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시집온 일본 새댁 요코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한국으로 시집온 일본 새댁 요코짱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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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골 깊은 편견도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라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새댁 ‘요코짱’. 사랑은 국경도 넘는다지만 문화 충격을 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낯선 나라에서 시집살이 하며 겪은 소소한 일상을 만화로 그려 화제가 된 타카미 요코씨. 그녀의 좌충우돌 한국살이 속엔 따뜻한 웃음과 함께 따끔한 충고도 숨어 있다.

“남편과 5년 원거리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죠”

“한국 남자는 일본 남자에 비해 애정 표현에 훨씬 적극적인 것 같아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일본 남자들은 맘에 드는 여자가 있어도 ‘대시’라는 걸 별로 하지 않거든요. 중국에서 유학할 때 남편을 만났는데 자꾸 숙제 도와달라, 같이 밥 먹자 그러길래 그러려니 했죠. 그땐 그게 ‘작업’이라는 걸 전혀 몰랐어요. 제가 속은 거죠, 뭐.(웃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남편의 그런 적극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껴 장거리 연애도 마다하지 않고 결혼까지 결심할 수 있었다는 타가미 요코(이하 요코짱). 생글생글 웃는 얼굴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해사하다. 발음이 다소 어눌하긴 하지만 우리말 실력도 상당하다.

그녀가 최근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라는 만화 에세이를 펴냈다. 지난 4년여의 한국살이를 짧은 이야기와 함께 4단짜리 만화로 그려 엮은 책이다. 2001년부터 2년 동안 일본어 학습 사이트 ‘일본어닷컴’에 연재한 것을 모은 것으로, 연재 당시부터 그녀의 만화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발빠른 네티즌이라면 진작에 요코짱의 만화를 접해봤을 것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닥치는 대로 만화책을 읽으며 자랐다. 일본이 워낙 만화가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지만 유난히 만화를 좋아하기로 했다. 스포츠만화, 역사만화, 순정만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어댄 탓에 어머니가 보게 말리기도 했다. 몰래 만화책을 보다가 들키면 한 권에 20엔씩 벌금을 물어야 했을 정도. 그래도 그녀의 만화사랑은 꿋꿋하게 계속됐다. 더구나 대학에 가서는 광고연구 동아리에서 직접 광고 만화를 그리며 스토리를 구성하는 연습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을 낙서처럼 끄적이는 정도였다. 당시 그녀는 일본어 교재 출판사에서 일본어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낙서를 본 몇몇 사람들이 인터넷 연재를 권유했다.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혹시 자기가 그린 그림이 한국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싶어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검열도 받았단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지하철을 탔는데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대뜸 제 가방을 확 끌어당기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보니까 인자하게 웃으시면서 ‘무겁네’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잘 이해가 안 갔지만 그것이 한국식 친절이란 걸 알게 됐어요.”

성미가 급한 한국 사람들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가령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이르면 버스가 채 서기도 전에 사람들이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단다. 일본에서 하듯이 버스가 다 선 다음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려고 하다가 “왜 그렇게 꾸물대냐”며 기사 아저씨한테 혼이 나기도 했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신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나중에는 뛰기 바쁘다. 그럴 때면 ‘젊은 나도 이렇게 급한데 나이 드신 노인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일본에 가면 한국에서 하던 습관대로 버스가 채 서기도 전에 미리 일어서는 바람에 “위험하게 왜 먼저 일어서냐”며 되려 혼나기도 했다.

