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성인물 전문 여성 감독이 탄생했다. 유선희씨는 지난 4월 초순 입봉 작품 ‘밴쿠버 빌리지에서 생긴 일’을 막 끝냈다. 모바일 콘텐츠, 비디오 관련 영상물 제작 등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녀는 달뜬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험난한 촬영 현장에서 꿋꿋이 일을 완수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자, 큐 사인 들어가면 화끈하게 해봅시다!”

“편견을 버리세요. 감독이라고 모자 푹 눌러쓰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작업하는 건 아니거든요”
취재진이 촬영장에 도착했을때 한창 편집 중이었다. 불과 한 달 전 촬영한 시나리오 편집 작업 중이라고 했다. 게다가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편집하다 보면 결정적인 순간에 타이밍이 겹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쉴 새 없이 서라운드 신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당황스럽죠! 처음엔 민망했는데 지금은 일이라 생각하니 좀더 리얼한 신음소리만을 골라 편집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성인물 감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국대학교 방송영상정보학부 재학 시절, 우연히 조연출 모집 광고를 보고 찾아간 것이 운명의 시작이었다. 영상물 감독의 꿈을 꾸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주어진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간이 흘러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교육용 비디오와 성인물을 동시에 촬영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집 작업을 할 때면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쪽에선 점잖게 차려 입은 강사의 열띤 강의 장면을 체크하며 편집하기에 바빴고, 다른 한편에선 홀딱 벗은 에로 배우의 몸매를 가다듬고 있었다. 밤이 되면 인터넷 방송에서 진행하는 VJ들의 아슬아슬한 연기가 펼쳐지곤 했다.
“반복 학습이 중요한 걸 깨달았어요. 처음엔 어색하던 일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좀더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인물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결심이 섰어요.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입봉하던 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준비를 철저히 했어요. 모든 스태프를 총괄할 지휘력이 필요했거든요. 스태프 5명, 배우 3명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어요. 배우들 모두 저보다 나이가 많았죠. 물론 영화 출연 경험도 풍부했구요. 그들을 이끌려면 카리스마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에로 비디오 촬영장의 경우 현장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감독은 배우들에게 무시당하기 쉽거든요. 강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잖아요. 그래서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밤을 꼬박 새웠다.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긴장했다는 말보단 자신의 지휘력으로 촬영을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특히 베드신 위주의 촬영을 하는 데 결혼 안 한 처녀 감독의 역할은 배우들도 관심 집중 상태였다.
감독의 지휘를 기다리기 전에 다양한 체위를 구사하던 배우들도 이번만은 달랐다. 촬영 도중 그녀를 응시하며 한참을 기다린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지시를 내리지만 시범을 보이라는 행동뿐이다.
“난감했어요. 사각의 프레임 안에 더 이쁜 장면을 담고 싶은 욕심이 생겼거든요.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아서 순간 답답한 마음뿐이었어요. 결국 큰소리를 질렀죠. ‘오빠! 왜 그렇게 어설퍼! 제대로 좀 해주라’라구요.(하하)”

“그날을 생각하면 기분이 무척 나빠요. 목욕탕 가면 여자들 모두 다 벗고 다니잖아요. 남자 스태프만 있어야 벗겠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배우의 의사가 중요하니까 따를 수밖에 없었죠.”
성인물 촬영 때 알몸으로 진행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일명 ‘공사’를 한다. 예전에는 청테이프로 가렸지만 요즘엔 살색 테이프를 이용한다. 배우들이 자신의 신체 부위 크기에 맞게 직접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메이크업 전문가에게 부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배우들 이외에 모든 스태프는 그들의 감성을 위해 분위기를 맞추는 데 전념한다. 남자들의 ‘공사’는 특이하게 검은색 스타킹을 사용한다.
남자 배우가 ‘공사’를 깜빡 잊어 황당한 장면을 본 경험도 있다. 촬영은 시작되고 남자 배우가 끈적거리는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에로틱하게 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여배우의 손에 이끌려 윗옷을 벗은 후 바지를 벗는 순간, 성기가 그대로 노출된 것. 이 광경을 목격한 그녀는 소리를 질렀다.
“오빠! 공사 없어!(하하)”
스태프와 배우 모두 소스라치게 놀란 후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신인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인 남녀 배우와 함께 한 촬영이 있었다. 그들의 연기는 어느 배우 못지않게 열정적이었다. 신인답지 않은 리얼한 연기에 유 감독도 흡족했다. 하지만 사건은 그후에 벌어졌다. 여배우 가슴에 피멍이 든 것이다. 남자 배우가 너무 집중한 나머지 여배우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도 모른 것이다. 그런 상황은 여배우도 마찬가지. 자신의 가슴에 피멍이 들 정도로 강한 압력이 있는지 몰랐다.
배우들의 건강 관리를 체크하는 것도 그녀의 몫. 여배우의 살짝 튀어나온 아랫배가 거슬린 유 감독이 한마디 던진다.
“얼굴보다 몸이 생명인거 알잖아요. 오늘부터 윗몸 일으키기를 해서라도 뱃살 좀 빼세요. 일주일 안에 변화가 없으면 다시는 연락 안 할 거예요.”
농담 섞인 말투지만 배우의 얼굴엔 쑥스러움이 가득하다. 속옷만 걸친 여배우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몸매를 자꾸 들여다본다. 그런 여배우에게 다가선 유 감독은 아랫배를 툭 치며 “이 부위는 아예 없어져야 하거든!”라고 지적한다.

“가식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성공적인 촬영을 위해 모든 스태프가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항상 주입시키죠. 오히려 남자 감독보다 편하고 잘해준다는 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구요.”
여자 감독이기 때문에 배우가 힘든 경우를 접하기도 한다. 혼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여배우는 촬영감독을 상대로 감정에 몰입한다고 했다. 촬영장에서 만난 모 여배우는 “촬영감독을 애인이라 생각하고 감정을 잡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여자 감독 앞에서 그런 연기를 농후하게 펼치긴 힘들죠. 아무리 연기라지만 감정 잡기 좋은 분위기란 게 있거든요”라고 말한다.
펜션에서 촬영하기 전에 영화 촬영용이라고 허락을 받는다. 성인물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주인들은 구경하다가 놀라기도 한다고. 한번은 주인집 꼬마가 몰래 숨어서 보다가 부모에게 이야기해 난감해한 경우도 있다.
그녀가 성인물 감독이 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귀던 남자친구가 절교 선언을 하기도 했다.
“남자친구가 무척 반대를 했어요. 한번은 절교 선언을 하기도 했죠. 영장에 직접 데리고 가서 구경을 시키며 설득했습니다. 처음엔 거부하던 그 사람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지금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진 않지만 많이 양보해주었어요.”
부산에서 회사를 다니는 남자친구와는 매일 전화 통화를 한다. 처음엔 촬영 도중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조차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젠 밤늦도록 일에 파묻혀 지내는 그녀의 편이 되고 있다.
부모님도 내색은 안 하시지만 그만두길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적극적인 후원자다. 올 9월 결혼을 앞둔 여동생도 그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모 제과업체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언니는 에로 비디오를 굽고 나는 빵을 굽는다”는 우스갯소리로 그녀의 기분을 풀어준다.
“솔직히 에로 비디오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잖아요. 저 또한 열심히 일하곤 있지만 선뜻 누군가에게 말하기 쉽지 않았어요. 친척들이 물을 때면 성인물에 관한 작업만 빼고 교육용 이야기만 했죠. 하지만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선택한 길에 아주 만족합니다.”
글 / 강수정(객원기자) 사진 / 박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