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기사 탕리와 함께 2대 얼짱으로 꼽히는 마오자쥔. 한국에 온 지 5개월째. 짧은 시간 동안 그녀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특히 그녀를 좋아하는 팬들은 이창호 9단과의 관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원빈을 꼭 만나보고 싶다는 신세대 바둑기사 마오자쥔의 한국생활을 들어봤다.
이창호 9단은 좋은 친구일 뿐

스물두 살 발랄함이 느껴진다.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그녀의 첫인상은 무척 밝다. 중국 바둑계에서는 뛰어난 외모와 유려한 진행 솜씨로 유명한 바둑기사 마오자쥔(이하 ‘마오’) 1단. 한국어와 바둑을 배우겠다고 지난해 9월 입국해 한국 생활 5개월째 접어들었다.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러서 원활한(?) 대화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젊음이 가진 에너지는 첫눈에 느낄 수 있다. 특히 그녀는 이야기를 나눌 때 많이 웃는다.
하지만 사진 촬영을 위해 바둑판 앞에 앉았을 때 마오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바둑돌을 하나 하나 놓을 때는 힘이 절로 느껴진다. 웃음을 거두고 바둑을 둘 때의 모습은 단호하기 그지 없다. 그녀의 웃음 뒤에는 매서움이 숨어있다.
한국과 중국의 바둑팬들은 마오를 ‘얼짱’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82년생인 동갑내기 ‘탕리’와 함께 중국 바둑계의 양대 미녀로 꼽히고 있다. 탕리가 174cm에 서구적인 외모를 자랑한다면, 158cm로 아담한 마오는 동양적인 미가 장점이다. 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수많은 남자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마오가 한국으로 연수를 왔을 때 팬들이 바로 팬카페를 만들어줬다.
“팬카페가 있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한국어를 잘 모르니까 제가 직접 글은 못 남기죠. 제 이름으로 올라간 글은 제가 말한 것을 팬이 대신 올려준 거예요.(웃음)”
마오는 현재 한양대 한국어학당과 권갑용 바둑도장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아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으로 왔다. 한국 기사들과 만나도 서로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 많이 불편했다. 젊은 기사들끼리는 몸짓 발짓을 하고, 전자 사전의 도움도 받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에는 바둑 관련 프로그램과 시합이 많은 것이 매력적이었다.
막상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다 보니 한국어와 바둑을 모두 잘하는 것이 꽤 어려운 일임을 깨달았다. 한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요즘은 바둑이 거의 뒷전이 된것 같아 속상할 지경.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어학당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아침 7시에 일어나야 9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맞출 수 있어요. 아침마다 힘들어 죽겠어요.(웃음) 현재는 바둑도장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숙제도 어렵고, 공부 할 것도 많거든요.”
마오는 미식가다. 중국에 있을 때는 운동도 많이 했지만, 한국에서는 음식 찾아 먹는 것이 색다른 재미다. 마오가 한국 음식 중 좋아하는 것은 불고기와 닭갈비. 그리고 얼마 전 전주에서 먹은 비빔밥도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는 자주 여행을 못 해서 가본 도시가 몇 군데 안 되지만,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제주도.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마오의 한국 생활은 여러 사람이 도와둔 덕분에 큰 실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쓰레기통과 우체통을 구별하지 못해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 중국에서는 우체통이 녹색이고, 쓰레기통이 빨간색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빨간 통에 휴지를 넣으려고 하는데, 주위의 분위기가 이상했다고. 자세히 보니 우체통이어서 당황했다는 것이다.

“한국 생활이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는 웃으면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만큼 그녀의 성격은 외향적이다. 바둑도장에서 만난 프로기사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지내고 있다. 활달한 성격과 ‘얼짱’의 외모 덕분에 남자친구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특히 그녀와 이창호 9단의 이야기가 바둑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마오가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창호 9단과의 관계다. 예전에 이창호가 한 인터뷰에서 “마오자쥔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수 아래인 기사들과 바둑을 둘 때 한 번도 선심을 베푼 적이 없는 이창호 9단이 마오와의 대국에서 비기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10월 ‘2003 KBS 바둑축제’에서 이창호는 마오와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마오는 인터뷰에서 “이창호 9단과 비긴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둑팬들은 이창호 9단이 혈혈단신으로 한국에 와서 공부하는 마오를 위해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마오는 이날의 대국에 대해서 “만나면 한번 물어봐야겠네요. 저는 이창호 9단이 봐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라며 웃는다.
마오는 중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창호 9단이 아주 부드럽게 둔 것 같아요. 특별히 거칠게 두지는 않았는데, 그가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난 아마 버티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날 이창호 9단은 끝내기에서 손해를 봤어요. 만약 손해를 보지 않았다면 이겼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마오는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바둑기사를 모두 존경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 사람을 고르라는 질문에는 ‘이창호 9단’을 꼽는다. ‘돌부처’라고 소문난 이창호를 존경하는 이유는 남들이 모르는 따뜻함을 알고 있기 때문.
