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버스 중심 대중교통 개편 이명박 서울시장

유인경기자가 만난 사람

취임 2년, 버스 중심 대중교통 개편 이명박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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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회사원에서 대기업 사장 거쳐 서울시장까지, 소신 있는 삶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쁘다. 출근 길, 그는 소시민들의 삶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한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는 7월 1일 시작되는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개편에 쏠려있다.

시민들에게 “어유, 수고 많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취임 2년의 행보.

#서울시민인 것이 자랑스럽게 하겠다

환갑이 넘은 영감님이 피부도 팽팽하고 걸음걸이도 청년처럼 활기차다. 목소리마저 짜랑짜랑 쇠기운이 느껴진다. 하루에 4시간도 못 잔다는데, 그리고 하루에 10여 곳의 행사에 참여하고 결제할 서류만도 수십 가지라는데 피곤한 기색도 없다. 산삼을 먹는 걸까? 아니면 몰래 마사지라도 받는 걸까? 이명박 시장을 만나면 그런 의구심이 든다.

청계천 복개 공사 시공 1년, 서울시장 취임 2년 그리고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시행하는 7월 1일을 앞두고 이명박 시장의 스케줄은 상상을 초월한다. 각종 매스컴에 등장해 홍보도 하고,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하느라 10분 단위로 스케줄이 짜여 있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 팽팽한 젊음의 비결을 알 것 같다. 즐겁고 신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보약이나 화장품보다 좋은 것이 신바람 아닌가.

“요즘 서울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보람을 느낍니다. 작년에 청계천 복개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불안해하고 걱정도 많이 하셨는데, 막상 공사가 진행되어도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또 시청 앞 광장에서 파란 잔디를 밟고 서울 한복판을 여기저기 맘대로 걸어다닐 수 있으니 요즘 저를 만나면 ‘아유, 수고 많습니다’라고 악수를 청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저를 믿고 협조해준 서울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서울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하면서도 얼굴에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황인자 여성정책보좌관은 “여성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일했지만 서울시에서 일을 많이 배우고 진짜 일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일벌레 시장이 일도 많이 시키고, 수시로 체크하고, 또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라고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여성 정책에도 밝고, 특히 서울 여성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들의 국제화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하긴 딸이 셋이나 있으니 여성들의 권익이나 미래에 애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이명박 시장은 무슨 질문을 해도 거침이 없고, 어떤 비난을 받아도 기죽지 않고, 대기업 사장 출신이 아니라 교수 출신처럼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잘한다. 그래서인지 좀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하면 “그런 유치한 질문에는 답하기도 싫습니다” 등의 대답을 하는 것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옆집 아저씨처럼 아주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장사하며 야간 상고를 다니던 소년이 대기업 사장을 거쳐 서울시장에 되어서인지 소년 같은 미소부터 노인의 신중함, 소탈함, 주변을 완벽히 제압하는 카리스마, 앙드레 김의 옷을 입고 패션쇼에 나서거나 시트콤에 등장하는 쇼맨십, 곳곳에 필요한 자료와 책을 두고 수시로 공부하는 학구열까지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혜화동 시장 공관에서 시청까지 출근길에는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이 시장이 요즘 제일 애정을 쏟는 것이 버스다. 얼마 전엔 버스 옷을 갈아입히더니 7월 1일부터 버스 노선도 대폭 바꾸고 도로 가운데에 버스 전용차선을 만들었다. 한글학자들은 버스에도 영어를 쓰고, 너무 영어를 남발한다고 비난하지만 이 시장은 “서울을 국제도시로 만들고 서울 시민들에게 기초 교양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이라며 전혀 기죽지 않는다.

#행운도 만들어가는 노력파

한 서울시청 직원은 “우리 시장님은 하늘이 도우시는 분”이라고 했다. 아부성 발언은 하지 말라고 했더니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

“시청이 주관하는 행사가 좀 많습니까? 특히 야외에서 행사를 할 때는 날씨에 신경이 쓰이죠. 그런데 날씨가 아무리 궂어도 이 시장님이 행사에 참석해 가위를 들기만 하면 말짱하게 갠단 말이에요. 작년 5월에 시청 앞 광장에서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열었을 때도 비가 부슬부슬 내렸구요. 청계천 고가를 허무는 날, 일기예보에는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역사적인 날이고 말도 많은 행사라 비까지 내리면 어떡하나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정작 시장님은 태연하신 거예요. “괜찮다, 난 현대에 있을 때도 행사에 참석해서 비가 온 적이 없다. 예정대로 진행하자” 하시더군요. 그런데 신기하게 행사중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행사가 끝나자 비가 내렸습니다.”

