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 문화 운동펴는 요리 연구가 이종임

바른 먹거리 문화 운동펴는 요리 연구가 이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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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서 시작되는 작은 혁명, 소박한 밥상이 당신의 건강을 지킵니다”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새콤달콤 맛있는 요리를 소개해주던 이종임씨. 그녀가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식탁 위의 혁명’(시공사)을 펴냈다. 음식만 잘 먹어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그녀의 식문화 안내지침을 들어봤다.

# 유혹과의 전쟁

소화제와 영양제. 이 두 가지가 나란히 팔리는 광경은 현대인의 식습관에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친 듯이 먹고 탈이 나면 소화제로 속을 다스리고, 그러면서 못 미더운지 영양제를 찾는다. ‘편리함’이 ‘건강함’이란 목적을 해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습관이 우리 몸을 공격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원인을 밝혀 뿌리를 뽑아야 한다.

현대인이 가장 넘치게 먹는 영양분은 무엇일까. 바로 설탕과 지방. 수많은 합병증을 유발하는 숙주를 달고 사는 셈이다. 모든 식품에는 영양소가 들어 있다. 설탕에는 칼로리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몸속에 들어가 다른 영양소를 잡아먹는 희한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장 세포를 죽여 비타민 B군의 생성을 막아 뇌를 무력화하고, 각종 알레르기와 정신 질환을 유발시킨다. 때문에 음식 속에 숨어 있는 설탕을 찾아내 뿌리를 뽑아야 한다. 빵, 과자류, 각종 음료는 설탕의 집합체다.

이제 간편해서 무심코 사용했던 설탕이 건강의 적이라 판단된다면, 배 즙, 파인애플 즙 등 과일 즙이나 홍시를 사용하자. 비싼 꿀이나 조청을 사용하다 보면 아까워서 저절로 단맛을 줄이게 될 것이다. 건강의 또다른 적인 지방. 서양식 요리인 스테이크를 통해서나 흡수된다고 알았다면 오산이다. 애피타이저로 먹는 양파 튀김이 주범이다. 치즈 프라이의 지방 함량은 빅맥 햄버거 8개, 스테이크 11개의 열량과 맞먹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양파 튀김을 먹으면 이틀치 지방을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다. 부지불식간에 우리 몸을 비집고 들어오는 지방은 상상을 초월한다.

# 부자의 밥상

예부터 ‘위장의 8할만 채우면 의사가 필요없다’는 말이 있듯이 포식은 그 자체만으로 병을 부른다. 몸속에서 늙고 병들어 스스로 죽어 없어지는 ‘세포 자살’ 현상도 방해하니 건강에 득이 될리 없다. 죽어야 할 불량 세포가 죽지 않고 무한정 증식함으로써 우리의 몸을 서서히 죽이는 셈이 된다.

현대에 접어들어 전통적인 포식 경계령이 위력을 상실하자, 심장병, 고혈압, 당뇨, 뇌졸중, 암이라는 5대 질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구화된 식생활과 소비 성향은 짧은 시간 안에 심각한 부작용을 빚어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이 서양 사람보다 비만 정도는 낮지만 성인병에는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한다. 서양의 연구자들은 비만과 성인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채와 나물 위주의 동양식을 권하고 있다. 다행히 이런 식습관은 우리 생활 속에게 적용하기가 쉽다. 한 세대가 더 흘러 입맛이 완전히 서구화되어 옛 입맛을 완전히 망각하기 전에 우리의 식문화를 바꿔야 한다.

# 빈자의 밥상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주된 원인은 오염된 식재료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을 겨냥해 대량 생산된 식품들은 순간적으로 입맛을 자극하는 달고 기름진 것들이 주종을 이루는데, 그럴싸하지만 가격을 낮추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게 문제다. 값싼 식품일수록 많이 들어가는 화학물질이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식재료뿐 아니라 식습관도 문제다. 먹고살기가 빠듯하니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고, 시간을 아끼다 보니 식사시간이 짧아지게 마련이다. 먹거리를 위해 투자할 돈도 시간도 없다. 바쁘게 식사를 준비해 빨리 해치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이나 조리하기 쉬운 가공식품이 식탁을 점령한 지 오래다. ‘빨리빨리’ ‘아침형 인간 트렌드’ 등 매스컴에서 연일 떠들어대는 문화 트렌드가 가난한 사람들의 식탁을 더욱 빈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를 만드는 것만이 행복한 삶을 보장한다. 식사시간만큼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

환경 호르몬에도 많이 노출돼 있다. 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물질이자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대표적이다. 다이옥신은 석유화학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함에 따라 염소나 브롬이 함유된 산업 공정에서 생성되거나 염소가 들어 있는 화학물질을 태울 때 발생한다.

그러나 다이옥신이 체내에 흡수되는 것은 대부분 음식을 통해서다. 호흡으로 흡수되는 것은 2%에 불과하다. 체내에 들어온 다이옥신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 중 대표적인 식품이 녹차다. 이 외에도 해조류, 엽록소가 많이 든 채소류, 섬유질을 많이 함유한 식품 등이 다이옥신을 몸 밖으로 빼낸다. 다이옥신은 특히 지방에 잘 축적되므로 닭고기는 껍질을 벗겨서 요리하고 기름이 많은 갈비는 피하는 것이 좋다.

# 식탁 혁명의 시작, 유기농

요즘 웰빙 트렌드는 유기농으로 통한다. 지난 몇 년간 더이상 먹거리를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소비자들 사이에 팽배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 대형 슈퍼마켓의 유기농 코너에 있다고 해서 모두 유기농산물은 아니다. ‘무농약 농산물’은 물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뜻하지만 화학 비료는 일반 사용 기준의 절반 수준에서 사용한다. 또 ‘저농약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 비료를 모두 사용하지만 수확하기 한 달 전까지 농약을 안전 사용 기준의 절반 이하로 사용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중 특히 현미는 반드시 유기농 현미를 사서 먹기를 권한다. 현미는 벼의 겉겨만 살짝 벗겨낸 것이기 때문에 유기농 현미가 아니면 농약 잔류량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유기농산물의 유통구조 중 현재 가장 건강한 모델로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꼽을 수 있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39개의 생협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식재료가 공급되고 있다. 생협을 통해 구입한 먹거리의 가장 좋은 점은 어디서, 누가,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를 상세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 생명을 담은 밥상

화려하기만 한 요즘 식습관이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조금 볼품없고 초라해 보여도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는 식탁이라면 피할 필요는 없다. 흔히 건강식으로 불리는 조식, 소식, 절식, 채식 등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것이 ‘조금 더 초라하게’다. 소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밥 한 공기 분량의 3분의 2 정도를 먹으면 좋다. 현미나 잡곡밥 위주로 식단을 짜고 고기 대신 생선으로 대체하며, 저녁은 적게 먹되 오후 7시 이전에 먹고 야식은 삼간다. 소식이나 아예 음식을 끊는 단식과는 다른 방법인 절식도 있다. 절식은 칼로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초라하게 먹을수록 몸에는 이롭다. 혼자서 독하게 마음을 먹었더라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쉽게 포기하고 만다. 집에서 유기농 밥상을 차리기가 어려운 이들, 특히 외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건강한 음식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천연 유기농 음식점을 찾아가보자. 화학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심심하고 밋밋할 지 모르지만 몸에는 좋으며 곧 익숙해진다.

정리 / 강수정(객원기자)  사진 / 강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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