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 스티븐 리비어&리사 켈리

한국어 가르치는 외국인 강사 스티븐 리비어&리사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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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요? 비 오는 날이면 ‘쐬주’ 한잔 생각나는 토종(?) 스타일이죠!”

외국인이 MC 겸 교사로 출연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송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리랑TV를 통해 매일 4회씩 방송되는 ‘Let’s speak Korean’.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 최초로 외국인 한국어 교사로 활동중인 스티븐 리비어와 리사 켈리를 만났다.

한국 사람 뺨치는 한국어 실력

국어 선생님이 외국인이라? 먼저 고개부터 갸우뚱해진다. 아무리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라지만 ‘글쎄…’ 하는 의구심이 들 법도 하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방송을 보지 못했다면, 두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하도 ‘화면빨’ 안 받는다고 해서 요즘 운동중이에요. 살 빼려구요. 지금도 피트니스 클럽 다녀오는 길인데, 오늘 몸무게를 재보니까 꽤 많이 빠졌더라구요. 축하해주세요~.” 능숙한 우리말로 인사를 건넨 뒤 능청스럽게 하이파이브를 청하는 스티븐 리비어. 한눈에 봐도 에너지가 철철 넘치는 사람이다.

곧이어 도착한 리사 켈리. 그 단아한 미모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꽂힌다. 다른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던 대학생들이 다가와서 인사를 한다. 카메라폰을 꺼내 사진도 한 컷 찍는다. 거의 ‘스타’ 수준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넷 팬 카페만도 무려 열여덟 개란다.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려고 방송을 보지만, 영어 공부를 위해서 방송을 보는 한국인들도 많아요. 요즘 학생들은 무척 적극적이잖아요.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팬 페이지도 만들고 팬 카페도 만들고 하더라구요.(웃음)”

두 사람이 진행하는 ‘Let’s speak Korean’은 아리랑TV를 통해 매일 4회씩 전파를 탄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최초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두 MC 외에도 외국인 게스트들이 출연해 한국어 일상 회화를 직접 학습한다. 외국인들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국 생활의 단면과 문화를 소개해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춘 학습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로 방송이 나가기 때문에 국내 거주자들 외에도 세계 각국에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싱가포르, 필리핀, 이탈리아 등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한 외국인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하고 있다고.

두 사람은 그동안 EBS 등에서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해왔다. 또 각종 재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특히 스티븐은 몇 년 전 KBS-2TV ‘슈퍼선데이’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택시 운전사로 출연해 인기를 끌었고, 그 뒤 몇몇 특집 프로그램에 나와 재담을 선보이기도 했다. 꼬박 8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해온 그는 지난 2001년, 서구인으로는 최초로 연세대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을 십분 살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미국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오만한 생각에 빠지기 쉬워요. 자기들이 세계 최고 나라의 시민이라는 생각이죠. 저 역시 그랬구요. 그런데 95년에 대학 졸업 후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이 제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어요.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나 깨달았죠. 유럽에 가봤으니 이제 동양에 한 번 가봐야지 하고 무작정 한국에 왔어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당시 동양철학을 재밌게 공부하기도 했거든요.”

처음 우리말을 배울 때 그나마 한글은 익히기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회화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건 바로 ‘조사’의 활용. 조사를 이해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서 자꾸 조사를 생략하다 보니 말이 어눌해지더란다. 존댓말, 반말 구분하기도 힘들었다. 동사 하나에도 높임말과 낮춤말이 따로 있으니 외국인으로서 만만치 않을 수밖에. 우리말을 배우면서 한편으로는 인하대, 세종대 등에서 전임강사로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는 한양대에서 전임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는 일이 정말 너무 재밌어요. 사실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F학점을 받은 과목이 프랑스어였어요. 언어 쪽에는 관심도 별로 없었고 소질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와서야 비로소 제 적성을 찾았죠. 교사라는 직업은 저 같은 수다쟁이에게 딱 어울리거든요.(웃음)”

정 많은 한국 문화에 매료된 두 사람

남을 가르치는 일에는 무엇보다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스티븐은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방송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 그로 인해 전세계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일이다. 미국에 계신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언제 올 거냐”며 눈물을 보이실 때마다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벌써 몇 년째 ‘내년’을 기약하며 한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젠 여기가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리사 역시 스티븐 못지않게 한국에 단단히 정이 들었다. 더구나 한국은 그녀에게 어머니의 나라이기도 하다. 변호사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그녀가 태어났기 때문. 연애하던 당시 아버지는 대구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서울에서 대구로 기차 여행을 자주 하셨는데, 오가는 기차 안에서 한글을 마스터하셨단다. 리사는 태어나자마자 미국에 갔고 이후 아버지를 따라 미국, 일본 등지를 다니며 자랐다.

그런 탓에 나기는 한국에서 났어도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한국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열여덟 살 때. 혼자 한국에 건너와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후 미국과 한국을 왕래하며 지냈고, 지금은 한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현재 리사의 한국어 실력은 거의 네이티브 수준이다. 외국인 특유의 어눌한 발음도 그녀에게선 거의 발견할 수 없다. 한국 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녀인지라, 지금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언어 교육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데는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70% 이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많은 나라 사람들이 우리 방송을 보고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을 자랑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죠.”

대화중 가끔씩 우리나라를 ‘내 나라’라고 표현하는 리사의 모습에서 이방인의 낯섦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리사와 스티븐은 비 오는 날이면 소주 한잔에 삼겹살 생각이 간절할 정도로 지극히 ‘한국적인’ 취향을 가졌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술을 먹여봐야 한다”며 제법 한국 남자 같은 말을 하는 스티븐은 산낙지, 보신탕 등 못 먹는 우리 음식이 별로 없다. 한국 생활에 아무리 잘 적응하는 외국인이라도 그들처럼 취향마저 한국적이 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 두 사람이기에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호흡이 척척 맞는단다.

아직 미혼인 두 사람에게 끝으로 한국 남자, 한국 여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스티븐에 따르면 한국 여자들은 미국 여자들에 비해 무척 여성스럽단다. “71년생 돼지띠”라며 한국적으로 자기 나이를 밝힌 그는 “여성스러우면서도 활기찬 한국 여성과 사귀어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이는 여자의 생명”이라며 나이를 밝히지 않은 리사는 무뚝뚝하고 남자다운 한국 남자를 좋아한단다. 평소 그녀는 어디서든 모임을 주도하는 리드형이지만 남자친구와 둘이 있을 때만큼은 자신이 리드당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 같은 두 사람과의 만남은 더없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완벽한 그들의 한국어 실력에 감사할 수밖에!

리사 켈리 Lisa Kelley

- EBS 잉글리쉬 카페 발음 교정 담당

- EBS Kid’s Quiz Camp

- EBS 수능 포트리스

- EBS Vocabulary 마법사

- 아리랑TV 뉴스 진행, 리포터

- KBS 외 다수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출연

스티븐 리비어 Stephen Revere

- 서울대학교 어학연구소 한국어 인텐시브 코스    수료

-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

- KBS-2TV ‘슈퍼선데이’‘English teaching taxi driver’ 출연

- EBS English Conversation

- 세종대학교 전임강사, 인하대학교 전임강사 역임

- 현재 한양대학교 전임강사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지호영·아리랑TV  장소 협찬 / 커피빈 홍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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