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복싱 ‘라운드 맨’이 된 전현식의 특별한 경험

세계최초 복싱 ‘라운드 맨’이 된 전현식의 특별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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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 위에 올라가니까 정말 흥분 됐어요”

지난해 12월 24일, 세계 챔피언 이인영의 1차 방어전에는 세계 최초로 라운드 맨 6명이 링 위에 올라갔다. 그날 가장 인기를 많이 끈 라운드 맨은 보디빌더 전현식씨다. 그는 링 위에서 뛰어난 쇼맨십과 단단한 근육질의 몸매를 맘껏 보여줬다.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매 자랑



‘땡’ 소리가 울린다. 1백80초의 전쟁을 마친 선수가 4각의 링 한구석으로 들어간다. 피와 땀으로 끈적한 링에는 40초의 평화가 찾아든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이 시간에는 짧은 치마와 탱크 톱으로 무장한 라운드 걸의 섹시한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몇 라운드인지를 알려주는 피켓을 머리 위에 들고 라운드 곳곳을 도는 라운드 걸. 그녀들이 없는 권투 시합은 전쟁터 같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우리나라 유일의 권투 세계 챔피언 이인영의 1차 방어전이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여느 권투 시합처럼 3분마다 40초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1라운드가 끝나고 늘씬한 몸매의 라운드 걸이 링에 올라올 차례. 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잘 빠진(?) 남자가 라운드 피켓을 들고 링에 올랐다.

관중석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잠시 술렁였다. 하지만 흥겨운 음악에 맞춰 쇼를 보여주는 라운드 맨들의 흥겨운 모습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10회 동안 세계 최초로 라운드 맨 6명이 40초의 짧은 휴식시간마다 번갈아 나오면서 관객을 흥겹게 했다. 특히 7라운드 피켓을 든 전현식씨(24)는 6명의 라운드 맨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쇼를 보여줬다.

보디빌딩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상체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 그리고 몸에 착 달라붙는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40초 동안 마치 미국 프로레슬링 선수들의 쇼와 같은 다양한 몸짓을 보여줬다. 다양한 쇼맨십을 보여준 전현식씨는 이날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라운드 맨이다.

“그날 경기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왔거든요. 솔직히 두려웠죠.(웃음)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었지만, 막상 링 위에 올라가니까 흥분되던데요. 그래서 즉석에서 링 줄에도 올라가고, 소리도 지르고 그랬어요. 내려오는데 아주머니들이 제가 가장 잘했다고 말해주던데요. 그 말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웃음)”

“창피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재미있었다”고 답한다. 걱정하던 부모님도 방송이 나간 후에 “잘했다”고 칭찬했다며 웃는다. 이날 경기가 방송으로 나간 후에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군대에서 만난 선후배들이 “정말 너였냐?”며 묻는 전화가 많았다고 한다. 어느 술집에서는 방송에서 봤다며 사인 요청까지 해왔다.

전현식씨가 라운드 맨이 된 것은 우연이었다. 제대한 지 2개월째, 우연히 본 신문에서 ‘세계 최초 라운드 맨 선발대회’라는 작은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원래부터 ‘끼’가 다분했기에 주저 없이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활달한 성격 탓에 선발대회에서도 남들보다는 훨씬 튀는 몸짓으로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끌었다.

전현식씨는 오는 2월 14일, 미국 권투선수의 시합에 또 한 번 라운드 맨으로 오를 예정이다. 이번에는 좀더 파격적인 쇼를 준비한다며 웃는다.

전현식씨는 라운드 맨 팬카페(cafe.daum.net/roundman)도 있다고 자랑한다. 이번에 보여준 라운드 맨들의 특별한 모습에 반한 팬들과 곧 정기모임도 가질 예정이다.

홈쇼핑 모델로도 활동하고 싶어

전현식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야구선수로 활동했다. 포지션도 유격수로 유망한 선수였는데, 팔꿈치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보디빌딩이었다.

“영화 ‘투혼’을 보고 장 클로드 반담의 몸에 정말 반했거든요. 저도 그 배우처럼 몸을 만들고 싶어서 현재 97년 말부터 보디빌딩을 했어요. 자격증은 2000년에 땄고,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에어로빅 선수다.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는 모습을 본 에어로빅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그에게 선수로 뛸 것을 제안했다. 근육질의 몸매에 유연성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에어로빅 선수로는 제격이라는 것이다. 에어로빅을 시작한 지는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는 5월 고양시 세계 꽃 박람회 이벤트 무대에서 에어로빅 시범을 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스터 경기 대회’ 참가를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전현식씨의 끼는 또 있다. 고등학교 시절에 우연히 본 드러머의 멋있는 모습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드럼 실력도 상당하다. 군대에 있을 때는 그 장기를 살려 교회 행사가 있을 때마다 드러머로 활동했을 정도다.

그는 한때 힙합 클럽의 VIP 이기도 했다. 그가 무대에서 랩을 하면 손님들이 호응이 대단해 술과 안주가 공짜로 제공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그와 함께 클럽에 가려고 하던 친구들도 많았다. 

전현식씨는 또 라운드 맨 선발을 주최했던 기획사와 계약을 맺어 CF에 출연할 계획이다. 그리고 자신의 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제 장점은 잘 다져진 몸이잖아요. 홈쇼핑 모델 같은 제의가 들어오면 해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엔터테이너를 꿈꿔왔거든요.(웃음) 라운드 맨을 한 경험이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즐기며, 남들 앞에 서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신세대답게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것이 행복하다. 단 한 번의 라운드 맨 경험으로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전현식씨. 그에게 이 경험은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그는 ‘보디빌더’가 평생 직업임을 잊지 않는다고 한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전영기  장소협찬 / 변정일 복싱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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