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막으려 온몸 던진 최연소 국회의원 임종석 & 김소희 부부

탄핵안 막으려 온몸 던진 최연소 국회의원 임종석 & 김소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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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딸 동아가 준 결혼 기념 선물은 탄핵의 몸싸움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국회의원 임종석의 인터뷰다. 그 역시 16대 국회의원이기에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그 오명의 마지막을 비명으로 장식하게 한 국회에서 비통한 그의 모습을 보았기에, 그후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그의 선택이 옳았다는 판정을 받았기에 그를 옹호한다. 이 기사의 시작은 여론조사에 의지해 지지도가 많은 사람들의 입장으로 작성된 것이다. 경도된 기사인 만큼 뜻과 의를 달리하는 분이 읽으면 역겨울 수 있으니 일독마저 삼가시길. 이후 임종석과 김소희란 평등부부의 이야기를 그들의 육성으로 담았다.

격전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이전투구! 막는 놈이나 들어가겠다는 놈이나 다 그렇고 그렇다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뭔가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은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후닥닥, 단 몇 분을 버티는 게 고작인 시시한 싸움. 하나씩 들려나가는 군상들, 무에 그리 서럽다고 목놓아 울어대는지….

그 떨림은 저미는 아픔이 되고 풀어헤쳐진 그들의 옷매무새는 씁쓸한 현실이 되어 보는 이로 하여간 설움을 복받치게 한다. 승자에 대한 축하는 그만! 방송 카메라를 향해 흔쾌히 만세를 외치던 모습으로 가늠할 뿐. 패자에 대한 안타까움 역시 이제 그만! 아픔을 내내 읊조리기엔 국민이란 사람들이 처절히 불쌍할 터이니. 우리가 국민이라며 70%가 되어, 80%로 치달으면서 민심의 향배를 보라 해도 어차피 힘없는 백성의 탄식인 것을…. 잊자, 잊자! 그러나 그날의 잔상은 아직도 머리를 휘감는다.

한 정치인이 운다. 까무잡잡 미소 띤 얼굴하고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 입은 그지만 단 몇 분 사이로, 처절한 용틀임을 눈물로 쏟아내는 상처 입은 표범이 된다. 그치지 않고 데굴데굴 구르듯 탈진해가는 그의 모습은 그후에도 수차례 우리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불이 되고 물이 되었다. 우리의 심장을 벌렁이게 한다. 분명 누군 옳을 것이고 누군 그를 것이다. 세상사처럼 누군 힘이 있었으면 누군 힘이 없었을 게다. 멀쩡한 심장이 벌렁이듯 춤을 추는 것은 옳긴 옳은데 힘이 없는 탓이다.

임종석(38). 그는 국회의원이다. 광화문 거리에 모인 인파가 ‘근조’라 외쳐대는 대한민국 제16대 최연소 국회의원.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의 격랑 속에 ‘전대협 의장’이란 이름으로 국민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그가 바로 그랬다. 탄식하고 통곡하고 들려나갔으며, 탈진하도록 비분강개했다.

정치적인 편린 속에 투영된 모습! 혹자는 작위적이라고 저건 쇼라고 힐난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연기를 너무 잘한다. 아마추어를 프로라 평가절상하는 것도 잘못이고 꿍꿍이다. 결국 비통함을 풀어내는 장면은, 그의 심정이고 생활이며 뜻이었으니 가능한 모습이었을 게다. 하여간 그날의 정치 다큐멘터리는 그랬다. 어차피 16대는 종언이다. 격정도 종언! 격전은 종식!

이미테이션이 다이아몬드보다 아름답다

결혼식 기념으로 외동딸이 전한 커플링

다시 현실로 온다. 임종석 의원과 그의 아내 김소희씨를 마주했다. 임 의원은 조금은 피곤한 모습이다. 아직 그때의 곤혹스러움을 기억하고 있는 듯. 그의 아내는 조용한 낯빛으로 목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다. 격한 감정보다는 조용히 그날을 돌아보기로 했다. 임 의원은 갑자기 새끼손가락에 헐겁게 걸려 있는 은빛 반지를 빼 보였다.

“동아가 결혼기념일이라고 선물한 거예요.(미소) 3월 9일이었으니까 탄핵안 가결이 있기 며칠 전이었죠. 그날 허리띠까지 어디로 달아났나 모를 지경이었어요. 혹시 이것마저 달아나지 않을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어 그나마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그 일이 있고 나서 동아가 그랬대요. ‘아빠, 싸우는 곳에 가지 마!’ 뭐라 할 말이 있어야죠. 그래도 반지는 안 잃어버렸다고 하니까 좋아하더라고요. 친구들에게 그런대요. 아빠 허리끈도 잃어버렸지만 자기가 선물로 준 반지는 안 잃어버렸다고요.”

