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프랑스 요리 문화를 전하는 이지연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프랑스 요리 문화를 전하는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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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요리사가 되기보다는 요리 문화를 전하는 전령사가 되고 싶어요”

최고의 학교에서 배우면 남다르다. 하지만 이름만 믿고 연구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다. 요리 역시 마찬가지. 요리를 배우는 것은 단품 요리 레시피를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아니다. 요리 하나에 녹아 있는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 그 역할을 자임한 민간 외교 사절 이지연씨의 꼬르동블루 유학 체험기.

프랑스판 ‘장금이’ 납시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 관심이야 드라마타이즈에 의지한 것이지만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음식 만들기 또한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정갈하게 뽑아내는 우리 고유의 식단은 드라마를 보는 초롱한 눈망울만큼이나 넘치는 침샘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 고인 침을 삼키며 연신 꼴깍꼴깍!

이제 세상의 화두는 요리인 듯싶다. 여행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연결고리 역시 음식이다. 지역마다 제철 과일이며 풍성한 식재료로 향토 문화 축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남의 것에 대한 호기심을 동반한다. 음식이란 것이 사회와 문화와 역사가 녹아 응축된 것일진대, 그 관심의 확장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꼬르동블루는 이런 선상에서 꼭 한번씩은 거론되는 요리학교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학교의 이력을 자랑처럼, 훈장처럼 여기고 여겨주는 분위기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 학교를 거쳤고, 거치고 있다. 그중 이지연씨(26)는 욕심 많은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다. 자신이 배우는 것도 모자라 벌써부터 시시콜콜한 그곳의 관심거리들을 우리나라에 전하고 있다. 요리사인지 전령사인지…. 학생이기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두말이 필요 없고, 조교로서 실습할 때 사용되는 식 재료 준비부터 기초적인 지도에 이르기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여기에 관심 분야 중 하나인 ‘프랑스 빵’에 관한 기사를 한국의 전문 잡지에 소개하는 통신원 역할도 하고 있다.

“다 배우는 일의 연장입니다. 한국에 프랑스 빵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그중 하나예요. 자신의 이름을 딴 ‘푸조랑’과 같은 아주 조그만 빵집에서 매일 두 차례씩 파리의 80여 군데 레스토랑에 빵을 공급하고, 한때 콩코드기로 미국까지 빵을 배달했다는 일화를 듣다 보면 제 가슴도 설레거든요. 더군다나 동양의 쌀처럼 프랑스에선 빵이 주식인데, 절대 비싸지 않게 가장 좋은 재료로 주의 깊게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이 뭉클해요.”

한상궁마마님의 음식 철학은 세계 공통인 듯싶다. ‘장금이’를 꿈꾸는 이지연씨에게 명인 푸조랑의 말이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것은 ‘당근’. 그녀 역시 이런 명인이 되기 위해 초·중·고급의 제과·제빵 과정을 마치고, 파리의 최고급 호텔 브리스톨에서 인턴을 거친 후 다시 요리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8월경이면 학교를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다니는 꼬르동블루는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 중 하나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영화 ‘사브리나’의 무대로도 유명한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이자 다국적 요리 전문 법인. 역사 또한 백여 년이 넘는 유서 깊은 곳으로 현재 런던, 시드니 등 세계 11개국에서 요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 위세등등함이 허언은 아닐 듯싶다. 우리나라에도 숙명여대에 한국 분교가 세계 19번째로 설립되어 있는데,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란다.

최고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그래도 유학을 고집하는 사람이면 유학원을 통하거나 개인이 직접 서류를 접수해도 상관없다고 한다. 이지연씨는 어릴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아 대학(한양대 불문과)을 다닐 때 이미 국내 조리사 자격증은 물론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다. 물론 졸업 후 요리 유학을 결심한 터라 유학원을 거치지 않고 혼자 준비해 떠난 예에 속한다. 그렇지만 등록금과 수업료는 혼자 하나 유학원을 통해 준비하나 마찬가지. 결국 급하게 준비하는 사람들 등은 유학원을 통해서 꼬르동블루 유학을 해도 손해날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멋들어진 요리를 배우고자 함인지, 음식을 통해 그곳의 문화를 제대로 알기 위함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다른 학교에 비해 배우는 기간이 길지는 않아요. 단기간에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거든요. 물론 최고의 요리학교 중 하나이지만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으로 최고라 부풀려지는 것은 잘못됐다고 봐요. 전통 있는 명문이지만 실습 위주다 보니 이론적인 측면은 좀 약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유학을 오는 사람이 하기 나름이에요. 탄탄히 배운 기초 위에 응용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거든요.”

사실, 음식 문화에 관해 프랑스와 우리는 악연일지 모른다. 땀 ‘삘삘’ 나는 후텁지근한 여름이면 남 생각 않고 자기 생각만을 내뱉으며 폄하하는 프랑스의 모 여배우에게 한동안 당할 만큼 당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개에 관해 표독을 떨면 우리는 그들이 즐기는 거위를 들어 일침을 가한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문화를 간과한 맞대응은 모양새가 좋을 수 없는 법. 이렇게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게 하는 역할 역시 자신의 가족들로부터 시작해 나가고 있다.

“실습 때 거위 간으로 조리하는 푸아그라가 남아 서울까지 가져와서 부모님들께 시식을 해드렸어요. 간 요리란 것이 거위 간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죠. 한번에 그 오묘한 맛과 쓰임을 알아채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경험을 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다르게 마련이지요.”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선 이웃과 음식을 교환하며 많은 얘기를 나눈다고. 프랑스 요리를 배우지만 프랑스에 있을 때는 집에서만큼은 한국 식단을 고집한다. 그 이유는 ‘느끼해서’라고. 김치도 젓갈까지 넣어 담가 먹을 정도다. 식 재료는 근처 중국시장이나 한국인 슈퍼마켓에 가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고. 그렇게 해서 이웃과 나눠 먹는 한국 음식이 한국과 프랑스의 골을 메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민간 외교 사절의 몫을 하고 있는 것.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듣는 생활에 이미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졸업 후 푸드 스타일링·케이터링·파티 컨설팅 분야에서 일해보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

이제 몇 달 후면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의 대장금 노랫말처럼 아주 한국으로 돌아올 그녀. 프랑스에서 제대로 배운 요리와 프랑스 곳곳의 요리 현장에서 배운 살아 있는 요리 문화가 우리 것과 어떻게 조화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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