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열린 제87회 동계체전에서 쇼트트랙 은메달을 딴 김종구 의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흔히 20대 젊은이들만 출전하는 줄 알았는데, 불혹에 출전은 물론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쇼트트랙이 의사 김종구의 삶을 뒤바뀌게 만들었다. 그가 펼치는 쇼트트랙 예찬론을 들어봤다.
운동 시작 후 36인치 허리가 32인치로 줄어

전주빙상경기장에서 쇼트트랙을 배우고 있는 초등학생 선수들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몸은 작지만 트랙 위를 도는 모습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쇼트트랙 한바퀴가 보통 110m 정도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바퀴를 도는 데 8초 정도 걸린다고 한다. 똑딱 하는 사이 10m를 훌쩍 내달리는 선수들을 지척에서 보자니, 고개를 돌리는 것도 곤욕이다.
쇼트트랙은 스피드 스케이팅보다 트랙이 짧다 보니 스피드는 떨어진다. 풀 스피드를 내면 코너링을 할 때 구석에 나가떨어지는 불상사가 생기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에서 중요한 것은 무게중심 이동이다. 따라서 배우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운동이라고 한다. 일반인은 보통 6개월 정도 배워야 쇼트트랙의 폼이 나오기 시작한다. 쇼트트랙의 매력을 만끽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은 꾸준히 배워야 한다고. 결국 일반인들이 취미로 하기엔 어려운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주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구 원장(41)이 지난 2월에 열린 제87회 동계체전에서 쇼트트랙 1,000m 은메달, 500m 동메달을 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인 김동성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김동성 선수와 함께 같은 라인에 섰다는 것만으로 영광이죠.(웃음)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예쁘장하게 잘생겼던데요. 사람들이 경기하다가 안 되면 김 선수를 걷어차버리라고 농담도 했어요. 근데 막상 경기를 해보니까 정말 못 따라잡겠더라구요. 출발하자마자 저 앞에 가 있는데, 어떻게 걷어차겠어요.(웃음)”
쇼트트랙 한 바퀴를 도는 데, 김종구씨는 보통 10여 초가 소요된다. 하지만 김동성 선수는 8초 초반이라고 한다. 출발하자마자 저 멀리 가버리는 김동성 선수를 보고 그는 ‘역시 세계적인 선수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지금 운동을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대학 선배인 최화영 교수가 쇼트트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결심했지요.”
쇼트트랙을 타면서 목표가 생겼다. 전국체전에 출전해보고 싶었다. 전국체전에 출전했던 최종환 코치가 물러나면서 자신에게 기회가 오기 시작했다. 2001년 동계체전부터 전라북도 대표로 참가하기 시작했다. 처음 출전했을 때는 준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2002년 4월에는 전북빙상경기연맹 의무이사가 됐다. 쇼트트랙이 그의 제2의 인생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쇼트트랙을 하면서 36인치 허리는 32인치가 됐고, 몸무게는 80kg에서 70kg으로 날씬해졌다. 처음 쇼트트랙 복장을 하면 가관이었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복장을 입으니 올챙이처럼 배가 불쑥나와서 도무지 태가 나지 않았던 것. 코미디였다. 하지만 이젠 유니폼을 입으면 제법 ‘선수’ 같다.
“쇼트트랙을 하면서 너무 행복해졌어요. 아내도 술 마시는 대신 운동하는 제 모습에 너무나 좋아하고. 메달을 따니까 아이들이 저를 존경한다고 학교에 써냈다니까요. 건강해지니까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집안 분위기도 활기 넘쳐요. 쇼트트랙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어요. 심지어 부부관계도 좋아졌다니까요.(웃음)”
처음 체전에 참가할 때는 ‘세 번 정도만 나가면 되겠지’ 생각했지만, 지금은 몸과 환경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출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쇼트트랙을 통해 얻은 여러 가지 장점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병원 일에 지장이 없다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임재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