동아는 그의 외동딸이다. 이제 초등학교 1학년. 동아가 선물한 헐거운 반지는 약지에 들어가기는 버겁고 새끼 손가락에 끼는 남는 크기라 평상시 끼고 다니기엔 불편하기 그지없을 터. 하지만 그의 말처럼한동안 벗어두고 다니지는 못할 것 같은 분위기다. 결혼반지마저 어디 둔지 모르는 그지만 제대로 된 숙제를 하나 안은 셈이다.

“동아가 친구들하고 문방구에 간다고 해서 2천원을 줬어요. 그게 아마 2월 20일쯤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갔다 와서 뭘 샀는지 얘기를 하지 않더라구요.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밖에요. 수다쟁이인 동아가 열흘 넘게 용케도 참아내 3월 9일 아침에 선물로 내놓은 거죠.”

가만히 보니 의원의 아내에게도 은빛 반지는 소담스레 손가락을 감싸고 있다. 동아가 준비한 것은 커플링이었다. 동아 칭찬에 입이 마르지 않을 즈음, 샛노란 그러나 개구쟁이답게 조금은 땟물이 흐르는 초등학교 체육복을 입고 그들의 딸 동아가 나타난다. 동아를 위해 가족사진을 먼저 찍었다. 역시 초등학교 1학년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필름 한 롤이 돌아가고 나서야 그나마 만족스런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동아는 친구의 손을 잡고 뛰어나간다. 얘기는 다시 이어진다. 예의 조용한 아내와 의원인 남편의 삶은 내조나 외조하고는 거리가 먼 듯하다.

“그 일이 있은 후 집에 돌아온 동아 아빠는 피곤하다면 잠자리에 들었어요. 몇 가지 인터넷으로 체크할 것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대신해주기로 하고 자게 놔두었지요. 제가 하는 내조가 그래요. 솔직히 잘 못하나 봐요. 그 다음날 몇몇 동료 의원의 사모님들과 통화할 일이 있었는데, 그분들은 안마도 해드리고 손도 따드리고 했대요. 뭘 해주었나 묻기에 그냥 자게 놔두었다고 했더니 야단들이세요. 그러면 그날의 피로가 안 풀린다고요. 저도 아니다 싶어 어린이도서관 엄마들에게 마사지하는 법을 배웠죠. 맨소래담 로션을 이용해서 하는 것인데, 어렵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아직 로션을 못 구해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평등부부의 평등 세상 만들기

서로의 할 일 인정하다

아내 김소희씨는 솔직히 고백한다. 살림 잘 못한다고. 그녀 역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녀도 환경운동 쪽에서는 나름대로 지명도를 가진 ‘환경지킴이’였다. 93년부터 환경운동연합에서 발간하는 월간 「환경운동」의 기자로 활동했다. 또한 99년 5월, 자신이 그간 취재해온 지식을 바탕으로 지구 생태 이야기를 다룬 책 「생명시대」를 펴내기도 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와 계신데, 동아가 와서 배고프다며 밥을 녹여달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의 눈이 동그래지셨죠. 밥을 미리 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녹여 데우면 갓 한 밥 같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먹은 것인데, 시어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네 남편도 그렇게 주냐?’고 정색을 하셨죠. 어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한 꾸중이었고요.”

결혼한 지 8년이면 살림을 잘하진 못해도 제법 시늉은 할 만한데, 아예 그럴 생각이 없는 것처럼도 보였다. 한편으로는 임종석 의원이 무던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평등부부로 상대의 삶을 존중하는 가운데 나온 자연스런 생활 방식이란 느낌을 받았다.

“결혼할 때 동아 아빠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임종석에게는 임종석의 할 일이 있고, 김소희는 김소희의 길이 있으니 그 길을 가라’고요.”

그 말대로 김소희씨는 지금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지역 어머니들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과 공부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내 일을 하다 보니, 사실 정치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처음에는 지구당 분들에게 핀잔도 많이 들었죠. 동아 아빠가 참석하지 못하는 행사에 내가 대신 나가야 한다고 성화셨어요. 그런데 동아 아빠가 그런 요청을 많이 막아주었어요. 사실, 일부 의원들 같은 경우엔 그분들 아내가 출마해도 당선된다는 말을 농담처럼 할 정도로 내조와 외조를 가리지 않고 하시거든요. 하지만 우리 도서관 회원 중엔 제가 국회의원의 아내란 사실을 모르는 분도 있으니까요.”

관습적인 정치인의 행보와 달리 가는 것은 임 의원만이 아닌 듯싶다. 김소희씨 역시 다른 세상 사람처럼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의상이 좀 나은 거예요. 사진 촬영한다고 해서요. 평상시에는 찢어진 청바지도 입고 다녀요.”

