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 모임에서 만나 결혼 골인한 고승덕 변호사 & 이무경 기자 커플

친목 모임에서 만나 결혼 골인한 고승덕 변호사 & 이무경 기자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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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변호사는 명품 옷 한 벌 없는 소탈하고 검소한 사람, 프러포즈는 차안에서 ‘주말에 부모님 뵙자’는 말로…

고시3관왕이자 방송인으로 유명한 변호사 고승덕씨가 지난 3월 7일 전격적으로 결혼해  관심을 모았다.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이 날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는 경향신문 문화팀의 이무경 기자. 두 사람의 첫 만남부터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러브스토리, 신혼 생활 근황 등을 본지에서 독점 취재했다.

첩보를 방불케 한 깜짝 결혼식

두 사람의 결혼식은 거의 첩보를 방불케 하는 보안(?) 속에 진행됐다. 결혼식에는 가족, 친지, 가까운 지인 등 최소한의 하객만이 참석했다. 심지어 신랑측 하객 중에는 가족 모임으로만 알고 왔다가 느닷없는 결혼식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친척들도 족히 20~30명은 됐다. 놀라기로는 신부측 하객들도 마찬가지. 결혼 사실만 알고 참석했다가 막상 결혼식장에 와서야 신랑이 누군지 알게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동료 기자들은 “어떻게 결혼 하루 전날까지 아무 말도 않고 야근까지 했냐” “독하다”며 이 기자의 치밀함(?)을 농 반, 진 반으로 놀리기도 했다.

“저쪽(고 변호사)은 워낙 알려진 사람이고, 제 경우는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입장이 좀 난처해질 수 있겠더라구요. 떠들썩한 결혼식이 되지 않도록 양가 합의하에 조용히 준비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고승덕(47)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최연소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행정고시 수석, 외무고시 차석 등을 차지한 고시 3관왕 출신.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로스쿨 등을 졸업하고 84년부터 87년까지 판사로 재직한 그는 유능한 펀드매니저로도 명성을 날렸다. 지난해 획득한 펀드매니저 자격증 외에도 한국의 변호사·세무사·변리사, 미국의 4개주 변호사와 2개 연방법원 변호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사람 좋은 인상과 부드러운 이미지로 적잖은 여성팬들을 거느린 인기 방송인이기도 하다. 현재 KBS-2TV ‘성공예감 경제특종’을 진행하고 있으며 SBS-TV ‘솔로몬의 선택’의 패널로 출연 중이다.

고 변호사와 결혼한 이무경(37) 기자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91년 경향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와 문화부, 매거진X부 등을 거쳐 현재 문화팀 기자로 재직 중이다. 지난 2000년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수료하는 등 학구파 기자인 그녀는 서글서글한 성격에 글 잘 쓰는 기자로 능력을 인정받아온 재원이다.

KBS 왕종근 아나운서가 중매쟁이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이 기자가 방송담당 기자로 일하던 5~6년 전. 이 기자가 KBS 왕종근 아나운서의 제안으로 ‘좋은 사람들’이라는 모임에 참석하게 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좋은 사람들’은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친분을 쌓은 인사들이 왕종근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모인 친목 모임이다. 이금희 아나운서, 이지함 피부과의 함익병 원장, 한의사 정지행 원장, 안과 전문의 박창수 원장, 가야금 명창 이영신씨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속해 있다. 멤버들은 1년에 서너 차례 비정기적으로 만나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친목을 도모해왔다.

같은 모임의 멤버라고는 해도 고 변호사와 이 기자가 따로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고 변호사가 자전 에세이집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를 준비할 때 이 기자에게 조언을 구해오면서 한층 친밀한 사이가 됐다.

“처음 내는 에세이집이라서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나 봐요. 마침 제가 출판 쪽도 담당하고 있으니까 이런 저런 조언을 줄 수 있었죠. 원고를 다 쓰시고 난 다음에는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시더라구요. 읽어봤더니 재밌더군요. 제법 잘 썼더라구요. 출판사를 하는 친구 부부가 있어서 소개를 시켜드렸어요. 다행히 책이 잘 돼서 베스트셀러도 되고 해서 친구 내외와 함께 만나 식사도 몇 번 했어요. 그러다가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어요. 단둘이 식사를 한 건 아마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기자는 그때 처음으로 고 변호사의 호감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이 잘 되려고 했는지 올해 1월 27일에 ‘좋은 사람들’ 모임이 있었다. 그날따라 전에 없이 왕종근 아나운서가 두 사람을 놀렸다.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우리 모임에서 커플이 하나 나와도 좋을 것 같다”며 급기야는 두 사람을 나란히 앉히기까지 했다. 쑥스럽고 당황스러워서 “그만 하시라”고 말렸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계속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 변호사 역시 수줍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때 함익병 원장이 “말 나온김에 내일부터 당장 (고 변호사가) 맛있는 것도 (이 기자에게) 사주고 잘 해보라”고 부추겼다.

