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다. 이성애자나 동성애자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나오는 행동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게이 커플. 두 사람은 자신의 결혼식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혼식을 계기로 커밍아웃한 박종근

지난 3월 7일 국내에서 첫번째로 공개 결혼식을 한 게이 커플 이상철씨(36)와 박종근씨(32). 동성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두 사람의 결혼식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고, 그만큼 호기심도 키웠다. 양가 부모님은 불참했지만 15명 남짓한 하객들이 모인 결혼식에서 두 사람은 여느 연인처럼 ‘닭살 커플’이었다.
국내 첫번째 게이 커플의 공개결 혼식 풍경. 검은 양복으로 예복을 갖춘 둘은 두 손을 꼭 붙잡고 동시 입장했다. 주례사가 있었고 반지 교환과 축가도 있었다. 두 사람은 행복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귓속말을 주고 받기도 하고, 뺨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결혼하는 두 사람이 이성이 아닌 동성이라는 것만 빼면 여느 결혼식과 똑같았다.
“EBS와 동성애에 대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다가 결혼식을 생각했어요.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인권운동으로 생각했죠. (박)종근이가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나중에 하고 싶다고 해서 결혼식을 올린 거예요. 이런 인터뷰도 모두 동성애자를 올바르게 알리고 싶어서고요.”
두 사람은 결혼 후 혼인신고도 했지만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그래서 동성애 인권단체와 상의를 해보고 법적인 도움을 받을 계획이다. 결혼해서 함께 살고 있지만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남들처럼 세금은 꼬박꼬박 내지만 막상 받아야 혜택은 없는 ‘웃기는’ 상황이다.
아이를 좋아하는 박종근씨 때문에 이상철씨는 아이를 입양할 생각했다. 하지만 입양센터 관계자는 두 사람을 보더니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마치 벌레 보듯 하는 그들의 시선을 보고 ‘아직도 동성애자가 갈 길이 멀구나’는 걸 알았다. 법적으로도 두 사람은 입양을 할 수 없는 상태. 만일 아이를 데려다 키우면 ‘유괴’로 처벌을 받는 말에 울어 야할지 웃어야 할지….
두 사람은 2002년 10월 서울 시내 한 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박종근씨는 이상철씨를 처음 봤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주윤발’을 닮아서 첫눈에 반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는다. 이상철씨는 박씨가 착하게 보여 마음이 끌렸고 ‘커피 한잔 마시자’며 먼저 말을 걸었다. 마음이 맞은 두 사람은 한 달 만에 동거에 들어갔다.

“종근이는 정말 착해요. 좋은 물건이 있으면 ‘형이 가져’ 하면서 다 준다니까요. (웃음)”
이상철씨는 현재 동성애자들이 만든 여행사 ‘딴생각’에서 여행사업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박종근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사일을 하고 있는 상태. 가사 분담이 잘 되는 편이지만, 박씨가 대부분 맡는다. 박씨는 성격이 꼼꼼해서 세탁, 다림질, 청소 등이 재미있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요리는 잘 못하기 때문에, 인스턴트 음식을 자주 먹는다며 아쉬워했다.
“(이)상철이 형이랑 있으면 너무 행복해요. 함께 살면서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형이 바꿨으면 하는 게 있다면…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지 않으면 좋겠어요.(웃음)”
두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들이 그렇듯이 인터뷰 도중에도 스킨십을 스스럼없이 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이상철씨는 10년 전 ‘커밍 아웃’을 했지만, 박종근씨는 이번 결혼식이 커밍 아웃의 자리였다. 이씨는 게이 바에서 술을 먹는 모습을 동료에게 걸리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 그후 직장에 자신의 상황을 당당하게 알렸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단해져갔다. 다섯 번이나 직장을 옮기면서도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 박씨도 자신의 커밍 아웃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았다.
둘만 있을 때 ‘애기야’ ‘큰애기’라는 닭살 돋는 애칭을 쓴다는 두 사람. 편견을 버리고 보면 너무나 행복한 연인이자 부부다. 과연 사회의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고통과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지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