교회 장로여서 하나님이 편애하는 걸까?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운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걸 치밀히 조사하고 철저히 대안을 준비하면 실패가 없다는 것이다. 행사 날짜를 정할 때도 몇 년 동안의 날씨 통계를 보고 준비해 확률적으로 비올 날을 피한다. 청계천 공사, 시청 앞 광장, 버스 노선 개편도 하루아침에 만든 것이 아니란다. 청계천은 서울시장이 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역사며 관련 자료를 공부했고, 주변 상인들과 만나 설득도 했다. 치밀하게 검토하고 연구하고 준비하면 운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여우 불도저’라고 했다. 불도저처럼 추진력이 강하지만, 막무가내식의 밀어붙이기가 아니라 영리하고 주도면밀한 여우 같은 면모를 보인다는 설명도 붙였다. 이 시장은 “여우가 아니라 컴퓨터 불도저, 컴도저란 말은 들었다”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별명을 전해줬다.

이명박 시장의 왕팬이란 아줌마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가 박력이 있어야 하잖아요. 이 시장은 22만 명이나 된다는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며 수시로 데모하는 노점상들을 설득해 청계천을 뒤집었잖아요. 한다면 한다! 이런 정신도 멋있구요. 또 좀 잘난 척하는 것 같긴 해도 대통령이건 누구건 무서워하지 않고 소신 있게 말하는 것도 근사해 보여요. 무엇보다 집안은 가난한데 머리는 있는 이들이 거치는 길, 고시 공부하고 변호사 되어 정치하는 과정을 안 밟고 말단 회사원으로 시작해 사장 자리에 오른 게 마음에 들어요. 물론 미남은 아니지만….”

「신화는 없다」란 그의 자서전에는 물론 드라마 ‘야망의 세월’ 등에서 그의 소년기와 청춘기가 묘사된다. 제일 공부 잘하는 형만 밀어주느라 동생들은 고등학교조차 못 보내는 가난한 집안. 야간 상고에 적을 두고 생계를 유지하느라 10대에 온갖 장사를 다 해본 것이 소년 이명박이다. 그런데 그는 고시 공부를 하지 않은 것 역시 ‘너무 가난해서’라고 한다.

“우리 집안이 권력에 한이 맺혀 출세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기도 했지만, 고시 공부를 하려면 공부에만 몰두하도록 누군가 먹여주고 입혀줘야 할 것 아닙니까. 난 밥값을 해결해야 해서 고시 공부할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렇게 얻어진 생활력으로 그는 현대건설의 신화를 이뤄냈고, 재산도 많이 축적했다. 지난해 그가 신고한 총 재산은 1백88억원에 이른다. 부럽기도 하지만 은근히 심술이 나서 “부자가 천국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데 돈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시비를 걸었다.

“부자라는 건 나의 자랑입니다. 난 특히 청년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나처럼 출세도 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가난을 목표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까? 난 정치인들이 재산 없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도와줄 돈도 못 벌어본 사람들이 누굴 위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겁니까?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돈 많다고 욕을 먹던가요? 부자가 욕을 먹는 사회는 그만큼 부패하고 폐쇄적이란 뜻입니다.”

돈 많다고 자랑하면서 나눠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너무 자신만만하고 당당해서 좀 얄미워 보이는 이명박 시장. 하지만 자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못생겨 보이던 그의 얼굴이 잘생기게, 심지어 섹시하게 보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그를 빛나게 하나보다.

Profile

경향신문사 「뉴스메이커」

편집장인 유인경 기자는  MBC-TV ‘아주 특별한

아침’, KBS-2FM ‘해피 먼데이’ 등에 고정 출연중이다. KBS-1TV ‘아침마당’ 

‘100인 토론’ 등에도 얼굴을 내밀고 있으며, 인간미 넘치는 입담으로 꽤 많은

아줌마 팬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물론 아저씨 팬도 많다.

글 / 유인경(뉴스메이커 부장)  사진 / 김석구 기자(경향신문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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