정치, 절망의 터널을 떠나 희망으로

외동딸 예쁘게 자라는 모습도 못 봐

그렇다고 정치인의 아내로서의 삶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국회 앞을 지나는 데, 택시 기사 왈.“저 안에 누가 사는지 아세요? 개자식들이 살아요. 개 말이에요.”

대답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머쓱해하는 표정을 할 밖에. 그리고 속으로 ‘정말, 내가 개와 같이 사는 건가?’라며 실소가 흘렀다고. 이래서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런 말을 한지 모르겠단다.

“처음 동아 아빠와 결혼한다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했을 때 주변에서 ‘내조하기 힘들겠다’며 걱정을 하더라고요. 혹시 동아 아빠가 정치라도 하게 된다면 정치인의 아내로서 할 일이 만만찮을 거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나 이들의 콩깍지를 벗겨내기엔 역부족인 충고였다. 92년 원주교도소에 복역할 때다. 수인(囚人)에게 편지처럼 반가운 것이 있을까. 임종석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6개월 형을 언도받고 ‘조신하게’ 수형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낯선 여자 후배의 편지를 받았다. 좋은 벗이 생긴 것이다. 학생운동의 방향과 사회에 대한 고민이 담긴 편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개인적인 관심사로 이어졌다.

이 편지는 임 의원에게는 바깥 세상을 보는 창이었고, 김소희씨에게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경험한 사회의 이질적인 모습에서 오는 불안함을 상쇄시키는 일기와도 같았다.  

이듬해 5월, 출소해 만난 이들은 더욱 가까워졌다. 청년정보문화센터를 만든 임 의원은 김소희씨에게 운영위원으로 들어와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다. 삶의 코드를 맞춰가던 이들에게는 서울 종로구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 단골 데이트 코스가 되었다. 우정이 쌓여 단단해진 사랑은 임 의원의 ‘여보’란 농담마저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드디어 96년 수덕사에 들렀다가 내려오는 길에 임 의원이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했고, 같은 해 3월 9일 웨딩마치를 울린 것.

결혼한 이듬해에 두 사람 사이에서 딸 동아가 태어났다. 동아는 부부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동아가 네 살 되던 해 경북 봉화의 농촌시인 전우익씨를 찾아간 적이 있다. MBC-TV ‘느낌표’ 열번째 선정 도서(꼭 이래야만 설명이 가능하니)인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지었고, 나무에 푹 빠져 나무만큼 정직하게 살고 있는 분이다. 그분이 던진 “소희야, 네 딸은 햇빛을 좋아하는구나”란 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았다고. 그저 다른 아이보다 영특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만 해오던 터라 미안하기까지 했다고.

부부는 당장 이사를 결심했고, 모든 것을 감수하고 넓은 창과 마당 같은 베란다를 갖춘 집으로 이사했다고. 부부는 콘크리트 베란다를 채소밭·꽃밭으로 만들었다. 시골에서 자란 임 의원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화단을 만들었다. 변화는 그런  것인가 보다. 도회에 살고 있는 어린 동아는 식물의 성장이나 자연의 변화에 대해 깨우쳐갔고, 식물들과 자신의 관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화초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고 씨 뿌리고 물 주고 자기의 간식을 나눠주면서 꽃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정치인 임종석이 되고 나서는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햇빛을 좋아하는 동아가 커 가는 재미를 모르는 아빠가 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서로 알지 못하면 같이 있는 시간이 버거울 수 있다.

이제 아빠 임종석은 외동딸 동아와 단 30분을 놀기에도 힘에 부치고 따분해진 아빠가 돼버린 것. 결혼 초에 아침밥도 차리고, 설거지도 하던 임 의원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김치와 돼지고기를 비법대로 주물러 찌개를 끓이는 모습도 아련하다. 지역구 행사에 가면 몇 순배를 돌도록 잔술을 말술로 받아마셔야 하고, 집이라고 들어오면 긴장했던 밖에서의 조아림이 갑갑했든 지, 그냥 정신을 놓고 잠에 빠져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세태에 찌들거나 현실에 야합하는 수는 배우는 머리가 없는 듯. 어릴 적 두 손 가득한 아카시아 잎사귀를 어린 종석의 머리에 뿌리며 ‘산화공덕’의 축원으로 “훌륭한 사람 돼라” 명하던 아버지, “우리 종석인 코도 흘리지 않는다”며 끝없는 애정을 보여주신 어머니, 젖은 수건으로 곤한 잠에 빠진 남편의 시름을 씻어 내리는 아내와 아빠처럼 사람 사랑하는 것을 배우며 크는 동아의 공덕이 그를 지키는 것일 수도… 나아가 정체성을 잃어가는 386의 ‘불멸의 모범’이란 상징성이 그를 지켜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에게도 선거는 다가온다.

글 / 강석봉 기자  사진 / 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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