동네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한답니다. 그곳에서 찍었던 사진도 보면서 놀이기구도 연예인도 없었지만 보람된 일들이 기분을 즐겁게 하네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나중에 더 크면 그때 봉사하러 자주 찾아뵙도록 할 게요. (교문중학교 은영)

사랑합니다

저는 꽃동네학교로 봉사를 갔었는데 거기서 햇님방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그곳은 다른 곳과는 좀 다른, 누워서 생활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봉사를 가기 전에는 장애인들에 관한 편견을 가지고 많이 무서워했는데 햇님방 방문에 들어서는 순간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아이들을 성심껏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들과 놀다가 밥 먹일 시간이 되어서 그것도 한번 도전을 했지만 맘먹은 대로 되지 않고, 자꾸만 되지 않아서 결국에는 짜증도 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자원봉사자님들에 비해 아주 작은 한 부분의 봉사를 한 것 같아 내가 해야 할 봉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짜증냈었는지, 후회가 되네요.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꽃동네에 가서 꽃동네학교 아이들을 꼭 한 번 보고 싶네요. 꽃동네식구들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저에게 보여주셨던 밝은 웃음 잃지 마시고 언제나 건강하세요. (이주향)

1. 정이 그리운 꽃동네 식구들. 매일 봉사자들이 찾아오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이 많은 꽃동네에는 늘 봉사의 손길이 부족하다. 신부님과 수녀님을 엄마, 아빠로 알고 지내는 아이들부터 찾아오는 이 아무도 없는 하얀 백발의 노인까지. 하지만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의 집인 꽃동네에는 희망과 사랑이 넘친다.

2. 꽃동네 가족들은 컴퓨터 교육도 받고 붓글씨, 그림 그리기 등의 취미 활동도 활발히 한다. 완성된 작품을 보면 깜짝 놀랄만큼 훌륭한 재주를 가진 가족들을 위해 꽃동네에서는 전시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희망의 꽃동네에서 시도한 일 중 아직까지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은 합창단이다. 악기를 연주하고 이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일은 개인이 아닌 그룹의 일이라서 그런 듯하다. 그러나 올 해는 합창반을 만들어 공연도 해보겠다고한다.

글/경영오 기자  사진/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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