그런데 정말로 그 다음날부터 고변호사의 ‘대시’가 시작됐다. 일주일에 세 번은 방송 녹화가 있고 그외에도 각종 공공 기관과 대학 등에서 최소 세 번 이상 강연 스케줄이 잡혀 있을 만큼 바쁜 사람이 이 기자의 퇴근 시간에 맞춰 매일매일 회사 앞으로 와서 그녀를 픽업했다. 저녁식사도 같이 하고 영화도 같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트가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차안에서 갑자기 “다음주 주말에 시간 되냐”고 묻더란다. 주말에 함께 부모님을 찾아뵙자는 것이었다. 왜 부모님을 뵙냐고 물었더니 “결혼 상대자로 만나왔다”며 프러포즈를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알았다”고 대답한 것이 프러포즈에 대한 그녀의 답이 된 셈이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결혼이 진행됐다. 2월 7일에 고 변호사의 부모님을 만났고, 바로 다음날 이 기자 부모님을 만났다. 차례차례 하루씩 날을 잡아 서로의 형제들과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당초에는 3월 초에 약혼식을 하고 3월 말이나 4월 초쯤 결혼식을 올리려 했으나 윤달에는 결혼하는 게 아니라는 어른들의 뜻에 따라 결혼식 일정이 많이 앞당겨졌다.

“시부모님이 참 좋은 분들이세요. 처음 뵙던 날부터 친숙했어요. 아버님은 피부과 의사신데 무척 가정적인 분이시고, 어머님은 사치와는 거리가 먼 소박한 성품의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상이세요. 두 분이 모두 일흔이 넘으셨는데 60대 초반으로밖에 안보이실 정도로 젊어 뵈세요. 어머님은 어찌나 깔끔하고 검소하신지 그 연세에도 파출부 한 번 쓰지 않고 본가와 아들네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해오셨더라구요.”

축가로 아코디언 연주한 멋쟁이 시아버지

특히 시아버지는 멋쟁이 중에 멋쟁이다. 춘천 중앙병원 원장직을 끝으로 은퇴하신 뒤 몇 해 전부터 아코디언을 배우셨는데, 결혼식날 축가로 ‘즐거운 나의 집’ ‘어머니 은혜’를 직접 연주해주셨다. 앙코르가 쏟아지자 멋들어지게 ‘선구자’까지 연주하셨을 정도로 자상한 분이란다. 시부모님 자랑은 줄줄이 이어지는데, 막상 남편 자랑은 영 쑥스러운 모양이다.

“사람이 참 소탈해요. 사람들은 (고 변호사가) 좋은 옷만 입고 적당히 사치도 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 흔한 명품 하나도 없어요. 아무래도 검소한 가풍의 영향인 것 같아요. 대신 식성은 좀 까다로운 편이에요. 조미료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바로 몸에 반응이 와요. 요즘 주말마다 시어머니랑 장도 같이 보고 요리도 같이 해요. 어머니께서 워낙 살림꾼이시라서 살림도 배울 겸 실습하는 셈이죠 뭐.”

서로 호칭은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좀 망설이는 눈치다. 순간 쑥스러운 기색이 얼굴을 스친다. 짓궂은 마음이 발동해서 답변을 재촉했더니 난감한 표정이 된다.

“그냥… 호칭은 별로 안 해요.”

어떻게 호칭을 안 할 수가 있냐고, 그렇다고 ‘여보, 당신’ 하지는 않을 거 아니냐고 내처 물었다.

“그냥, 별다른 호칭은 없다고 쓰시면 안 될까요?”

그렇게까지 쑥스러워하다니. 다른 사람을 인터뷰하는 데는 이미 도가 튼 베테랑이지만 반대로 인터뷰당하는 것에는 영락없는 초보다. 기자의 집요한(?) 추궁 끝에 맥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둘이 있을 때는 ‘자기야’라고 하기도 하고… 으… 내가 어쩌다가 이런 대답까지 하게 됐지. 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도 어색하고 조심스러운데. 아, 진짜 쑥스럽다.(웃음)”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엉겁결에 대답하고 나서 엄청 쑥스러워한다. 애써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것이 신혼부부의 깨소금 냄새라고 했던가.

신혼생활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우선 할 일이 두 배로 많아졌다고 한다. 일단 집이 넓어졌으니 매일 청소하는 것도 제법 큰일이다. 깨끗한 와이셔츠를 아침마다 입혀서 출근시켜야 하니 빨래도 매일 한다. 와이셔츠를 다리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침에는 둘이 나란히 앉아 꼭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저녁에는 장도 봐야 하고, 하다 못해 화분에 물 주는 것도 일일이 챙긴다. 그러면서도 힘들어하는 기색은 아니다.

“많이 바빠지긴 했는데, 그런 생활이 사실 좀 재밌다”며 웃는다. 역시 신혼은 신혼인가 보다. 고 변호사의 방송, 강연 스케줄 때문에 신혼여행도 못 갔지만 여름쯤엔 둘만의 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란다.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사람’. 고 변호사가 말하는 이 기자의 매력이다. “별로 할 말이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 아니겠냐”며 이 기자는 짐짓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지만, 부부가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부부가 상대방에게 느낄 수 있는 매력 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것 또한 그것이 아닐까 싶다. 차분하면서도 진중해 보이는 두 사람의 만남이 좋아 보이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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