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 공무원, 동갑내기 부부의 바쁜 일상 이성호·지영림

정치인과 공무원, 동갑내기 부부의 바쁜 일상 이성호·지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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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 생활로 다진 지역 전문가가 ‘마음’ 하나를 공약으로 새 정치를 열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성호 후보는 ‘변혁’이라는 정치 대세에도 지역을 지켰다. 아내인 지영림 위원 역시, 민원인들로 북새통인 국민 고충처리위원회에서 민원인의 가슴을 보듬었다. 다른 길에서 같은 마음으로 세상에 봉사하던 이들에게 또다시 ‘선거’라는 숙제가 던져졌다. 이들에게 있어 2004년은 무엇일까.

종로에서만 시의원 재선한 지역 전문가

모처럼의 가족 외출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었다. 또다시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한동안 마지막 동반 외출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리 뛰고 저리 나대는 아이들의 즐거운 한낮을 바라보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종로에서 총선을 준비하는 열린우리당의 이성호 후보(41)와 수많은 민원을 특유의 전문성과 세심함으로 처리하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지영림 전문위원(41), 그리고 상원(7) 하원(5)은 선거 때만 되면 이렇듯 또다른 출발을 준비해야 했다.

전통의 정치 1번지인 종로는 한국 정치의 실험장이고 수많은 선거의 축소판이다. 이런 탓에 탁탁 털어 먼지가 나지 않아야 하는 인물들이 그 청렴도를 겨루는 ‘인물론’이며, 어려운 경제를 챙기는 ‘살림꾼론’을 내세우게 마련이다. 나아가 우리 정치의 모범답안을 만드는 리더십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첨예함이 극에 달한 곳에서 시의원으로 재선을 했지만 구청장 선거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던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이성호 후보에겐 남다른 2004년의 서막이 열린 셈이다.

“새로운 시대는 아직 유효하잖아요. ‘정치 개혁’이라는 역사적인 대의를 위해 애쓰는 것이 정치인의 도리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면서 될까 안 될까’라는 잣대만 염두에 두면 정치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어려워져요. 변화가 진실이라면 지역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념과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철학을 가지고 그 뜻대로 나서면 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장을 여는 지역의 상징성이 아직도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한 386세대에 의해 실험되는 셈이다. 종로에서만 10년을 일해온 그가 이번 총선에 출마를 결정하기까지는 많은 지인의 도움과 본인의 결단이 필요했다고.

“텃밭을 다져왔어요. 처음 시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커졌고, 이후 시의원에 재선하면서 정책 입안 등 현실 정치의 롤 모델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어요. 물론 구청장에 떨어지면서 낙심도 적지 않았지만, 그만큼 제 생각과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에요.”

“그냥 조용히 있다가 구청장에 나가면 따놓은 당상”이라고 얘기하는 이도 있었고 “이제 좀더 큰 물에서 속에 품은 생각을 펼쳐보라”는 충언도 그의 성실함에 근거한 것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이만 젊다는 것이 그의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젊음’을 포장해서 ‘세일’할 생각에 물들지 않았고 그것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부한다. 그만큼 전문성과 추진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황에 맞는 복합적인 대안을 찾는 데 골몰한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천생’ 약점이 있다. “돈이 문제죠.” 머쓱해하며 꺼내는 말 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묻어났다. 사실, 현실 정치는 언제나 ‘돈’이라는 덫에서 자괴감을 느끼게 했다. 작게는 그의 생활 역시 아내의 벌이에 의지해야 하는 형편이라 미안함만큼 고마움이 넘칠 수밖에.



“동갑내기 부부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어요. 저는 공무원으로 민원인의 소소한 부분을 최대한 챙기려 노력했어요. 남편 역시 돈만 있으면 몇 푼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직접 뛰고 얘기 들으면서 몸으로 지역의 민심을 다졌고요. 돈보다는 직접 부딪힐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일 수 있고, 그런 탓에 겸손함을 몸에 익힐 수 있었지요.”

말을 아끼던 아내 지영림 전문위원의 한마디는 약점에 좌절하지 않는 ‘젊은 정치인’의 패기와 ‘젊은 공무원’의 성심을 느끼게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한번쯤은 변할 세월이고, 요즘처럼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변화무쌍한 시점이면 더더욱 그 속도는 빨라지게 마련이다. 그런 속에서 돈보다는 마음을 던질 줄 아는 386 출신의 원형질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흔히들 ‘386세대’의 소멸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 틈바구니에서도 그 진정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믿음은 더 배가된다.

많은 곳에서 삐꺽거림이 있었고, 구설로 386 전체가 매도되는 광경도 지켜봤다. 정치 변혁의 중심에 서서 관습에 얽매인 정치판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제도권이란 거대한 용광로에 녹아들어 신선함을 잃어가는 ‘동지’를 지켜보며 언제나 새로운 다짐을 할 밖에. 이런 탓에 그의 출사표는 거창하기보다 살갑다.

“7년 동안 시의원을 하면서 도시계획 전문가로 인정받은 젊고 깨끗한 행정전문가가 자질을 갖출 수 있었어요. 지역적인 현안도 누구보다 잘 알고요.”

하지만 그가 던지는 공약은 결국 마음이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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