한국 생활 중 처음 접해본 온돌 문화는 그녀에게 재밌는 경험이었다. 일본은 겨울이면 집의 실내가 좀 쌀쌀한 편인데 한국은 그 반대로 방이 절절 끓으니 너무 좋았다는 것. 찜질방 가는 것도 무척 좋아해서 종종 비슷한 처지의 일본인 여자들끼리 모여 수다꽃을 피운다. 특히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전후해서는 서로 위로회(?)를 갖는단다. 명절 때마다 한국 주부들이 감당해야 하는 엄청난 노동량에 모두 놀랐기 때문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서로 전화를 걸어 “무사히 살아서 다시 만나자”며 농담 섞인 한숨을 쉬기도 한단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겪은 소소한 한국살이를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했다. 가령, 세계적으로 알아준다는 한국 아줌마들의 위력(?)을 몸소 체험한 뒤 그 당혹스러움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또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는 술잔을 옆으로 돌려서 얌전히 마셔야 한다는데, 오른쪽엔 할아버지, 왼쪽엔 할머니가 계셔서 어쩔 줄 몰랐다는 등 요꼬짱의 경험담을 만화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 사람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친정 엄마도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을 싫어한다던데, 게다가 한국 남자들이 일본 남자들보다 가부장적이라던데 힘들지 않겠냐는 걱정이셨죠. 그런데 제가 그린 만화를 인터넷으로 보시면서 마음이 놓이시나 봐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제가 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듯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남편과 만난 것은 지난 95년 중국 베이징에서였다. 당시 남편은 단국대 중어중문과에 재학중인 학생으로 언어 연수차 중국에 머물고 있었다. 요코짱은 외국인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될 생각이었다. 일본어를 배우려는 외국인 중에는 중국인, 대만인, 홍콩인 등 중국계가 많았기 때문에 중국어를 배워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중국 유학길에 올랐던 터였다. ‘숙제’와 ‘밥’을 빌미로 접근해온 남편의 ‘작업’으로 두 사람은 중국에서 3개월 동안 연애를 했다. 의사소통 수단은 피차 어눌했던 중국어. 두 사람이 대화하는 걸 현지인이 봤다면 절대 알아듣지 못했을 거란다.

“한국 사람들처럼 저 역시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연수를 마치고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나서부터 원거리 연애가 시작됐다.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생기면 주저없이 각자의 길을 가자고 말하고 헤어졌지만 전화, 이메일, 메신저, 팩스 등 두 사람의 사랑 만들기는 꼬박 4년 동안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만도 2백 통이 넘는다. 당시 요꼬짱은 일본에서 운수성 산하 국제협력운수협회에서 근무중이었는데, 직장 내의 ‘워킹 홀리데이’ 제도를 통해

1년간 서울에 와있을 수 있었다.

“먼저 시댁 식구들과 만났어요. 만나기 전에는 제가 일본 사람이라 아버님께서 반대하셨다고 들었는데 막상 직접 뵈니까 친절하게 대해주시더라구요. 남편한테 특별히 프러포즈 받은 건 없어요.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된 거죠.”

서강대 한국어 교육원에 등록해서 본격적으로 우리말도 배웠다. 받침이 없는 일본어의 특성상 우리말 발음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다. 존댓말도 어려웠다. ‘먹다’라는 동사 하나에도 ‘드시다’ ‘잡수시다’ 등 달린 말이 너무 많더란다. 게다가 호칭은 또 어찌 그리 복잡한지, 부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아가’ ‘새애기’ ‘새댁’ ‘올케’ ‘형수’ ‘동서’ ‘언니’ ‘누나’ ‘사모님’ 등등 일일이 외우기도 벅찰 지경이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음식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시댁에서 식사를 함께 하는데 식탁을 보니까 온통 빨간 색 뿐인 거예요. 어찌나 맵던지… 그런데 지금은 김치도 잘 먹고 낙지볶음도 잘 먹어요. 시댁 어른들이 얼마 전 안양에서 감자탕집을 내셨는데 감자탕도 무척 좋아하게 됐어요.(웃음)”

한국에서 지내다 보면 스스로 조심스러워질 때가 많다. 신문이나 방송 등에서 일본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이 엿보인다. 때로는 일본인들을 너무 나쁜 사람들처럼 묘사해서 속상할 때도 있다. 3·1절이나 광복절 같은 날엔 괜히 죄스러운 마음도 든다. 지난 월드컵 때는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에 나가 ‘필승 코리아’를 외쳤는데, 그들이 일본 사람인 걸 알아본 주변 사람들이 ‘우~’하고 야유를 보내는 바람에 속상했던 기억도 있다. 그럴 때면 자기가 일본 사람인 것이 표시날까봐 조심스러워진다. 종군 위안부 문제 등 현안들이 하루 빨리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어 두 나라 간의 불신이 덜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사람들은 참 열정적이에요.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나도 열심히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앞으로도 꾸준히 만화를 그릴 생각이에요. 이번에 나온 책이 조만간 일본어판으로도 나올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일본 서적을 번역해서 한국에 소개해보고 싶습니다.”

글 / 박연정 기자  사진 / 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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