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린 사진으로 화제가 된 엽기 문구점. 물건을 사기보다는 이색적인 볼거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북적이는 4평 남짓한 공간이다. 50원짜리 사탕부터 마이클 잭슨의 춤이 저절로 된다는 10만원짜리 문워크까지. 불황 속에서도 평소보다 3배나 많은 매출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하는 풍림문구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공개한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웃음이 매력적인 장은식 사장(45)은 풍림문구를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처음부터 사람들이 들끓었던 것은 아니다. 이곳이 엽기 문구점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계기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평소 호기심이 많고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수시로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이를 실전에 그대로 적용했다.
그의 생각들을 적어놓은 수첩만도 30여 권으로 책꽂이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그가 만든 발명품(?)도 수십 개에 이른다. 세라믹 냄비 쥐포구이부터 지옥의 코만두, 휠리스, 드라매 등 문구점에 있는 물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는 장사보다는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것이 목적인 사람처럼 보였다. 문구점은 언제나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정작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들보다는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 또, 문구를 구입하는 사람보다는 특이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니 손님도 엽기적일 수 밖에. 이 문구점은 물건만 팔지 않는다. 고민이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해주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이렇게 어울려 놀다 보면 그 모양새만 보고 나잇값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면 그만이란다.

풍림문구가 전국에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된 것은 한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 때문이다. 입시 때문에 과중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을 위해서 잠깐이나마 웃음을 찾게 해주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 맞아떨어진 것.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장 사장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례로 제시하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아버지가 소일거리로 운영하시던 문구점을 대신 맡으면서부터 그에게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당분간만 맡아서 하기로 했지만 이왕이면 재미있게 장사하자는 생각에서 하나씩 아이디어상품을 만들어냈다고. 인하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기술자로 근무했고, 10년 동안 환경 설비업체를 운영한 사업가였다. 이런 그가 문구점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대는 심했다. 그러나 극심한 불황으로 일거리도 줄어드는 판국에 별다른 대안은 없었다.
풍림문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문구점과 다를 바 없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면 특이한 점들이 많다. 낙하산 모양의 인형 밑에 다른 사람의 사진을 붙여놓고 ‘나의 공수부대 시절’이라고 써놓았다. 물론 허위 사실이다. 그저 재미있자고 한 일인데 그는 거기서 마케팅에 눈을 떴고 학생들과 재미있게 지내려면 수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아이들의 생각에 눈 높이를 맞추려고요. 제 발명품들이 죄다 아이들의 생각에서 나온 거예요. 나이 든 사람들이 보면 ‘이게 뭐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무척 좋아하거든요. 가끔 장사가 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는데 별로 신경 안 써요. 저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지금은 이해해줘요.”

이영애에게 ‘드라마’가 있다면 소사고등학교 여자 선생님에게는 ‘드래매’가 있다. 인근 야산에서 꺾어서 만들었다는 1m짜리 나뭇가지는 알고 보면 다른 문구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제품. 두 사람을 동시에 때릴 수 있고 남자 선생님에게는 팔지 않는다는 문구가 흥미롭다. 학생들이 일회용 화장지가 너무 비싸다고 해서 고안해낸 두루마리 휴지는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1백원에 판매한다. 설사 환자용을 위한 휴지는 같은 길이지만 2백원을 받는다. 1백원짜리 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비닐장갑이 한 장 들어 있다는 것. 설사로 인해 휴지가 뚫어졌을 때 손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가게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것은 ‘세라믹 냄비 쥐포구이’다. 하루에 3백개가 팔릴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한 달 전기료만 18만원에 달한다. 팔면 팔수록 적자지만 가격을 올릴 생각은 없다.
각 식품회사에서 나오는 요리당에 ‘에덴동산 벌꿀’ ‘소래산 벌꿀’ ‘성주산 벌꿀’ ‘독도 벌꿀’ ‘하와이 사탕수수’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세라믹 냄비에 쥐포와 함께 넣어 전자레인지로 돌리면 달콤한 쥐포구이가 된다. 집에서 해 먹는 사람들을 견제하고자 쥐포구이 양념통에는 문구점 주인의 장인정신으로 개발한 ‘신비의 99가지 양념’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외에도 힐리스를 본떠 만든 ‘휠리스’는 안전화에 바퀴만 단 것이다. 인터넷에는 웃기라고 자판기 밑에 있는 바퀴를 빼서 만들었다고 써놓았지만 실제로는 바퀴만 따로 구입한 것이다. 이런 그의 노력들이 하루 매출 얼마 안 되는 작은 문구점을 화제의 문구점으로 바꿔놓았다. 아이디어를 위해 신문을 정독하고 책을 찾아보는 일을 거르지 않는 그는 오늘도 또다른 물건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이 만든 물건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글 / 강승훈(객원기자) 사진 / 지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