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저력 자동차 딜러 김주옥

중고차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저력 자동차 딜러 김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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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리죠”

자동차 업계에서 여성의 위치는 미미한 편. 특히 중고차를 사고 파는 일에 종사하는 여성은 거의 없다. 97년부터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에 뛰어들어 여성 파워를 자랑하는 김주옥 사장. 조용하면서도 과감한 마케팅은 그녀를 빠른 시간 안에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장과 직원의 구분이 없어요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자동차를 사고 팔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입구에서부터 ‘어떻게 왔어요?’ ‘일단 여기에 차 세워봐요’라고 말하는 사람들로 인해 정신이 없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갈 분위기가 이런 경우에 해당할까. 가만히 있으면 어련히 알아서 찾아갈까 싶다. 하지만 이들의 과잉 친절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요즘 이곳으로 차를 몰고 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차를 팔기 위해 온단다.

넓은 주차장에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아무리 오래된 중고차라도 여기만 들어오면 감쪽같이 새 차로 단장해 주인을 기다린다. 가격은 성능과 연식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적당히 흥정한다면 좋은 놈(?)을 고를 수도 있다. 장안평에서 잔뼈가 굵은 김주옥 사장(41)은 중고차 매매상 중에서도 손꼽히는 딜러다. 여자가 하기 힘들지 않을거란 생각은 기우일까? 험하고 거친 중고차 시장에 여자가 그것도 거대한 업체를 하나도 아닌 2개나 운영한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어떤 노하우가 었기에 이 같은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을까.

장안평 자동차 매매상가 B동에 위치한 한화자동차. 문을 열고 들어가 그녀를 찾았다. ‘아휴, 깜짝이야.’ 문을 열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문 앞에 있는 책상에서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보통 사장이라고 하면 멀찌감치 떨어진 뒤쪽 자리에서 직원들을 관리할텐데 문 앞에 앉아 있다는 것이 의외다. 체격 또한 호리호리하고 선한 인상이라 좋았다.

“여기에는 사장이 따로 없어요. 직원이면 누구나 사장이죠. 다른 업체와 달리 저는 직원들을 믿기 때문에 차량 구매가격을 공개해요. 그러고 나서 자신의 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흥정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물론 이윤을 많이 남기면 좋겠지만 조금만 남기자는 박리다매가 제 원칙 중 하나니까 이윤이 박해도 상관없어요. 직원들에게는 이윤을 많이 주고 원활하게 시장을 돌아가게 만드니까 다른 회사에 소속된 딜러들도 여기 매장에서 팔려고 하더라고요.”

4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경기도 이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평소 털털하고 활발한 성격 때문에 교내 응원단장도 했고, 소풍이나 수학여행 때는 앞에 나가 무리를 통솔하기도 했다. 그런 성격이 중고차 매매를 하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고.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지인을 통해서다. 바로 중고차 시장이 그 곳이다. 일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밥은 굶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오빠랑 자취를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먹고 사는 게 중요했다. 비록 경리가 아닌 경리보조부터 일을 시작했지만 즐거웠다. 

2년 뒤 경리가 되고 나서 그녀의 진가가 발휘됐다. 무엇보다 그녀의 장점은 전화번호를 한번 익히면 절대로 까먹지 않다는 것. 사장이 수시로 물어봤기 때문에 일일이 가르쳐주다 보니 외우게 됐다. 그래서 ‘또순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녀에게도 좌절의 순간은 있었다. 결혼한 후에도 생활이 어려워 맞벌이를 해야 했다. 임신을 한 후 잠시 휴직한 회사가 부도나서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경리를 원하는 곳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자동차 대행업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출장이 잦아서 몸은 고되고 힘들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일을 할수록 손에 익어갔고, 고객을 만날수록 매출도 늘었다. 자동차 대행업은 주로 다른 지역의 차량을 구입했을 때 등록을 도와주는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성실한 그녀에게 기회가 왔다.

“사장이 하루는 자기 친구를 소개해주더라고요. 돈을 줄 테니 한번 업체를 맡아 해볼 생각이 없냐고요. 처음에는 황당하기도 하고 고민도 했는데 성실히 노력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승낙을 했어요”

점포를 내자 사람들은 그녀를 다시 보았다. 나이도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부러움과 시샘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직원들도 그녀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었다. 직원을 직원이라 생각하지 않고 가족이라고 생각한 게 그녀의 키워드였던 것.

그녀는 요즘 한 달에 1천5백만원을 저축한다.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하는 그녀가 가장 기억하는 손님은 장애우. 그 분을 위해 모든 업무를 대행해주었더니 두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렇 듯 그녀의 사업은 비즈니스라기보다 매일매일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글 / 강승훈(객원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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