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복판에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를 설립한 것. 좋은 시설과 화려한 교수진 덕분에 개교한 지 1년 만에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김 대표가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던 꿈을 이룬 것이다.
2백억원 투자, 1년 만에 11개 학과로 증설

‘연예인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주)MTM 커뮤니케이션스의 김민성대표(45)가 큰 사고를 쳤다. 서울 삼성동 한복판에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를 세운 것. 2년제 4학기 시스템으로 일반 전문대학 졸업자와 동등한 학위를 받을 수 학교를 만든 것이다.
“아내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말렸죠. 하지만 처음 MTM을 만들 때부터 전문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제 꿈이었어요. MTM을 하면서 사람을 키우는 데 희열을 느꼈거든요. 인생을 살면서 가장 값진 일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설면에서 한국종합예술대학보다 좋다는 평가도 받아요.(웃음)”
학교 소개서를 보면 김민성 대표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 ‘하얀전쟁’ ‘남부군’ ‘헐리우드키드의 생애’ 등을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이 학장을 맡고 있다. 전 서울예술대학 학장인 양정현씨가 대표를 맡았고, 김민성 대표는 이사장을 맡았다.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세 사람이 뭉쳤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귀천도’ ‘몽정기’의 정초신 감독, 그룹 긱스의 멤버인 정원영씨, 드라마 ‘호텔리어’의 장용우 PD, 가수 김현정의 안무 디렉터였던 홍영주 등 화려한 멤버들이 교수직을 맡았다. 그리고 특강을 해줄 교수진으로는 시인 신경림, 극작가 이만희, 코미디작가 장덕균, 아나운서 김병찬, 최란, 유동근, 안성기, 송윤아, 임성훈 등이 포진되어 있다. 이렇게 화려한 교수진을 짤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 쌓아온 인맥 덕분이라며 웃는다.
영화·방송·공연예술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울문화예술전문학교는 개교 첫해에 6개 학과로 출발했다. 하지만 1년 만에 5개 학과가 늘어 총 11개 전공학과(영화학과, 방송영상학과, 연극학과, 방송연예학과, 패션스타일리스트학과, 영상연기·모델학과, 뷰티디자인학과, 실용음악학과, 실용무용학과, 공연기획학과, 영상극작학과)가 마련되어 있다. 이 학교는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다. 본관에는 방송국에서나 볼 수 있는 고가의 영상장비들이 마련되어 있고, 별관에는 음악·무용 관련 학생들의 연습을 위한 개인 스튜디오가 지하에 마련되어 있다. 학과를 늘리면서 지하1층, 지상5층의 별관을 새롭게 건축했다.
“학교 만드는 데 2백억원이 들었어요. 별관을 새롭게 지었지만, 개강하면 공간이 좀 부족할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하지 않게 계속 투자해야죠. 개인 스튜디오가 마련된 곳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예요. 학생들이 처음 이곳에 와서는 ‘무슨 대학에 캠퍼스도 없냐’고 불평하지만, 학교 시설을 보고는 모두 만족해요. 그게 우리 학교의 자랑이죠.(웃음)”
학교 시설물과 화려한 교수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지난해부터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해에는 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3백여 명의 끼있는 학생들이 모였다. 올해는 7백여 명이 수강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올해는 영화나 연극, 실용음악과에서는 15대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일 것 같다고 흐뭇해한다.
“학생들이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연예계는 어렵고, 살얼음판 같은 곳이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뚝배기 같은 은근함을 가지고 노력할 준비를 해야돼요.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민성 대표가 짧은 시간에 학교를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십수 년간 연예인을 키워오면서 쌓은 인맥과 노력 덕분이다. 연예인을 키우는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도 한때는 잘나가는 배우였다.
충북 충주 출생으로 대학 졸업 후 극단 신협과 맥토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명동 엘칸토예술극장 개관 공연인 ‘아담 이브 그리고 그 이후’(이종훈 연출)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KBS 특채로 탤런트가 됐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작한 일이었기에 이를 악물고 연기를 했다. 탤런트로 활동중 미국에 있는 친척집에 간 것이 김 대표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1987년에 미국 LA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 갔다가 액터스 스쿨을 보고 놀랐죠. 연기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매니지먼트를 보고 우리나라도 저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연기학원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열었죠. MTM의 전신이에요.”
당시에는 사회적 인식이 없어서 ‘사기꾼’ 취급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그의 열정과 노력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고, 1989년 MTM을 탄생시켰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MTM은 연기학원, 매니지먼트, 방송캐스팅, 모델 에이전시 등을 고루 갖췄다. 당연히 MTM은 연예인 사관학교로 불렸고, 당시 하이틴 대상 드라마에 나오는 연기자는 대부분 MTM 소속 연예인였다. 심은하, 채림, 최진실, 김소연, 송윤아, 김민종, 이정현, 감우성 등 헤아리기 힘든 톱스타들이 모두 MTM 출신이다. 그만큼 김 대표는 연예계에서 대성할 수 있는 ‘끼’를 알아보는 남다른 능력이 있다.
“이 일을 오래 해서 그런지 몇 마디 이야기하고, 연기를 시켜보면 재목감인지 아닌지 감이 와요. 심은하는 남산에서 열린 영상모델 선발대회에 친구 대신 나왔다가 상을 받아 제가 MBC 공채시험을 보게 해서 뜬 경우예요. 많은 연예인들과 인연을 맺었죠.(웃음)”
하지만 대기업이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면서 MTM의 명성이 예전만에서 못한 것도 현실이다. 열심히 단련시켰던 배우들이 돈 때문에 큰 기획사로 옮기는 씁쓸한 모습도 많이 봤다. 그러나 김 대표의 진심을 아는 배우들은 결혼 후 아이들을 데려와 인사시키는 경우도 많다.
“저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어요. 배우들과 함께 일에 미쳐보기도 했고,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항상 후배들에게 연기자보다 ‘튀지 말라’고 이야기해요. 우리는 연기자를 키우는 조련사일 뿐이거든요. 이 생각은 철칙으로 지켜온 것입니다.”
남들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자신이 상처를 받는 김 대표의 마음 씀이 엿보인다. 대형 기획사의 틈바구니에서도 MTM이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런 노력 덕분일 듯하다. 그의 도전인 한국문화예술전문학교도 굳건히 뿌리를 내릴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