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기 대회 평정한 날씬한 한국계 미국인 이선경

많이 먹기 대회 평정한 날씬한 한국계 미국인 이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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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 동안 핫도그 25개, 버팔로윙 1백34개, 먹어도 몸무게는 45kg!”

먹기 대회가 있단다. 이 대회에서 세계여자신기록을 3개나 갈아치운 사람이 한국계 미국인 소냐 토마스(한국명 이선경)다. 먹는 데 목숨을 거는 성격이다 보니 별명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블랙 위도, 흑거미다. 전설 속 불가사리처럼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갸날프지만 무지막지한 먹성의 한국 여자 이야기.

먹는 데도 급수가 있다. 정말 많이 먹는다

그녀에게 한끼 식사란 이런 것이다. 12분 만에 핫도그 25개를 먹어치우거나 칠면조 요리 7접시를 비우고, 디저트로 반 접시를 더 먹는다.

그의 식성은 ‘살과의 전쟁’이란 이 시대의 육체적 담론을 가볍게 조롱한다. 이 무모한 대식가는 소냐 토마스(36)다. 

상상력과 달리 몸은 유쾌하다. 166cm에 45kg. 이 심상찮은 여자가 올해 세계적인 먹자판에 나타나 4개 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여자신기록도 3개나 갈아치웠다. 먹기 대회는 남녀 구분없이 진행되는 만큼 거구의 남자들과 겨뤄 거둔 성과다.

“원래 잘 먹어요. 많이 먹고 또 소화도 잘 되고… 내가 어느 정도 먹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나가봤어요.”

이선경씨가 누가 빨리, 많이 먹나를 겨루는 먹기 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전 승부욕이 강해요. 대회라는 건 경쟁자가 있어 짜릿하잖아요. 승부에서 이기는 맛, 그 유혹이 절 불러냈어요.”

승부사 기질은 그녀의 애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블랙 위도(black widow), 마구 먹어치우는 흑거미다.

이 신성의 첫 도전은 지난해 7월 4일, 뉴욕 주의 코니아일랜드에서 열린 핫도그 먹기 대회. 12분 동안 핫도그 25개를 먹어치워 이 부문 세계여자신기록을 세웠다. 이 대회에서 강력한 도전자로 꼽히던 전 시카고 베어스 미식축구 선수 윌리엄 페리는 4개도 먹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남자 참가자들이 제 체격을 보더니 비웃더라고요. 하지만 나보다 180kg이나 더 나가는 남자보다 많이 먹자 모두 놀라던걸요.”

그녀의 경이적인 행진은 이어진다. 지난해 8월 9일 위스콘신주 세이무어에서 두꺼운 햄버거 많이 먹기 대회 우승, 8월 30일 뉴욕 주 버팔로에서는 12분 동안 1백34개의 버팔로윙을 해치워 기록을 세웠다.

9월 13일,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는 6분여 동안 삶은 달걀 65개를 없앴다. 9원 16일 뉴욕 타코스 먹기 대회 우승, 10월 3일 미시시피 주 바비큐 샌드위치 먹기 대회 우승, 추수감사절인 11월 26일 뉴욕 맨해튼 칠면조 빨리 먹기 대회 챔피언.

5개월 동안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아니, 먹기보다 구겨넣는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게다. 스타일 구겨지는 건 기본. 우승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적당히 씹어서 빨리 삼키면 돼요.”

이 별난 여자의 삶은 먹기 대회 이전에는 세상에 잘 포착되지 않았다. 아무도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다.

이선경씨는 전북의 항도 군산에서 나고 자랐다. 2남 2녀 중 셋째. 평범한 아이였다. 고교를 마치고 모 재벌기업에서 7년간 일하며 야간대학을 다녔다. 전공은 호텔관광학. 모 호텔 취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그녀의 인생은 180도 유턴했다. 1997년 1월,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원래 특이한 걸 좋아해요. 국제 결혼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며 얼마 전까지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패스트푸드점 매니저로 근무했다. 지금은 패스트푸드점을 개업할까, 다른 직장을 찾을까 고민중이다. 먹기 대회 챔피언답게 그녀의 평소 식사법은 특이하다.

“자주 안 먹어요. 하루 한끼만 먹지요. 대신 한꺼번에 왕창 먹는 답니다.”

그래도 살이 안 찐다니 체질은 타고난 셈이다. 그녀가 몸매 가꾸기를 위해 가장 비중을 두는 건 운동.

“많이 먹으면 누구든 무리가 와요. 자기 컨트롤을 잘 해야죠. 몸매 유지에는 유산소 운동이 최고인데,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해 러닝머신에서 많이 달려요.”

먹기 대회 우승 행진 후 그녀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TV 쇼에서 게스트 초청과 언론 인터뷰가 변화상의 전부다.

수입면에서도 나아진 건 없다. 대회에서 우승해도 상금보다는 주로 1년 공짜 음식 쿠폰이 전부다. 그래서 앞으로는 상금 있는 대회만 출전할 생각이다.

그녀가 첫손으로 꼽는 라이벌은 일본인 고바야시(25). 65kg의 몸으로 지난해 주요 대회를 휩쓴 괴력의 소유자다. 그 이전 버팔로 대회에서도, 위스콘신의 햄버거 대회에서도 고바야시에게 고배를 마셨다고. 그게 속상해 곧 올해 대회를 위한 연습에 돌입할 계획이다.

“제 약점이 뭔지 아세요? 먹기 대회는 속도 싸움인데 제가 느려요. 그래서 1분에 핫도그 5개를 먹을 수 있도록 연습하려고요.”

그녀의 꿈은 간단하다. 고바야시를 누르고 우승하는 것, 먹는 즐거움이 계속되는 것.

글 / 이종국(재미 칼럼니스트)

사진 제공 / www.sonyatheblackwid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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