“사람들은 이창호 9단을 돌부처라고 하는데, 그것은 그와 가까이 해보지 않아서 생긴 오해예요. 성격이 좀 내향적이라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별로 말을 하지 않지만, 친한 사람끼리 말도 잘하고 많이 웃어요. 그는 감성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마오는 이창호 9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좋은 친구’라고 한다. 마오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통해 부풀려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바둑팬들은 국경을 뛰어넘는 선남선녀의 만남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비밀라며 웃는다.
마오는 중국 친구들에게 한국 남자들이 가부장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자신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만나보니 친구들의 이야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둑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이 따뜻하다. 아직 한국에서 바둑 기사 외에는 만나본 남자가 거의 없다 보니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며 웃는다.
“결혼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는데,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고 생각해요. 한국 남자든 중국 남자든지 필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지금이라도 결혼할 거예요.(웃음) 이상형은 없어요. 다만, 느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원빈’이다. 잘생긴 배우들이 많지만, 원빈은 꼭 만나보고 싶다고.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 시사회가 있으면 알려주겠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프로바둑기사 마오는 항상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톡톡 튀는 성격과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바둑 실력 때문이다. 다섯 살 때부터 성격 교정을 위해 배우기 시작한 바둑이 그녀의 평생 직업이 됐다.
남동생은 축구선수로 활동중
마오 초단은 중국 원로 바둑인 장궈전에게 사사 받았다. 아마 강자였던 아버지 덕분에 다섯 살 때부터 바둑을 배웠다. 어렸을 때 마오는 노는 것을 좋아하고 산만한 아이였는데, 아버지는 바둑을 통해서 성격을 고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바둑에 푹 빠졌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아무것도 몰랐지만, 바둑이 재미있었어요. 바둑 두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중국 바둑계는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상당히 엄격해요. 바둑을 시작한 때부터 초단이 된 시기를 따지면 늦지만, 여자로서 늦은 편이 아니죠.”
마오는 지난 2000년 초단이 됐다. 그리고 중국 CCTV에서 바둑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상당히 인기 있는 기사다. 그녀가 초단이 되던 해, 마침 CCTV에서는 바둑 프로그램을 진행할 여기사를 찾고 있었다. 방송국에서는 아무런 경험도 없는 마오에게 진행을 맡기는 것이 걱정됐지만, 높은 시청률로 사람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방송을 그만뒀는데, 아쉬움은 없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하고 싶다.
그녀는 뛰어난 외모 덕분에 방송국에서 섭외 제안이 많다. 하지만 바둑에 관한 프로그램에만 출연할 정도로 자기 절제도 뛰어나다. 자신은 연예인이 아닌 바둑기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오의 바둑은 전투적이라고 소문나 있다. 그녀의 기풍은 누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변했다.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많은 바둑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노력이 전투적인 기풍으로 나오는 것. 그래서 마오의 바둑은 흥미진진하다.
그녀는 오는 4월이면 중국에 돌아갈 예정이다. 그리고 대학에서 공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전공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지만, 이과보다는 문과에 들어갈 예정.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바둑기사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마오는 대학에서 배우는 지식이 바둑을 두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입학을 원하는 대학은 중국에서도 알아주는 청화대나 북경대다.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남동생 역시 브라질 유학과 대학 입학을 놓고 고민중이다.
마오는 요즘 여러 도시를 여행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바둑은 자신이 평생 해야 할 직업이라는 것을 알지만, 새로운 것들을 접해보고 싶은 욕심도 크기 때문이다. 그녀는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것이 더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우문에 마오는 “결혼은 했을 것 같은데,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할 뿐이거든요”라는 현답을 준다. 마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시시각각 터지는 그녀의 웃음 뒤에 숨겨진 매서움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다.
취재 뒷 이야기
마오와의 인터뷰는 중국어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의 통역은 보통 권갑용 사범의 딸인 권효진 4단이 맡아서 해왔다. 그런데 권효진 4단이 중국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인터뷰 약속을 마오와 직접 통화해서 잡았다. 마오의 한국말은 아직 서툴지만, 간단한 대화는 가능한 상태. 그래서 마오에게 통역을 해줄 사람과 함께 나갈 것이라고 알려줬다. 하지만 그녀는 ‘통역’이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 듯. 약속 장소에 한국에서 1년간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말이 유창한(?) 중국인 친구와 함께 나온 것이다. 통역을 맡아준 대학원생, 마오, 마오의 친구 모두 여자들이었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취재기자 한 명. 세 명의 여자들은 유창한 중국어로 취재기자를 왕따(?) 시켰다. 누가 한마디하면 까르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중국어를 모르기에 끼어들지 못하는 슬픔을 여자에게서 느꼈다. 마오에게 한국어를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까해서 윤기현 선생의 동화책을 한 권 선물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동화작가 한명은 “윤기현 선생의 글은 사투리도 많이 나오고,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게 많은데…. 마오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책일 텐데요” 한다. 그 책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도움을 수 있을까.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한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